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절벽을 마주한 대학들의 위기의식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입학 지원율이나 재정여건 등에서 서울·수도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세에 놓인 지방의 대학들은 신입생은 물론 이탈하는 재학생을 한명이라도 더 붙잡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 재정지원 유치, 대학 간 연합 등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는 이유도 결국 학생을 유치하기 위한 각축전의 한 단면이다.
◇ 갈수록 확대되는 추가모집… “학생, 악순환 끊는 동력”
대학교육협의회에 확인한 4년제 대학들의 ‘추가 모집’ 현황을 보면 대학들의 수시·정시 미달 규모는 갈수록 커진다. 지난 2015학년도에 9,086명이었던 추가모집 인원은 2016학년도 9,262명, 2017학년도 9,794명으로 증가세를 그렸다. 추가모집을 진행한 대학의 수도 5년째 늘었다. 2013학년도 119개에서 올해는 161개에 달하는 대학이 재차 수험생들에게 손을 내밀었다.
전국 4년제 대학의 수는 총 196개로 2012년 이후 이렇다 할 변동이 없다. 대학이 더 늘어난 것도, 모집 정원이 예년에 비해 크게 확대된 것도 아닌데 이처럼 대부분의 대학이 제때 충원을 하지 못한 이유는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여파가 거세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교육부에 따르면 당장 내년부터 대입정원과 고교 졸업자 수의 역전현상이 일어난다. 2013년 63만 명이던 고교 졸업자 수는 10년 뒤인 2023년에 40만 명 선 밑으로 떨어져 이른바 ‘입학절벽’ 시대를 연다. 특히 서울·수도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입학 지원율이나 재정여건이 부족한 지방의 대학들 중에서는 조만간 입학생이 없어 문 닫는 곳이 속출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방 대학 관계자들은 결국 학생이 악순환을 끊는 기본 동력이라고 입을 모은다. 선발 인원 등은 곧 존폐를 가르는 잣대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방 A대학의 한 학과장은 “입학한 학생들의 중도탈락률도 6%를 넘기고 있다”며 “이래저래 학생을 붙잡기 위해 사활을 걸어야 하는 상황이다”라고 토로했다. 이어 “전형 자체를 당국의 요구에 맞춰 전개해야 하니 대학의 색깔도, 경쟁력도 상실된 점이 있다”고 덧붙였다.
◇ “뭉쳐서 뚫자” 연합 구축해 경쟁력 보강
강원대와 강릉원주대는 지난 1월 전국 최초로 연합대학을 구축했다. 이후 도서관 상호 개방, 교육 프로그램 개발 등 후속조치 실행을 이어가고 있다. 연합대학은 광역권 국립대들이 교류와 협력을 긴밀히 맺는 조치로 서로의 기능과 역할을 재편한다. 궁극적으로는 대학 행정·재정의 통합 추진도 염두에 둔 관계다. 충남대와 공주대, 한밭대, 공주교대도 ‘지역 국립대학 간 연계협력을 위한 협약’을 체결해 상생 발전을 꾀하고 있다.
지난 7월에는 전북지역대학교 총장협의회가 교육·연구·학술분야 상호협력을 위한 협정식을 가졌다. 협정을 통해 전북대, 우석대, 원광대 등 이 지역 11개 국립대와 사립대는 교육과정을 공동 운영한다. 또 정부 재정지원사업에 대응하는 컨소시엄도 가동한다.
부산의 사립대인 동서대와 경성대는 올해부터 공유 강의를 개설해 운영 중이다. 장제국 동서대 총장은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충격은 지방 사립대가 더 클 것이다”라며 “대학 간 협력을 통해 장점을 살린 경쟁력을 갖춰 나갈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B대학 입학처 관계자는 “한 대학이 가졌던 한계는 두 대학이 힘을 합쳐 보완할 수 있다”며 “이렇게라도 경쟁력을 확보해야 신입생도 재학생도 잡을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 재정지원 유치 경쟁… “정원 줄여도 미달 보여”
반면 ‘선택과 집중’을 명분으로 살점을 도려내 몸집을 줄이는 작업도 병행됐다. 경성대는 무용학과, 정치외교학과 등 4개 학과의 폐과를 단행했다. 연암대도 2018학년도부터 뷰티아트과, 외식산업과 신입생을 받지 않기로 결정했다. 대학들은 정부의 구조개혁평가에 따라 매년 학과 평가를 시행하고 있으며, 평가지표에는 신입생 충원율, 재학생 탈락률, 졸업생 취업률 등이 포함된다.
교육부의 대학 구조개혁은 입학절벽을 대비하기 위해 2014년부터 시행됐다. 2014∼2016년 입학정원 4만 명을 줄이고, 다시 올해부터 2019년까지 5만 명, 2020년부터 2022년까지 7만 명 이상을 감축할 계획이다. 교육부는 정원을 줄인 대학에 재정을 지원한다. C대학 홍보 담당자는 “대학 입장에서는 정부의 지원을 가져오는 게 중요할 수밖에 없다”면서 “재정지원사업을 따내는 데 공을 세운 교수가 더 인정을 받기도 한다”고 말했다.
D대학의 한 교수는 “정원을 줄여도 미달되는 학과가 보인다”며 “교수들도 학생 유치에 나서는 상황이다”라고 전했다. 정원을 채우는 데 애를 먹고 있는 지방대들 중에서는 신입생 모집을 위해 파격적 혜택을 내건 경우도 적지 않았다. 대학마다 최신 노트북과 해외 연수, 전액 장학금, 대기업 취업 등을 잇따라 지원하고 기숙사 등 학내 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우선권을 제공하기도 했다. B대학 입학처 관계자는 “해외 연수나 노트북보다 더 한 것을 고민하는 지방대들이 많을 것이다”라면서 “충원율을 높일수록 대학에 유리하게 작용하는 요소들이 많아지는 만큼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성일 기자 ivemic@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