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포착] 스펙 없이도 가능?…블라인드 채용을 둘러싼 논란

[키워드포착] 스펙 없이도 가능?…블라인드 채용을 둘러싼 논란

기사승인 2017-09-05 10:49:41


이승연 아나운서 ▶ 키워드로 시작하는 시간이죠. 키워드 포착. 오늘은 이승희 기자와 함께 합니다. 어서 오세요.

이승희 기자 ▷ 네. 안녕하세요. 키워드 포착의 이승희 기자입니다.

이승연 아나운서 ▶ 네. 오늘 제시해 주실 키워드는 무엇인가요?

이승희 기자 ▷ 네. 오늘 제가 제시할 키워드는, 블라인드 채용입니다. 

이승연 아나운서 ▶ 네. 얼마 전, 문재인 대통령이 이력서에 출신지나 학력 등을 기재하지 않는 이른바 블라인드 채용을 지시하면서, 그 내용이 핫이슈로 떠올랐는데요. 과연 스펙이 없는 사람들에게도 동등한 기회가 주어질지, 아니면 제대로 시행되기도 어렵고, 좁은 취업문도 그대로일지, 오늘 이승희 기자와 함께 이야기 나눠봅니다. 먼저 블라인드 채용은 어떻게 진행되는 건지 알아볼 텐데요. 이기자, 우리가 보통 회사에 지원하는 이력서에는 어떤 정보들을 쓰고 있나요? 

이승희 기자 ▷ 많이들 아시는 것처럼, 일반적으로 외모를 볼 수 있는 증명사진을 첨부합니다. 또 성별과 생년월일, 출신 대학, 전공, 학점 등을 기재하죠. 해외연수 경력이나 취득한 자격증 역시 첨부하게 되어 있습니다.

이승연 아나운서 ▶ 맞아요. 사실 꽤 많은 개인 정보를 적게 되어 있는데요. 앞으로 공무원과 공공부문에서부터 블라인드 채용을 하게 되면, 거기서 무엇을 빼면 되는 건가요?

이승희 기자 ▷ 불필요한 편견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정보들을, 적지 않도록 하는 것이 블라인드 채용의 골자입니다. 즉 직접 수행하게 될, 업무와 관련된 정보들에 한해, 작성하도록 하는 것이죠. 우선 학력이나 학벌, 지역 등의 항목은 다 빠지게 됩니다. 해당 조직이나 직무와의 적합성을 보일 수 있는 교육의 내용, 혹은 기술이나 경력적인 요소들이 기본 사항이 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당연히 면접의 중요성은 더욱 높아질 전망입니다.

이승연 아나운서 ▶ 네. 이력서에서 빠지는 부분이 있는 만큼, 자신의 실력과 가능성은 스스로 증명해야 할 텐데요. 이 블라인드 채용에 대한 이야기는 전부터 계속 나오고 있었어요. 정부와 공공기관 선도의 블라인드 채용 의무화는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했었죠?

이승희 기자 ▷ 네. 문 대통령은 대선 당시, 공약집에 스펙 없는 이력서를 포함시켰는데요. 이력서에 사진, 학력, 출신지, 스펙 등 인사 담당자에게 선입견과 차별적 판단을 가능하게 하는 요소를 배제하고, 오로지 실력과 인성만 가지고 평가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는 것이었습니다. 대선 기간 때 영상메시지 형태로 공개한 ‘주간 문재인’에서는, 스펙 없는 이력서를 주제로 다루면서, 직접 블라인드 채용의 장점을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이승연 아나운서 ▶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밝힌 스펙을 뺀 이력서의 장점. 어떤 점을 꼽고 있나요?

이승희 기자 ▷ 당시 문 대통령은 KBS가 2003년부터 5년 동안 블라인드 채용을 했는데, 이 시기 명문대 출신이 약 80%에서 30% 이하로 줄고, 지방대 출신 합격자는 10%에서 31%로 크게 늘어났다고 말했는데요. 편견이 개입되는 학력과 스펙, 사진을 없애니 비명문대와 지방대생들도, 당당히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승연 아나운서 ▶ 네. 그렇게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던 스펙 없는 이력서를 이제 공기업부터 전면 시행하도록 지시한 건데요. 사실 전부터 조금씩 행해지고 있긴 했었죠?

