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청년경찰’(김주환 감독, 롯데엔터테인먼트 배급)이 많은 관객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영화 속에서 20살 청년들은 일상 생활에서 쓰는 대화법, 유머, 웃고 즐기는 패턴으로 관객들에게 어필한다.
청년경찰은 에너지, 열정, 코믹, 잔잔한 감동까지 뒤섞어 순항하고 있다. 군함도, 택시운전사 같은 150억 이상의 블록버스터 영화에 뒤쳐지지 않은 채 이미 손익분기점을 넘기며 신개념 버디무비로 자리 잡았다.
90년대 형사버디무비의 원조라 불리는 영화 ‘투캅스’와는 다소 다른 버전이지만, 가볍지만 때론 묵직한 스토리텔링 구성은 많이 비슷하다. 청년경찰이 박수를 받는 이유는 현실이 괴롭고 힘들지만, 정의와 진실이 존재한다는 사명 아래 용감한 청년들의 고군분투가 리얼하고 재미있게 그려져서다.
비실용적인 시스템의 파괴를 울부짖는 청년들은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사건을 해결하고 거침없이 에너지를 쏟아붇는다.
기존 형사버디무비 주인공들은 주로 3040세대였다면 청년경찰은 20살 풋내기 대딩들의 열정과 에너지를 보여준다.
투캅스, 체포왕 등 기존 형사물들은 서로 싸우고 윽박지르고 경쟁하는 체제로 플롯을 운영해왔다. 잔잔한 감동과 공감보다는 코믹과 재미, 액션에 치중했다. 요즘 관객들이 즐겨하는 감동, 카타르시스를 찾아보긴 어려웠다.
청년경찰은 복잡한 서사를 삭제했다. 억지로 웃기는 코믹 형사버디물 스트럭처는 배제하고 일상생활에 공감하고 인지할 수 있는 소소한 말투, 갈등, 청년들의 모습 등 리얼리티를 내세우며 아마추어 예비 경찰들의 절묘한 배합을극대화했다. 오히려 완벽하지 못하고 불안전한 모습들이 관객들의 동정심을 정점까지 끌어올리며 쾌감을 선사한 것이다.
청년경찰은 뚜렷한 증거나 범죄유형을 추론하는 과정의 치밀함과 과학수사도 없다. 그저 관객들은 단순하고 편안하게 스토리텔링에 빠져들 수 있다. 두 등장인물의 캐릭터 유형도 확연히 다르다. 희열(강하늘)은 중산층 집안의 꼼꼼하고 개인주의형 인물로 묘사됐고 기준(박서준)은 흙수저 가정의 뚜렷한 목표없이 대학생활을 하지만, 정의만큼은 살아있다고 믿는 열정 청년으로 그려졌다.
청년경찰은 젊은 위트와 건강한 유머, 리얼리티, 두 주인공의 호흡이 볼만하다. 인공적이지 않은 자연스러움이 젊은 관객들의 감성을 건들고 때 묻지 않은 프레시맨들의 모습들이 정겹기만 하다.
다만, 두 젊은 청년에만 포커싱되는 러닝타임 2시간은 미드포인트를 지나 조금 무료하다. 두 청년 주변 인물들의 모습들이 부재하게 그려졌고 가족의 가치를 조금 더 강조했다면 탄탄한 플롯이 됐을 것이다.
캐릭터 중심으로 진행되는 서사에 비해 인물들을 쪼여오는 갈등구조가 부족하다 보니 관객들에게 깊은 몰입감을 선사하지는 못했다.
청년들이 느끼는 갈등, 슬픔, 차별, 사회적 약자 등 현실을 조금 더 투입하고 균형잡힌 캐릭터들을 배치했다면 그것이 바로 영화의 역동적 장치로 활용됐을 것이다.
이호규 남예종예술실용전문학교 연기예술학과 교수. 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