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간 노사 갈등을 겪던 과정에서 사측이 수차례 폐업 통보하면서 ‘위장폐업’ 의혹이 제기된 경남 창원의 (주)케이비알이 무혐의 처분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이 사건을 수사한 고용노동부는 위장폐업으로 판단하고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창원국가산업단지 내에 있는 케이비알은 완성차 등에 사용하는 볼베어링용 쇠구슬(강구)을 전문으로 생산하는 업체다.
한때 이 업체는 국내 점유율 80%를 차지하기도 했다.
하지만 2012년부터 사측이 경남 밀양에 있는 동종업체로 기계반출을 시도하면서 노사 관계가 본격적으로 삐거덕거렸다.
그런데 이 동종업체의 지분 49.5%를 케이비알 대표의 두 아들이 가지고 있었다.
노사 갈등이 불거져 케이비알 사측이 폐업 공고를 낼 때마다 위장폐업 의혹이 제기된 배경이다.
노조가 파업하면 사측은 직장폐쇄로 맞서며 첨예하게 대립했다.
사측은 경영난을 이유로 2014년 6월, 2015년 5월, 2016년 4월‧12월 등 총 4차례 폐업 통보했다.
노조는 “노동조합을 혐오하는 회사 대표가 노조를 탄압하고 와해시킬 목적으로 위장폐업을 일삼으며 부당노동행위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고용노동부가 위장폐업 혐의에 대해 수사에 착수했다.
케이비알 대표는 “경영난으로 폐업을 결정했고, 공장부지‧설비 매각을 위해 노력하는 등 후속절차를 진행했으나 노조 방해로 성사되지 못했다가 노사 합의로 영업을 재개한 것 일뿐”이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고용노동부 창원지청은 노사 갈등 과정에서 사측이 수차례 폐업 공고를 낸 점 등을 토대로 사측의 반복된 폐업 공고 행위가 ‘위장폐업’이라고 판단, 지난 7월 말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하지만 검찰의 판단은 달랐다.
검찰은 부당노동행위의 위장폐업은 기업폐지의 의사 없이 노조 와해 수단으로, 기업의 실체가 존속하면서 조합원을 배제한 채 기업 활동을 계속하는 경우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케이비알 경영이 실제로 악화됐고, 청산인 선임‧해산등기 완료 등 폐업 절차가 상당히 진행됐다고 봤다.
그러면서 케이비알 대표가 폐업 공고 후 매달 2억원의 은행이자 등 비용을 지출하면서도 2억6300만원가량의 청산부가세를 신고‧납부한 점 등으로 보면 기업폐지 의사가 없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지난 15일 무혐의 처분했다.
이에 대해 금속노조 케이비알지회가 이해가 안 된다고 반발하면서 논란이 예상된다.
케이비지회는 23일 “회사 대표의 노조 혐오증은 여러 사건과 재판에서도 이미 드러난 데다 노조 파업에 폐업 공고를 수차례 반복한 사측 행위가 위장폐업이 아니라는 게 도무지 납득이 안 된다”며 “대응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검찰의 이 같은 처분에 한동안 잠잠했던 케이비알 노사 관계가 새로운 국면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창원=강승우 기자 kkang@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