이승희 기자 ▷ 네. 맞습니다. 공무원은 2005년부터 학력란을 기재하지 않도록 했습니다. 고용노동부도 2007년부터 학력과 성별, 출신지 등을 삭제한, 표준 이력서를 만들어 사용을 권고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이건 모두 권고 사항일 뿐, 강제성이 있던 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실제 민간 기업에서는 대부분 사용하지 않고 있던 상황입니다.

이승연 아나운서 ▶ 그럼 이제부터는 공기업에 지원할 때, 학력 등의 사항은 전혀 적지 않아도 되는 건가요?

이승희 기자 ▷ 예외도 있습니다. 채용 분야가 일정 이상의 학력이나 스펙, 신체 조건을 요구하는 경우인데요. 이와 같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력서에 학벌이나 학력, 출신지나 신체조건, 말하자면 차별적 요인들은 일체 기재하지 않아야 합니다. 

이승연 아나운서 ▶ 네. 명문대나 일반 대학 출신, 서울에 있는 대학 출신이나 지방대 출신이나 모두 똑같은 출발선에서 오로지 실력으로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게 하라는 의도인데요. 그와 관련해서 법안도 추진 중이라고요?

이승희 기자 ▷ 네. 그렇습니다. 신창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근 블라인드 채용 법안을 대표 발의했는데요. 차별적인 개인 신상 정보의 요구 금지 조항을 신설하고, 신체 조건이나 사회적 신분 등을 이유로, 인권침해 및 성희롱을 할 수 없도록 규정한, 법률 개정안입니다. 공공, 민간 부문 모두, 채용 이력서에 증명사진 부착은 물론, 출신지와 학력 스펙 등, 지원자의 외모나 배경 등을 배제하는 것을 의무화 하는 법안도, 국회에 제출된 상태입니다.

이승연 아나운서 ▶ 그럼 그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어떻게 되는 건가요? 달라지게 되는 내용에 대해서도 알려주세요.

이승희 기자 ▷ 우선 기업은 구인 시 학력과 출신지, 신체조건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신상정보들을 구직자에게 요구할 수 없게 됩니다. 또 취업 과정에서 구직자의 인권을 침해하거나 성희롱 등의 모욕적 언행을 하면,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 처분이 내려지게 됩니다.

이승연 아나운서 ▶ 아무래도 여당 입장에서는 기대하는 바가 크겠어요.

이승희 기자 ▷ 네. 물론입니다. 여당은 이번 개정으로 블라인드 채용이 민간에 확산되면, 스펙보다는 지원자의 역량을, 더 심도 깊이 평가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기대를 내비쳤는데요. 개인적 배경이나 조건에 따라 차별받는 문화를 개선하고, 실력에 따른 공정한 취업 기회를 보장하는 전환점이 마련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승연 아나운서 ▶ 네. 그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지, 앞으로 지켜봐야겠네요. 그리고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현재 공무원과 공공기업 일부에서는 이미 블라인드 방식을 채용 시스템으로 적용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그 효과는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지 궁금해요. 이승희 기자, 어떤가요?

이승희 기자 ▷ 편차가 매우 크다고볼 수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강제가 아니라 권고 사항이기 때인데요. 블라인드 채용을 도입한 지역도 많지만, 제대로 도입이 안 된 지역의 공기업들도 많은 상황입니다. 그러나 정부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KBS도 이런 블라인드 방식을 통해서 지방대 출신의 합격자가 크게 늘었다는 것을 볼 때, 기본적으로 출신대학 차별을 해소하는 효과는, 기대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승연 아나운서 ▶ 그렇군요. 전체적으로 시행이 된 게 아니기 때문에, 평가를 내리기는 무리가 있는 건데요. 사실 그동안 우리는 이런 부류의 차별을 계속 겪으면서 살아왔어요. 특히 출신 대학에 대한 차별은 많은 사람들이 겪은 문제이기도 하고요.

이승희 기자 ▷ 네. 맞습니다. 한국교육개발원의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90% 이상이 출신 대학에 따른 차별이 있다고 응답했는데요. 학력이나 학벌, 지역 차별은, 한국 사회에서 오랜 시간 굳건하게 자리 잡고 있는, 고질병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승연 아나운서 ▶ 네. 물론 한 순간에 그런 차별이 바뀌지는 않겠죠. 하지만 앞으로 공공기업과 민간기업 모두에서 블라인드 채용이 확산만 된다면, 좀 달라진 분위기를 기대해볼 수 있겠죠? 

