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금융적폐 ‘정찬우’ 거래소 이사장으로 끝나야

[기자수첩] 금융적폐 ‘정찬우’ 거래소 이사장으로 끝나야

기사승인 2017-08-22 05:00:00

[쿠키뉴스=유수환 기자] 이달 17일 사임 의사를 표시한 정찬우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다양한 수식어를 갖고 있는 인물이다. 

그는 박근혜 정부 시절 금융계에서 실세로 군림해 온 인사다. 세간에서는 그를 ‘친박 금융권 실세’ ‘친박계 낙하산’ 혹은 ‘금융계의 우병우’ 등으로 일컬었다. 

정 이사장은 각종 수식어 만큼이나 논란의 중심에 있던 인물이다. 정 이사장이 한국거래소 이사장으로 낙점 당시부터 낙하산 인사로 당시 야당과 노조로부터 반발을 샀다.

당시 한국거래소 노동조합과 정의당 등은 그에 대해 “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를 비호하고 저축은행 사태에 책임이 있으며 ‘연피아’ ‘관피아’ ‘정피아’라는 타이틀을 모두 거머쥔 인물”이라고 비판했다. 

노조와 정치권에 따르면 정 이사장은 지난 2011년 론스타와 올림푸스캐피탈 사이에 벌어진 국제중재재판에서 론스타 측 증인으로 참석해 론스타의 입장을 적극 변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그는 금융위 부위원장 재직 당시 KEB하나은행 인사 개입 혐의에 공모했다는 혐의로 올해 2월 특검(특별검사팀)의 조사를 받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그의 한국거래소 이사장 자진사퇴는 ‘당연한 수순’이라고 말한다. 정권교체가 된 만큼 논란이 되는 인사들의 ‘물갈이’는 자연스럽게 이뤄지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들도 정 이사장의 발 빠른 사임은 현명한 선택이라고 말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친박 낙하산 논란 외에도 특검 수사까지 받은 상황이니 빨리 논란을 털고 나가는 게 그로서는 유리한 선택이다”라며 “괜히 오랫동안 버티다가 망신만 당하고 퇴진하는 것 보다는 좋은 그림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권의 물갈이 인사는 정찬우 이사장으로 그치지 않을 것이다. 예탁결제원, 한국증권금융 등 주요 금융기관 내 인사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문제는 ‘물갈이’로 그쳐서는 안된다. 단순한 낙하산 물갈이 혹은 정권 코드에 맞는 인물을 낙점하는 것은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지난해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채은행에 임원 자격 요건을 제시한 낙하산 방지법을 발의했으나 아직 계류 중이다. 해당 법안은 전문성을 중점으로 한 인사 내정을 위한 것이 주요 골자다. 하지만 이것 역시 근본적 해결책은 되지 못한다. ‘금융권 적폐’로 불리는 인물의 내정은 막기 어렵다는 평가다. 

결국 공공기관 이사회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강화하고 투명성을 확보하는 것에 주력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경우 공공기관 인사 내정은 장관에 그치지 않고 광범위하게 검증을 거쳐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결국 인사 개혁 외에도 시스템을 변화하는 것이 ‘적폐’ 청산을 위한 방안이라고 볼 수 있다. 

shwan9@kukinews.com

유수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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