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강의에서 재미있는 구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재미는 ‘수요자 중심’ 교육 서비스의 일환이죠. 경희대가 제공하는 케이무크 한국어 교육 시리즈는 기존 강의의 틀을 깨는 코너들을 삽입했어요. 강의실에서 직접 수업을 듣는 것 같은 분위기를 가질 수 있도록 기획했습니다.”
한글날을 기념하며 오는 10월 9일 ‘한국어 중급Ⅰ’을 오픈하는 경희대의 케이무크(한국형 온라인 공개강좌·Korea Massive Open Online Course). 담당 교수자인 박동호 경희대 한국어학과 교수는 학습자에게 다가서는 콘텐츠를 구상하고 접목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짱이야’, ‘당근이지’ 같은 말은 일반적인 강의나 교육에서는 사용하지 않죠. 하지만 경희대 강좌에는 들어갑니다. 실제 한국의 젊은이들이 쓰는 표현을 넣자는 거죠. 현실감을 불어넣기 위해 외국 유학생의 한국 생활 적응기 등의 스토리텔링도 담았습니다.”
경희대 케이무크는 교수자가 홀로 나서 강좌를 이끌지 않는다. 프랑스, 중국 유학생 두 명이 고정 출연한다. 교수자가 유학생을 마주하고 수업을 하는 것. 온라인 강의는 한정된 시간 안에 주어진 내용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정제된 시나리오대로 진행되지만 이 역시 탈피했다. 출연한 유학생들이 틀린 답변을 내놓아도, 엉뚱한 질문을 하더라도 무방하다. 이를 통해 올바른 표현을 잡아나간다.
기존 온라인 강의에서 볼 수 없는 코너들도 장착했다. ‘현장 속으로 GOGO’ 코너에서는 배운 내용을 실제 상황이나 현장을 찾아 되새기고, ‘문화 더하기’ 코너는 외국 학생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한국의 문화를 돌아본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는 왜 결혼의 유무를 자주 따지는지, 나이에 대한 관심이 큰 이유는 무엇인지 등을 해소하는 시간이다. 또 한국의 대학에 들어오기 위해 필요한 한국어능력시험(토픽·Test of Proficiency in Korean)을 대비하는 코너까지 있다.
“최근엔 한국의 쌈 문화에 대해 얘기하려고 고깃집 식사 풍경을 라이브로 촬영했어요. 현장감을 살리려고 최대한 노력합니다. 특히 언어를 가르치는 강의는 교수자와 학습자 간 상호작용이 굉장히 중요한데요. 서로 소통이 돼야 하나라도 더 얻어가겠죠. 한국어 강좌는 사실상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케이무크의 첫 시도인 만큼 많은 공을 들이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경희대 중급 코스는 10주 과정인 Ⅰ을 시작으로 내년 1월 중순까지 Ⅱ, Ⅲ이 순차적으로 이어진다. 1999년 전국 최초로 문과대가 아닌 외국어대 안에 한국어 교육을 전문으로 하는 한국어학과를 운영하기 시작한 경희대는 그간 관련 교육의 역량과 비중을 꾸준히 확대해왔다. 한국어학과는 외국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교원을 양성한다.
“케이무크 한국어 강좌가 갖는 의미가 큰데요. 먼저 한국으로 유학 오고 싶어 하는 외국 학생들이 준비과정에서 돈이 많이 드는데, 그 경제적 부담을 해소해 줄 수 있어요. 또 중요한 게 세계인을 향하는 콘텐츠의 경쟁력은 우리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에서부터 시작하는 겁니다. 한국적인 것, 즉 한국어, 한국 역사 등이 포함되겠죠.”
박 교수는 수요자 요구 조사·분석 과정이 꼭 필요한 과정이라고 말했다. 누가 어떤 목적을 가지고 볼 것인가를 파악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더불어 이를 바탕으로 제작된 한국의 질 좋은 콘텐츠가 널리 전파되기 위해서는 대상 국가에 대한 온라인 환경 개선사업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콘텐츠를 만드는 것만큼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인프라가 열악한 국가에 대한 인터넷 개선 사업 같은 것도 염두에 둬야 하는 거죠. 만들어놨으니 알아서 보라고 하는 건 말이 안 됩니다. 아무리 좋은 강좌가 있더라도 온라인 환경이 받쳐주지 않으면 그림의 떡일 뿐이죠.”
김성일 기자 ivemic@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