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조현우 기자] ‘살충제 계란’ 파동이 이어지면서 조류 인플루엔자(AI) 종합방역대책 발표가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당장 다음 달부터 동아시아와 러시아 등지로부터 철새가 날아오기 시작하면 조류 인플루엔자(AI)가 발병할 가능성이 커 추가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 ‘살충제 계란’ 복병에 미뤄진 방역대책
17일 관계당국 등에 따르면 본래 김영록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16일 AI 종합방역대책을 발표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하루 전인 15일 0시경부터 살충제 계란 논란이 확산되자 관련 대응으로 인해 사실상 방역대책 발표는 미뤄졌다.
전수검사와 유통재개 등에 시일이 걸리는 점을 감안한다면 AI 종합방역대책 발표는 빨라야 다음 주 중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통상 9월부터 철새 이동이 시작되는 점을 감안했을 때 AI 발병까지 불과 한 달 남짓한 시간밖에 없는 상황이다.
◇ 무너진 AI 청정국의 꿈
우리나라는 지난해 8월경 국제수역사무국이 규정한 AI 청정국 지위를 확보했다가 3개월 만에 청정국 명패를 반납했다.
국제수역사무국은 최종 살처분 이후 3개월간 AI 추가 발생과 잔존바이러스가 없을 경우 청정국 지위를 부여하고 가금류 수출을 허용한다.
청정국 회복 3개월만인 지난해 11월 전남 해남과 충북 음성에서 발병한 고병원성 AI는 4개월 동안 전국을 덮쳤다. 당시 3000만마리가 넘는 가금류가 살처분되며 역대 최악의 AI로 기록됐다.
다행히 날씨가 풀리기 시작한 3월 중순경부터 확산이 점차 줄어들면서 4월 이후 의심사례가 발생하지 않았다. 당시 농림부 등 관계부처는 6월초에는 청정국 지위를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기도 했다. 통상적으로 여름의 경우 높은 온도와 습도로 AI 바이러스가 쉽게 사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5월 31일 ‘구제역·AI 특별방역대책기간’ 종료를 선언한 지 불과 사흘 만에 AI가 창궐하면서 청정국 회복의 꿈은 물거품이 됐다. 3일만에 재창궐한 AI로 17만6100만마리가 추가 살처분됐다. 청정국 지위 회복은커녕 여름 AI 발생으로 인해 ‘AI 상시발생국’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된 셈이다.
◇ 대책 흐지부지… AI 발생 코 앞
정부와 농림부 등 관계부처는 올 여름 발생한 AI의 원인을 철새로 지목했다. 방역·정부차원의 농가 검사 등 사실상 인력(人力)으로 할 수 있는 일을 다 했음에도 뚫린 것이다.
당시 일선 양계농가에서는 ‘철새는 천재지변’이라면서 ‘농가에서 철새로 인한 AI 확산을 막을 방법은 없다’며 대책을 촉구했다.
이후 정부와 관계부처, 민간단체 등은 AI 백신 사용을 통한 AI 억제와 차단 등을 집중적으로 검토했다. 그러나 백신 활용역시 농림부와 식약처의 가·불 의견충돌로 흐지부지됐다.
지난 7월 대한양계협회 주관으로 열린 ‘정부의 AI 방역 개선대책 토론회’에서 당시 김용상 농림부 방역관리과장은 “AI 백신 관련해서 전문팀 운영·공청회 등을 거쳐 접종 가능성과 방식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여전히 해당 논의는 계류 중인 상황이다.
경기도 평택에서 양계 농가를 운영하고 있는 전모(60) 씨는 “방역당국의 가이드라인에 맞춰 철저히 방역하고 있지만 문제는 어디서든 발생하기 마련”이라면서 “올 여름처럼 철새로 인해 확산된다면 이번에도 속수무책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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