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경필 경기도지사의 정치 인생에 먹구름이 드리웠습니다. 아들의 마약 투약 혐의 때문입니다. 부친의 후광을 입어 정계에 입문한 남 지사지만, 아들로 인해 정치 인생 마감의 기로에 섰습니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18일 필로폰을 투약한 혐의로 남 지사의 장남 남모(26)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습니다. 남씨는 채팅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함께 마약을 투약할 여성을 찾던 중 경찰에 덜미가 잡혔습니다. 긴급체포 되던 당시 남씨는 마약에 취한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죠.
남씨가 사회적 물의를 빚은 것은 처음이 아닙니다. 남씨는 군 복무 중이던 지난 2014년 후임을 폭행하고 성추행한 혐의로 입건됐습니다. 당시 육군 제5군단 보통군사법원은 “후임병을 가르치고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수개월 동안 범행을 지속했다”면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습니다. 그 후 3년도 지나지 않아 남씨가 다시 범죄에 연루된 것입니다. 국민의 시선이 고울 리가 없죠.
가족으로 인한 잡음은 정치권에서 종종 있었던 일입니다. 정몽준 전 새누리당 의원은 아들이 SNS에 “국민 정서가 미개하다”는 글을 올려 질타받아야 했습니다. 장제원 자유한국당 의원도 미성년자 아들의 성매매 의혹 논란으로 홍역을 앓았죠. 지난 7월에는 야당 국회의원 아들이자 현직 판사인 A씨가 지하철에서 몰카범죄를 저지르다 현행범으로 체포되기도 했습니다.
유사한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정치인들은 “죄송하다.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없도록 할 것”이라는 식의 천편일률적인 대답들을 내어놓았습니다. 남 지사도 마찬가지입니다. 독일 출장을 중단하고 19일 귀국해 기자회견을 열었죠. 그는 기자회견에서 “아버지로서 아들을 제대로 못 가르친 저의 불찰”이라며 “아버지로서 참담한 마음이다.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습니다. 또 “제 아이는 경찰 조사에 성실히 임할 것”이라며 “자신이 저지른 죄에 대해서도 그에 합당한 벌을 받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남 지사의 사과에도 국민의 얼어붙은 마음은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네티즌들은 “자식 교육도 제대로 못 하는 사람이 어떻게 도민을 챙겨?” “군대에서 유사성행위 시킨 것도 충격이었는데, 이제 마약까지? 할 말은 많지만 하지 않겠다” “변명은 됐습니다. 사퇴하세요” 등의 반응을 보였습니다. 신동욱 공화당 총재도 18일 자신의 SNS에 “군내 폭행에 이어 마약까지 (발생하다니) 막장 정치드라마가 따로 없다”면서 “경기도지사직을 사퇴하고 정계 은퇴 선언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죠.
‘부모는 자식의 거울’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자식이 부모의 행동을 답습한다는 뜻입니다. 자식이 잘못했을 때 부모가 책임감을 느끼는 이유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될 수 있죠. 무엇보다 남 지사는 경기도민의 민생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입니다. 아들도 보살피지 못한 그가 1300만 도민의 삶을 제대로 헤아릴 수 있을지 의문인데요. 지금 남 지사보다 더 참담함을 느끼고 있는 건 국민 아닐까요.
이승희 기자 aga4458@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