[쿠키뉴스=이승희 기자] 전두환 전 대통령이 ‘5.18민주화운동’을 다룬 영화 ‘택시운전사’와 관련해 법적 대응을 시사해 논란이다.
전 전 대통령의 대외 대변인 역할을 하고 있는 민정기 전 청와대 비서관은 7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아직 영화를 보지 못해 법적 대응을 언급할 시기는 아닌 것 같다”면서도 “만약 영화에 악의적인 왜곡과 날조가 있다면 법적으로 맞설 여지는 충분하다”고 밝혔다.
또 민 비서관은 “영화에서 계엄군이 광주 시민을 겨냥해 총을 쏘는 장면은 날조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당시 시민들의 공격에 계엄군이 희생됐기 때문에 군이 자위권 차원에서 사격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정부가 5.18민주화운동이라고 규정하지 않았는가”라는 질문에는 “당시 광주의 상황은 분명히 폭동 그 자체였다”고 답했다.
지난 4월 발간된 그의 회고록도 다시 도마에 올랐다. 전 전 대통령은 회고록 ‘혼돈의 시대’에서 “1980년 5월 광주에서 민간인 학살은 발생하지 않았다”면서 “발포 명령자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또 “무기를 탈취하고 군인들을 살해한 행위를 민주화운동으로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5.18민주화운동을 ‘폭동’으로 규정한 것이다.
그러나 전 전 대통령 측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지난 1982년 보안사령부에서 발간한 ‘제5공화국 전사(前史)’에 따르면 5.18민주화운동이 발생했을 당시 국방부는 “광주에 출동한 군인들의 자위권 발동을 허용해달라”고 건의했다. 해당 사항을 검토하는 회의 자리에는 당시 합수본부장 겸 보안사령관이었던 전 전 대통령도 함께였다. 제5공화국 전사 기록에는 “계엄군의 자위권 행사 문제는 그 회의에서 자동으로 결정됐다”고 적혀있다. 즉 광주에 주둔한 군인들의 발포를 전 전 대통령이 허가한 것 셈이다.
법원 역시 전 전 대통령과 의견을 달리했다. 광주지방법원 민사21부(재판장 박길성)는 지난 4일 “전 전 대통령 회고록 중 5.18기념재단 등에서 지적한 33곳의 내용을 삭제하지 않으면 회고록의 출판 및 배포를 허용할 수 없다”고 결정했다. 5.18관련 단체들의 전 전 대통령 회고록 출판 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인 것이다.
이와 관련해 민 비서관은 “우리나라가 공산 독재 체제 아래에 있는 것도 아닌데 전직 대통령이 쓴 회고록을 금서 처분한다면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인권상황을 어떻게 평가하겠냐”면서 “도저히 인정할 수 없다”고 날을 세웠다. 민 비서관은 전 전 대통령이 법원 판결과 관련해 이번 주 안으로 이의를 제기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전 전 대통령이 법원에 이의제기 신청을 하는 대로 회고록을 둘러싼 2차 공방전이 열릴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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