이승희 기자 ▷ 일단 학벌주의와 지역주의를 타파하는 데, 크게 한 몫 할 것으로 보입니다. 학벌주의가 없어지면 학생들의 짐도 덜어줄 수 있을 텐데요. 어린 아이들과 중, 고등학생들이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 아침부터 밤까지 학교와 학원을 오가는 일도, 줄어들 수 있을 것입니다. 

이승연 아나운서 ▶ 네. 키워드 포착. 오늘은 이승희 기자와 함께 구직자의 개인적 배경이나 신원 등 개인 신상에 관한 사항을 공개하지 않고, 지원자의 업무 수행 능력을 객관적인 평가기준으로 채용하는 방식. 블라인드 채용에 대해 알아보고 있는데요. 이번에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이 블라인드 채용에 대해 언급한 후, 대중들의 반응이 궁금해요. 어떤 반응들이 나오고 있나요?

이승희 기자 ▷ 네. 한 구인 구직 회사가 구직자 300여명을 대상으로 블라인드 채용에 대해 조사한 결과에서, 77.4%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이승연 아나운서 ▶ 많은 사람들이 긍정적으로 보고 있는 건데요. 블라인드 채용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는 이유는 뭔가요?

이승희 기자 ▷ 스펙에 의한 선입견을 배제할 수 있어서, 실무에 필요한 역량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학벌이나 나이 등 불필요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스펙을 준비하기 위해 시간이나 돈을 낭비하지 않아도 된다는 이유도 있었고요. 또 부모의 직업 등 배경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있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결국 많은 사람들이, 스펙으로 평가받는 채용 분위기에서 탈피해야 한다고 보고 있는 것입니다.

이승연 아나운서 ▶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블라인드 채용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 또 기대를 하고 있지만, 실제적으로 볼 때 아직 공공기업조차 시행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기자, 혹시 민간 기업에서 블라인드 채용을 시행하는 경우가 있나요?

이승희 기자 ▷ 네. 많지는 않지만 있습니다. 한 간장 회사는 2017년 상반기 대졸 신입사원 공개 채용에, 열린 채용을 도입했습니다. 채용 절차는 서류 전형, 인·적성검사, 면접 순으로 이뤄졌는데요. 해당 기업은 이번 채용을 통해, 국내 최초로 젓가락 면접을 도입했습니다. 젓가락 면접은 지원자가 젓가락으로 음식을 집는 모습을 관찰한 뒤, 올바르게 젓가락을 사용하는지, 음식에 대한 지원자의 태도는 어떤지 파악하는 것입니다. 당시 많은 취업준비생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고 합니다.

이승연 아나운서 ▶ 출신 학교나 학점 뿐 아니라 성별과 나이에서도 차별을 두지 않았다니, 많은 사람들이 지원할 수 있었을 것 같은데요. 일단 반가운 소식이에요. 그리고 또 어떤 기업에서 블라인드 채용을 시작했나요?

이승희 기자 ▷ 한 저가 항공사 역시, 올 상반기 신입과 경력직 200여명을, 열린 채용 방식으로 선발했습니다. 나이, 어학점수, 자격증 등의 조건을 완전히 배제하는 블라인드 전형으로, 지원 및 평가 채널로는 SNS가 채택됐는데요. 지원자가 SNS 영상 지원을 통해, 자신의 역량을 드러낼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해당 전형은, 1차에서 서류제출이나 기타 평가 없이, 영상 심사로만 이루어진 후, 2차에서 임원면접으로 최종 채용이 결정됐습니다. 

이승연 아나운서 ▶ 네. 일단 민간 기업에서 블라인드 채용을 시작하고 있다는 자체에 박수를 보내고 싶은데요. 하지만 대부분의 민간 기업들 반응은 긍정적이지 않은 거죠? 

