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소장 임용 인권위 재심의에 의-약사 갈등 고조

보건소장 임용 인권위 재심의에 의-약사 갈등 고조

기사승인 2017-08-15 00:02:00

[쿠키뉴스= 조민규 기자] 보건소장의 임용을 놓고 의-약계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의료계가 보건소장 임용 시 ‘의사’를 우선시해야 한다는 주장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이후 국가인권위원회는 보건소장 임용시 보건관련 전문인력에 비해 의사를 우선 임용하는 것은 합리적인 이유 없이 특정 직종을 우대하는 차별행위로 판단된다며, 보건복지부장관에게 관련 근거인 ‘지역보건법 시행령’(제13조 제1항 개정)을 권고했다. 

앞서 2006년에도 보건소장은 직무 수행에 있어서 의사 자격이 필수불가결한 자격요건에 해당하거나 공익 보호를 위하여 필요한 최소한의 조치 내지 특별히 우대해야 할 이유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워 보건소장 임용조건을 ‘의사의 면허를 가진 자 또는 보건 관련 전문지식을 가진 인력’ 등으로 시행령을 개정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당시 인권위는 지역보건법에서 보건소장 우선 임용에 대한 명시적 위임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의사가 아닌 전문인력 등에 비하여 의사를 우선해 임용하도록 하는 지역보건법시행령 제11조 제1항은 합리적인 이유 없이 특정 전문직종에 대하여 배타적이고 독점적인 직업 활동을 보장하는 것으로 헌법 제15조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함과 동시에 제11조 평등권을 침해하는 차별행위에 해당된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대한의사협회는 최근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 ‘보건소장 의사 우선 임용 조항 관련 간담회’에서 지역주민의 건강권 수호 및 보건소장의 의료 전문성 확보를 위해 인권위의 의사 우선 임용 관련 지역보건법 시행령 제13조 제1항 개정 권고를 재심의해줄 것을 인권위에 강력히 요구했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의협은 보건소의 기능 및 역할을 감안할 때 의료전문가인 의사를 보건소장으로 임명하고, 의사에 대한 보건의료 행정분야 관련 교육여건을 마련해 의사의 행정력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함을 지적했으며, 이와 같은 방향이 바람직한 정책방향임을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또 지난 메르스 사태 등의 상황을 고려하면 보건소의 공공의료 및 지역 내 감염 확산 방지의 역할에 방점을 두어야 하는 만큼 지역주민의 건강증진과 감염병 예방 및 관리 등 보건소의 원활한 업무 수행을 위해 오히려 의사의 보건소장 우선 임용원칙을 반드시 준수해야 하는 명확한 명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의협은 보건소는 일반 행정기관과 달리 최일선에서 국민의 건강을 책임지는 행정력을 발휘하는 전문기관임을 감안할 때 반드시 보건소장 의사 우선 임용 원칙은 지켜져야 하며, 국민의 건강·생명과 직결된 전문적인 영역이므로 임용 자격 제한은 필요하고, 오히려 보건소의 제대로 된 기능 정립 및 국민건강권 보장을 위해 의사 우선 임용 규정은 오히려 강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지역보건법 시행령에 의한 의사 우선 임용 규정이 존재하지만 실제 임용 비율(비의사 비율이 60%에 달함)에서 차별성이 없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며, 보건소장의 자격기준에 관한 조항은 헌법상 국민의 건강권 보장 측면에서도 존치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의협은 “향후 인권위에서 국민의 건강권이라는 가장 중요한 가치를 감안할 때, 보건소장 의사 우선 임용 조항 존치에 있어 합리적인 논의 과정을 거쳐 줄 것”을 당부했으며, “기존 개정 권고사항에 대한 올바른 방향으로의 재심의와 결정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의사협회의 주장에 대해 대한약사회는 ‘불합리한 차별행위’라며 보건소장 임용 조항 개정을 인권위에 촉구했다.

약사회는 성명서를 통해 “보건소장 임용과 관련한 지역보건법 시행령 개정을 권고한 국가인권위원회의 판단을 존중하며, 의사협회의 근거 없는 주장은 철회돼야 한다”고 밝혔다.

보건소장으로 의사를 우선 임용해야 한다는 주장은 지역 주민의 가까이에서 국민 건강을 돌보는 보건소의 역할을 편협한 시각으로 본 것에 불과하다하다는 것이다.

약사회는 “국민건강권을 챙기는 보건소에는 의사 뿐 아니라 치과의사와 한의사, 간호사, 약사 등 전문 분야별 자격을 갖춘 전문인력이 지역 주민의 건강 파수꾼으로 역할을 다하고 있다”며 “의학뿐만 아니라 여러 분야 지식을 총망라해 국민 건강증진과 보건교육 등을 책임지는 지역 보건소의 이러한 기능을 감안한다면 보건소장으로 다른 전문인력이 임용하지 말아야 할 구체적인 근거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이라도 의사협회는 보건소장 자리에 연연하며 터무니없는 ‘임용 조항 존치’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국민 건강권을 지켜야 한다는 가장 기본적인 가치에 집중해야 할 것”이라며, “보건소장에 의사를 우선 임용하는 기준은 ‘불합리한 차별행위’라는 점을 분명히 하며, 보건소장 임용 관련 법령의 개정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또 “국가인권위원회 등의 수차례 권고와 지적에도 불구하고 관련 법령 개정이 이뤄지지 않는 것은 특정 직종에 대한 독점을 부여하는 것과 같다”며 “의사협회가 기존 조항 존치 주장을 철회하지 않을 경우, 약사 회원은 물론 다른 보건의약단체와 함께 직업과 관련한 선택의 자유를 침해하고 평등권을 위협하는 주장에 함께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kioo@kukinews.com
조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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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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