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조현우 기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폐기를 언급하면서 국내 식품업계에는 빨간 불이 켜졌다. ‘재협상’과는 달리 ‘폐기’의 경우 관세 회귀로 원·부자재 가격이 올라 제품가격인상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현지시간으로 2일 외신 등은 허리케인 ‘하비’ 수해를 입은 텍사스주 휴스턴에 방문한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주 참모들과 한·미 FTA 폐기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경우 선거 유세기간 당시부터 한미 FTA가 미국에게 불리하게 체결돼 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유지한바 있다.
또 7월 문재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에 대한 미국의 무역적자가 110억 달러 이상 증가했는데 결코 좋은 협상이 아니다”라고 비판하며 “한국과 (재협상을) 바로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폐기를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4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미 FTA 폐기 언급과 관련해 “(폐기는) 결정된 사안이 아니지만 이에 따른 문제점도 가능성 중 하나에 포함해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식품업계에서는 한미 FTA가 폐기될 경우 업계 위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무관세·저관세가 사라질 경우 자연스레 원가가 상승하기 때문이다.
이는 미국이 관세철폐와 관세완화를 요구했던 지난 7월 한·미 FTA 재협상 논의 때와는 다르다. 당시 미국 무역대표부는 우리 측에 한미 FTA 재협상을 골자로 하는 특별공동위원회 개최를 요구하는 서한을 보낸바 있다.
한미 FTA가 폐기될 경우 그간 양국에 적용되던 우대관세율은 협정 발효 이전으로 돌아가 세계무역기구 회원국 수준이 적용된다.
재협상으로 관세가 낮아지거나 철폐돼 미국산 완제품과 가격경쟁이 어려워지는 것과는 반대의 상황이다.
따라서 대미 농·수·축산품과 원부자재 가격이 오를 경우 제조업체는 물론 소비자 식탁물가도 영향을 받게 된다.
이미 대미 수입물품은 국내 시장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한미 FTA 이후 국내 미국산 원료 등의 점유율은 2011년 8.5%에서 지난해 10.6%로 상승했다.
같은 기간 식물성 유지와 커피류 수입 증감률은 각각 80.4%와 84.8%로 크게 늘어났다. 오렌지 42.4%, 과실류 21.9% 등도 높은 상승폭을 보였다.
농·수·축산물과 가공식품 수입량은 매년 수위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 7월 식품의약품안전처 발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미국에서 수입된 축·수산물과 가공식품은 총 242만4000톤, 금액으로는 30억2100만달러로 여러 수입국 가운데서 가장 많았다. 이는 대미 전체 수입금액인 301억달러의 10%에 달하는 금액이다.
특히 소고기의 경우 지난해 15만6000톤이 수입돼 2015년 대비 46.5% 늘어났다. 시장 점유율은 48.4%에 달한다.
수입산 원부자재로 가공식품을 제조·판매하는 업체의 경우 부득이한 가격인상으로 인한 소비자 외면 등 직접적인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또 해당 제조업체로부터 포장지, 위탁생산 등 하청을 받는 중소기업까지 여파가 미치게 된다.
제조업체 관계자는 “결정된 것이 없기 때문에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면서 “만일 실제로 폐기가 결정되거나 혹은 미국에 유리한 조건으로 재협상 된다면 크든 작든 식품업계는 물론 전반적인 산업에 연쇄적인 여파를 미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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