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가장 큰 과제는 앞으로 유행할 감염병의 대응"

"인류의 가장 큰 과제는 앞으로 유행할 감염병의 대응"

[인터뷰] 美 루이빌의대 줄리오 알베르토 라미레즈 박사

기사승인 2017-09-22 00:06:00
“전쟁보다 인류에게 더 큰 문제는 다음 유행병이 무엇이 될 것인가이다”

최근 국내에서 열린 ISAAR&ICIC 학술대회 참석차 한국을 찾은 줄리오 알베르토 라미레즈 박사(미국 루이빌 의과대학)는 “인류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감염병에 대한 대처가 중요해질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라미레즈 박사는 “세균, 항생제 내성, 기후변화, 지역특이성 등 기존에는 문제가 안됐던 새로운 문제들로 인한 새로운 감염병은 더 큰 문제가 될 것이다”라며, “현재 나와 있는 백신들도 혈청형의 변화에 따라 변해가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항생제 내성 및 감염병 질환’에 대해 최신지견을 나누는 이번 학술대회에서 ‘루이빌 연구’에 대해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지역사회 획득성 폐렴의 발병률 및 질병부담’에 대해 조사하기 위해 지난 2014년 6월부터 2016년 5월까지 2년간 루이빌(Louisville) 지역 9개 병원에 입원한 18세 이상 성인 18만6384명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진행했는데 지역사회 획득성 폐렴의 연간 발병률은 10만명 당 649명으로 나타났다. 

특히 65세 이상 성인에서 지역사회 획득성 폐렴의 발병률은 연간 10만명 당 2,212명으로 전체 평균 발생률 대비 3.4배 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흡연자 그룹과 비만·당뇨병·뇌졸중·울혈성심부전·만성폐쇄성폐질환 등의 만성질환자 그룹에서도 전체 평균 대비 높은 발병률을 보였다. 

이에 대해 라미레즈 박사는 “이번 연구에서 지역사회 획득성 폐렴의 위험성이 특히 높게 나타난 이유는 과거에 비해 평균 수명이 늘어나면서 고위험군인 고령자 수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또 과거에 비해 면역저하자 수도 증가했다”며 “무엇보다 전수조사를 통해 이전 연구와 비교해 훨씬 더 많은 환자를 발견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령화에 따라 노인 질환들의 발병도 늘어나고 그로 인한 사회경제적인 부담도 높아졌다”며 “많은 국가에서 65세를 은퇴, 정년 연령으로 보고 있다. 현재는 기대수명을 70~80세 이상으로 바라봐 전 세계 정부들은 갑자기 늘어나는 고령자들을 어떻게 관리할 수 있는가에 대한 문제에 직면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또 “고령화가 되면 당연히 만성질환자도 많이 늘어나고 폐렴 발생률도 높아지게 된다. 과거 폐렴을 앓았던 환자를 추적 관찰 해본 결과, 9% 정도의 환자에서 같은 해에 질환이 재발했고, 1년 이후에 재발한 경우도 상당히 많았다. 이로 인한 개인적인 부담도 높아진다고 할 수 있다”며 “이번 루이빌 연구를 통해 65세 미만에서도 나이와 관계없이 만성폐쇄성폐질환, 당뇨병 등 만성질환을 보유한 환자에 있어 지역사회 획득성 폐렴의 발생률이 크게 늘어난 것을 다시 한번 확인 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백신 접종이 폐렴의 질병부담이 감소시켰다고 강조했다. 라미레즈 박사는 “백신이 질환부담을 감소시킨다는 것은 이견의 여지가 없다고 생각한다. 소아를 대상으로 한 연구결과, 프리베나13(PCV13)의 접종군에서 폐렴구균 폐렴의 질병부담을 확실하게 감소시켰음을 밝힌 데이터가 있다. 성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로는 CAPiTA 연구에서도 65세 이상 성인에서 폐렴구균 폐렴의 예방효과가 50%로 확인됐다. 낮은 수치처럼 보이겠지만 훌륭한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성인, 특히 65세 이상 고령의 경우 면역체계가 무너지는 항체 생성이 소아에 비해 활발하지 않기 때문에 100%의 예방효과를 얻기 어렵다. 성인에서는 소아와 예방접종 효과에 대한 기대치를 다르게 생각해야 한다”며 “성인에서는 예방접종을 했더라도 병에 걸리는 사람이 발생할 수 있지만, 균혈증 등 중증의 폐렴구균 질환의 발생률을 낮춰주는 효과가 있다. 질환 발병을 막는 것뿐만이 아니라, 발병이 됐더라도 중증으로 진행되지 않도록 하는 것도 백신의 효과”라고 밝혔다.

현재 폐렴 백신은 고령자에게 13가 단백접합백신 및 23가 다당질백신 접종을 권하고 있다. 라미레즈 박사는 “미국의 질병관리본부는 PCV13(13가 폐렴구균 단백접합백신)을 우선 접종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다만 PPSV23(23가 폐렴구균 다당질백신)이 더 많은 혈청형을 포함하고 있어 PCV13에 없는 혈청형에 대해 예방 효과를 얻을 수 있도록 PCV13을 접종한 뒤 PPSV23을 접종할 것을 권고 하고 있다”며 “미래에 PCV23(23가 폐렴구균 단백접합백신)이 출시된다면 1개 백신을 접종하는 것으로 귀결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영유아에서 백신으로 예방효과를 얻은 아이들의 효과가 고령까지 유지가 될지는 시간을 두고 지켜보아야 할 사항이다. 우선 영유아에서 4회 예방접종을 해도 그 효과가 65세 이상까지 유지될 수 있을지는 아직 알 수 없다”며 “세균이 항생제에 대한 내성을 키워나가는 것처럼, 백신에 대한 저항력도 키워나갈 가능성이 있다. 또 폐렴구균을 많이 발생시키는 혈청형이 바뀌어 지금은 예방이 중요하지 않았던 혈청형이 나중에는 예방이 필요해질 수 있기 때문에 시대에 따라 요구되는 혈청형에 맞게 백신도 변화할 필요가 생길 것이다”라고 말했다.

조민규 기자 kioo@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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