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작’이 어려운 드라마가 된 이유

‘조작’이 어려운 드라마가 된 이유

‘조작’이 어려운 드라마가 된 이유

기사승인 2017-08-14 17:46:15


[쿠키뉴스=이준범 기자] SBS 월화드라마 ‘조작’은 누군가에게 소개하거나 추천하기 어려운 드라마다. 드라마의 장점이나 매력을 한 마디로 꼬집어 말하기 힘들다. 그만큼 ‘조작’의 세계는 복잡하다. 기레기와 기자가 만나 서로 성장하는 언론인들의 이야기부터, 언론사와 검찰 내부에 존재하는 적폐 세력, 언론인과 검찰의 공조, 주인공 형의 죽음과 얽힌 복수 등 하나만 다루기도 버거운 여러 개의 주제가 거미줄처럼 촘촘하게 짜여있다.

드라마가 전개되는 방식도 독특하다. 커다란 중심 이야기가 진행되고 그것을 둘러싼 인물들의 이야기로 퍼지는 일반적인 형식에서 벗어나, 네 명의 인물들 각자의 이야기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점점 하나의 중심 이야기로 모여드는 방식이다. 첫 방송 이후 3주가 지났지만 아직도 등장 인물들의 공조는 시작되지 않았다.

드라마의 새로운 스타일을 시청자들이 어려워했기 때문일까. ‘조작’은 12회까지 진행되는 동안 9~12%대(닐슨코리아 기준)의 시청률을 오가는 데 그쳤다. 월화극 시청률 1위를 지키고 있지만 배우 남궁민, 유준상, 엄지원, 문성근 등 출연 배우들의 무게감, 그리고 초반부 기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아쉬운 결과라는 평가다. 동시간대 방송되는 MBC '왕은 사랑한다'와 KBS2 '학교 2017'이 극심한 부진을 겪고 있는 상황도 '조작'의 1위 달성을 쉽게 만들어주기도 했다.

14일 오후 3시 서울 목동서로 SBS 사옥에서 열린 ‘조작’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배우들은 입을 모아 드라마의 어려움에 대해 설명했다. 새로운 스타일에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했지만, 14일 방송되는 분량부터 점점 나아질 거라는 얘기였다.

이날 유준상은 “‘공조’는 이야기에 빨려 들어가서 볼 수 있는 이전 드라마의 구조와 조금 다르다”며 “그동안 접근했던 방식으로 해석하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어떻게 하면 대본을 잘 전달할 수 있을지가 배우들에겐 키포인트다”라고 밝혔다.

문성근도 유준상의 말에 부연 설명을 보탰다. 문성근은 “보통 드라마가 검사 한 사람, 큰 신문사 기자, 작은 신문사 기자가 나와서 복잡하게 얽힌 사건을 해결하고 끝나는 구성이라면, ‘조작’의 작가는 지배세력이나 부패 기득권 같은 구조에 무게를 더 많이 두고 쓰지 않았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어 “뒷부분이 어떻게 진행될지 나도 잘 모르겠다”면서도 “피부병처럼 겉에 드러난 사연은 해소될지 모르겠지만 근본 구조는 변하지 않는 상태로 결말지어지지 않을까 짐작하고 있다. 나도 기대하며 결말을 기다리고 있다”고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엄지원은 ‘조작’의 신선한 전개 방식에 흥미를 느껴 출연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엄지원은 “보통 드라마의 전개방식은 주인공과 그에 얽힌 사건이 일어나면 그 사건을 둘러싼 인물들의 심리를 보여주는 식이다”라며 “그런데 ‘조작’은 하나의 시선을 쭉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드라마 속 네 인물의 파트가 섞여서 전개된다.  한무영에게 어떤 일이 일어난 다음 장면에 이석민이 무슨 일을 당하고, 검사실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다시 처음에 봤던 무영에게 일어난 일이 권소라(엄지원)에게 이어진 다음에는 구태원(문성근)의 이야기로 넘어가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야기를 풀어가는 색다른 전개 방식에 매력을 느껴 조작을 선택하게 됐다”고 밝혔다. 

남궁민은 또 다른 고민에 직면해 있다. 그가 연기하는 한무영의 캐릭터가 전작인 KBS2 ‘김과장’에서의 캐릭터와 비슷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남궁민은 “‘김과장’과 비슷하다는 말이 있는 것을 알고 있다”며 “'요즘 내가 왜 연기를 하지'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 생각해보니까 연기를 하면서 예술적인 감을 스스로 계속 느끼고 그걸 발전시키고 싶어서인 것 같다. 가수라면 노래를 하고 댄서라면 춤을 추겠지만 연기자니까 연기를 해야 된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내가 더 똑똑한 사람이었으면 ‘조작’을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이전에 했던 캐릭터들과 성향이 비슷하지만 스토리에 끌렸고 하고 싶었다. 연기를 잘하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 선택한 것이 아니었다. 그래도 용기 있게 선택하지 않으면 비겁한 거라고 느꼈다. 결과적으로 만족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조작’은 부조리한 사회 현실을 파헤치는 기자들의 모습을 그린 드라마다. 매주 월, 화요일 오후 10시 방송된다.

bluebell@kukinews.com

이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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