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대학 70곳·강좌수 300개… ‘생활 속 배움터’
강좌별 학습자 경향 정밀 분석 반영
나이를 먹어도 ‘나의 미래’에 대한 확신은 늘 부족하다. ‘자신의 꿈을 찾는 과정을 경험해 본 적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선뜻 답을 낼 사람이 얼마나 될까. 경험이 없으면 답도 여의치 않다. 충남외고 국어교사 임낭아(33)씨는 점수로 서열화되는 일상에 갇혀 ‘내가 어떤 것에 관심 있는지’ 몰라 답답해하는 학생들을 수없이 목격했다. 임씨는 올해 초 새 수행평가 모델을 제안하며 모험을 했다. ‘진로 관련 케이무크 강의 듣고, 나만의 노트 만들기’. 대입 준비로 바쁜 고3 학생들에겐 부담이 될 수 있는 수행평가라 걱정이 앞선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기우에 그쳤다. 150여명의 학생들이 학교가 제공하지 못한 45개 관심 강좌를 접하며 막연했던 앞길을 찾아갔다. 임씨는 “대부분 주말에 짬을 내 수강했는데, 기다리고 즐거워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면서 “강좌가 전공적합성, 자기주도성, 성실성 등 여려 면을 살려 만족스러웠고, 학생들은 진로에 애착과 믿음을 갖고 구체화했다”고 말했다.
꿈에 다가선 얘기는 또 있다. 드론업계 취업을 희망했던 김일우(32)씨가 현재 드론 제작 업체에서 제어알고리즘 설계를 보고 있게 된 데에는 케이무크 강좌 ‘알기 쉬운 드론항법 제어’가 결정적이었다. 항공우주공학도인 김씨는 강좌를 들으며 자신만의 ‘드론항법 제어 기본서’를 만들 수 있었다. 이를 바탕으로 실제 드론을 만들어 시험하는 등 적용 사례도 남겼다. 기본서는 그가 실무를 맡고 있는 지금 점점 살을 붙여간다. 김씨는 “‘이론 중심’ 기본서에 경험을 보태면 버전2, 버전3가 실현된다”며 “최종목표는 상황과 임무를 판단하는 인공지능 드론을 개발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올해 상반기 참여대학 70곳, 강좌 수 300개를 펼친 한국형 온라인 공개강좌 ‘케이무크(Korean Massive Open Online Course)’가 ‘생활 속 배움터’로 뿌리내렸다. 2015년 전개를 시작한 이후 교육 접근성과 형평성을 끌어올리자는 취지에 부합한 경험사례가 속속 이어진다. 특히 지식 순환주기가 짧아지는 현 시점에서 고등·평생교육 기회를 보장한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지난 7월까지 케이무크 홈페이지에 가입한 학습자 수는 총 166,344명. 연령대는 20대 미만 15%, 20대가 36.9%, 30대 16.3%, 40대 16.8%, 50대 이상 14.9%로 고루 분포됐다. 대학생은 사전수업 준비나 심화학습에, 일반학습자는 자격·시험 대비 및 재취업을 위해, 시니어들은 자기계발 등에 나서며 케이무크를 활용한다.
케이무크는 운영 서비스인 ‘인사이트(Insights)’를 돌려 학습자에게 접근한다. 인사이트는 강좌별 학습 경향을 세심하게 챙긴다. 접속 위치 분포는 물론 동영상 재생 시점별 이용자 수, 학습자별 문제풀이·게시판 참여 통계 등을 파악해 강좌 전략을 세우는 밑그림을 그린다. 반응 분석은 곧 케이무크 개발의 전제인 셈이다. 이를 통해 국내 대학의 분야별 교수진이 공 들인 제작물은 ‘수요자 맞춤형’ 강좌로 거듭나고 소통학습은 더 원활해졌다.
높은 만족도를 이끌어냈던 나흥식 고려대 교수의 ‘생물학적 인간’, 최다 수강 기록을 달성한 김희준 서울대 명예교수의 ‘우주와 생명’, 가장 많은 추천을 받은 안득만 부산대 교수의 ‘고체역학’ 등 다양한 강좌가 각 영역에서 학습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올해는 4차 산업혁명시대 대응을 위한 인공지능, 데이터사이언스 등을 다룬 강좌들이 추가돼 기대를 더하고 있다. 안득만 부산대 교수는 “시공간을 뛰어넘는 케이무크는 미래 가능성을 열었다”고 평가하면서 “질 좋은 강좌가 늘면서 학습자가 가져가고 싶은 내용이 많아졌고, 배우면서 갖는 흥미와 재미도 이어갈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김성일 기자 ivemic@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