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은 꿈을 꾸기 힘든 현실에 갇혀있습니다. 공부를 잘해야 하고 생활태도가 좋아야 하며 다양한 활동도 섭렵해야 합니다. 리더십도 갖춰야 하고요. 학교나 사회에서 학생들에게 참 많은 것을 요구하고 있어요. 어쩌면 그래서 안정적인 공무원이나 교사 등의 꿈을 꾸는지도 모르겠어요. 이런 상황에서 K-MOOC는 학생들이 새로운 세계로 향할 수 있는 연결 통로가 돼 주는 걸 목격했습니다. 학생들 얼굴에서 자신감이 보여요.”
충남외고에서 국어를 가르치고 있는 교사 임낭아씨는 올해 초 학생들에게 수행평가를 K-MOOC(한국형 온라인 공개강좌·Korea Massive Open Online Course)와 접목해보자고 제안했다. 관심 있는 분야를 정해 배움공동체를 운영했던 학생들의 모습을 돌아보던 중 활동의 깊이를 더하기 위해서는 전문적인 정보나 지식을 접할 기회가 필요하다는 판단이 섰다. “케이무크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생각보다 많은 범주의 강의들이 주차별로 다양하게 마련돼 있었어요. 이 정도라면 우리 학생들이 충분히 감당하고 활용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무엇보다 정규 교육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내용, 가령 북한에 대해 다루는 강좌나 마케팅 관련 강좌는 실제로 학생들에게 유익했습니다.”
임씨는 특히 학생들의 진로를 찾아가는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그 과정 속에서 미처 알지 못했던 자신을 알게 되고, 막연하게 그렸던 꿈도 구체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K-MOOC는 진로를 정해놓고도 확신을 갖지 못한 학생들에게 답을 줬다. “처음에는 타의로 점수를 받기 위한 수행평가 일환으로 시작했다면 시간이 지나면서 자의로 강좌를 듣게 됐다는 학생의 말을 들었어요. 학생들이 써낸 K-MOOC 감상문에서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얘기 중 하나가 ‘듣고 싶은 강의를 직접 택해 듣는 게 이렇게 재미있는 일인지 몰랐다’는 것이었습니다. 더불어 ‘질 좋은 강의를 수강했더니 그 진로에 더 애착이 생겼다’, ‘수준 높은 강의를 더 들을 수 있는 대학에 꼭 진학해야겠다’ 등의 소감이 있었어요.”
사실 K-MOOC 수강은 학생들로서는 많은 공을 들여야 하는 일이었다. 주중엔 수업이 빡빡해 주로 주말에 짬을 냈고, 기숙형 고교라는 특성상 인터넷 접속 시간과 장소도 지켜야 했다. 홀로 강좌를 들은 학생 중에는 의지할 친구가 없어 목표를 채우는 데 부담을 가진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대다수 학생들은 쉽지 않은 K-MOOC 수강 여정을 즐기고 기다렸다. “학생들의 열의를 확인하고 보니 온라인 강좌를 오프라인과 연계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커졌습니다. 캠프형식 등 수강자들끼리 여름, 겨울 방학을 이용해 만나보는 활동을 전개하면 효과를 더 높일 수 있을 듯 해요.”
임씨는 내년에도 K-MOOC를 통한 수행평가를 계획 중이다. 더불어 학교에 K-MOOC 영상전을 제안하고 교사들과 논의해볼 생각이다. 영상 제출 전에는 관련 두 과목 이상 담당 교사에게 조언을 구해야 하는 등 기본 가이드라인도 구상했다. “전교생을 대상으로 학년별 개인, 2인, 3인 이상 단체 등으로 구분해 교내 대회를 운영해봤으면 해요. 특수목적고라 이과 과목이 적은 편인데, 교내에 없는 과목에 한해서는 중학교 은사나 인근 대학 교수의 피드백 또는 인터뷰를 담아 참여할 수 있도록 의견을 내놓으려 합니다. 올해보다 내년에 더 많은 우리 학생들이 K-MOOC의 문을 두드려 자신과 자신의 길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 있는 기회를 얻었으면 해요.”
ivemic@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