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권 말 인사를 둘러싼 갈등이 공공기관 안팎으로 번지고 있다. 금융노조 신용보증기금지부(이하 신보 노조)는 최근 임명된 상임이사 인사를 ‘알박기 낙하산’으로 규정하며 출근 저지에 나섰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보는 지난 9일 상임이사 모집 공고를 마감한 뒤 19일 신용보증기금지부에 2명을 내정했다고 알렸다. 이후 21일 내정된 상임이사 2명을 상임이사로 인사 발령했다.
이번에 선임된 김승관 상임이사는 순천고, 단국대 무역학과를 졸업했다. 1991년 신보에 입사, ICT전략부장, 경영기획부 본부장, 부산경남영업본부장, 호남영업본부장, 서울서부영업본부장 등을 지냈다. 이영우 상임이사는 부산중앙고, 경성대 법학과를 졸업한 후 호주 RMIT대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금융위원회 행정인사과·감사담당관실 사무관, 전자금융과·은행과 수석전문관 등을 거쳐 국가사이버위기관리단에서 수석전문관을 지냈다. 신임 상임이사의 임기는 2년이다.
신보 노조는 이번 인사를 ‘졸속 알박기 인사’라며 반발하고 있다. 통상 1~2개월 소요되는 인사 검증 절차가 열흘도 채 걸리지 않았다는 점, 신임 상임이사들의 전문성·리더십 논란 등을 문제 삼으면서다. 신보 노조는 성명서를 통해 “조기대선과 새로운 정권이 탄생하는 시점에 알박기 낙하산 인사를 강행하는 작태가 개탄스럽다”며 “조합원을 포함해 직원들의 인사검증을 통해 동의를 얻지 못한 자는 우리 신용보증기금에 절대 발을 디딜 수 없다”고 비판했다.
신보 노조는 특히 단체협약 제17조를 근거로 노동조합과의 사전 협의가 없었던 점도 지적했다. 협약엔 ‘사용자는 인사 시 노동조합이 수렴한 직원 의견을 고려해 능력 있고 올바른 인사가 선임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한다’고 명시돼 있다.
고광욱 신보 노조위원장은 지난 26일 오전 대구광역시 동구 신용보증기금본사 앞에서 열린 지부 집회에서 “인사 검증 절차를 무시한 처사로, 단체협약에서 정한 노동조합과의 정보 공유도 없었고 조직 구성원들의 의견은 철저히 외면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근거 없는 졸속 임원 인사를 재검증하고, 이사장의 무소불위 리더십에 경종을 울리며 무너진 정의를 바로 세우기 위해 투쟁을 계속할 것”이라고 목소리 높였다.
이번 인사 논란은 정치권의 ‘알박기 인사’ 비판과도 맞물려 있다. 정권 말 단행되는 공공기관 임원 인사는 ‘측근 챙기기’의 마지막 수단으로 여겨진다. 차기 정부의 국정철학과 충돌할 경우, 정책 혼선과 운영 공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큰 상태다.
신보 측은 인사 공모 절차를 거쳐 적법하게 이뤄진 인사라는 입장이다. 신보 관계자는 본지에 “상임이사 인사는 공모 절차를 거쳐 정당하게 이뤄졌다”며 “노조와의 소통도 계속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신보 노조는 상임이사 출근 저지 등 강경 대응을 예고한 상태다. 새 정부 출범 전까지 인사 갈등이 장기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