이승희 기자 ▷ 네. 대체로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당장 시행하는 데는 난색을 표하고 있습니다. 기업들 입장에서는 개인의 스펙이, 지원자를 객관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밑바탕이 된다는 것인데요. 그런 기준이 전혀 없이 채용을 진행한다면, 사실상 입사자를 뽑기가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이승연 아나운서 ▶ 그러니까 뭔가 객관적인 기준이 없어진다는 거죠? 

이승희 기자 ▷ 네. 그렇습니다. 또 만약 블라인드 채용을 실시한다고 하더라도, 스펙을 대체할 심층 면접과 인성 평가 등, 정교한 선발 기준을 만드는 데 준비가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실질적인 인재를 뽑기 위해서는, 면접에 대한 기준이라든지, 구술 면접 등을 강화하는 형태로 해야, 제대로 적용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승연 아나운서 ▶ 네. 아무래도 그런 기준을 만드는 준비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단기간에 시행하기는 쉽지 않겠죠. 

이승희 기자 ▷ 그렇습니다. 보통 민간 기업에서 한 번 채용을 하려고 하면, 작게는 수천 명, 많게는 수만 명이 몰려듭니다. 이때 서류 전형부터 블라인드 시스템으로 하면, 평가에 끝이 없다는 것이죠. 과거라면 서류 전형에서 학교, 스펙 등으로 지원자의 90% 이상을 정리했지만, 블라인드 채용에서는 그럴 수 없으니 어렵다는 것입니다.

이승연 아나운서 ▶ 물론 확대 시행이 되면 좋겠지만, 아직까지 모든 민간 기업에게 적용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할 것 같네요.

이승희 기자 ▷ 네. 기업에 따라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많은 준비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직무나 조직의 적합성을 가릴 수 있는 시험을 통해, 많은 지원자들을 한 차례 걸러내고, 그 후에 차별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요소들을 배제한 채, 면접을 보는 방식 정도가 되겠는데요. 그렇게 되면, 제도의 취지도 따르면서, 기업에도 실질적인 모니터링 작업 방안들을 시행할 수 있게 하는 방법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승연 아나운서 ▶ 네. 또 블라인드 채용을 둘러싼 자율성 침해 논란도 만만치 않기 때문에,  아무래도 민간 영역 확대까지는 다소 시일이 걸릴 전망인데요. 문 대통령 역시 민간 기업에 대해 바로 강제성을 두라고 지시한 건 아닌 거죠? 

이승희 기자 ▷ 네. 문 대통령 역시 강제성을 두지는 않았습니다. 법제화되기 전까지는 민간 기업에 강제할 수 없지만, 권유한다는 의견만 피려한 상태인데요. 대기업들에도. 과거 블라인드 채용제를 통해서, 훨씬 실력 있고 열정 있는 인재를 채용할 수 있었다는 것만 알아달라는 입장입니다.

이승연 아나운서 ▶ 네. 블라인드 채용이 바로 확산되어 시행되기는 어려움이 있을 것 같아요. 앞서 이미 사용되고 있는 표준 이력서를 봐도 그런데요. 사실 고용노동부가 표준 이력서 양식을 만들었다고 하더라도, 모든 공공기관이나 민간 기업에게 그대로 확산되어 적용되고 있는 건 아니잖아요.

이승희 기자 ▷ 네. 그와 관련해 공기업 10곳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가 있는데요. 이미 표준 이력서가 정부 부처에 제시됐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출신 학교를 밝히도록 하는 이력서 작성이 60%가 됩니다. 학교 소재지를 밝히는 것은 70%고요. 그러니 정책적 효과가 나타나기를 기대한다면, 공무원뿐만 아니라 공공기관, 민간까지 널리 확산될 수 있는 방식이, 좀 더 일관되고 확실하게 뒷받침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이승연 아나운서 ▶ 네. 문재인 대통령은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 라고 밝혔고, 청년 일자리 공약 실천으로 블라인드 채용을 내어 놓았습니다.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젊은이라면 누구나 실력을 겨룰 기회를 보장받아야 하고, 채용에서 평등한 기회와 공정한 심사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건데요. 아직은 갈 길이 멀지만, 조심스레 응원해 봅니다. 키워드 포착. 오늘은 여기서 마칩니다. 이승희 기자,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이승희 기자 ▷ 네. 감사합니다. 

aga4458@kukinews.com

이승희 기자
aga4458@kukinews.com
이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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