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조현우 기자] 농림축산식품부가 살충제 계란 판문과 관련해 사실관계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잘못된 정보를 공표해 사태 초기 혼란을 증폭시킨 것으로 밝혀졌다.
17일 사정당국 등에 따르면 농림부는 하루 전인 16일 오전 살충제 ‘비펜트린’의 경우 피프로닐과는 달리 허용기준치 0.01㎎/㎏ 미만일 경우 사용 가능하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이는 같은날 김영록 농림부 장관이 직접 주재한 농림부 브리핑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김 장관은 “허용된 (비펜트린) 농약은 기준치 이하를 사용했다면 평소에도 유통됐어도 문제가 없다”며 앞서 입장을 그대로 공표했다.
그러나 불과 두 시간 뒤인 4시 허태웅 식품산업정책실장은 “친환경 인증은 비펜트린도 사용하면 안된다”고 해명했다.
농장 계란에서 처음 피프로닐 성분을 검출한 14일 오후 2시 이후 처음 이를 공표한 15일 자정까지 10시간의 여유가 있었음에도 기본적인 사실관계조차 확인이 안됐던 것이다.
실제로 일반 양계농장의 경우 기준치 0.01㎎/㎏ 미만의 비펜트린 사용은 가능하나 친환경 농장은 아예 사용해서는 안 된다.
주무부처가 친환경인증계란 기준 등을 혼동하면서 문제가 된 계란이 유통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농식품부가 15일 전북 순창군의 친환경 인증 농장에서 비펜트린이 검출됐으나 허용 기준치 미만이라 문제가 없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농림부는 다음 날인 16일 오전 5시까지 245개 농장에 대한 전수검사를 완료해 241개 농장에 대한 적합판정을 내리고 시중 유통을 허가했다. 당시 처음 문제가 됐던 순창군 농장의 계란은 적합판정을 받았다.
살충제 계란 추가 검출 농장을 발표하면서 지역을 오기하는 실수도 있었다. 농림부는 16일 오전 보도자료를 통해 ‘강원도 철원시 소재 A 농장’과 ‘경기도 광주시 소재 B농장’에서 각각 피프로닐과 비펜트린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실제로 비펜트린이 검출된 B 농장은 경기도 광주시가 아닌 경기도 양주시 농장이었다. 뒤늦게 사실을 확인한 농림부는 한 시간 뒤인 10시 40분경 내용을 수정했으나 이미 오보가 확산된 뒤였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상황을 조율하며 오보·루머 등의 확산을 철저하게 차단해야하는 주무부처가 오보의 근원지가 된 셈이다.
또 추가 검출 농장의 지역만 공개하고 농장을 발표하지 않은 것도 먹거리 안전에 대한 인식이 안일하다는 지적이다. 소비자들이 경기 전역과 강원도 전역의 계란을 기피하게 될 경우 문제가 되지 않은 농장까지 피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해당 문제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추가 적발된 철원과 양주 농장의 농장명을 밝히면서 일단락됐다.
이와 관련해 이낙연 총리는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살충제 파동이 끝날 때까지 조사와 조치의 과정과 결과를 날마다 일정한 시각에 투명하게 공개해 국민께서 실시간으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해주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akg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