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부진에 시달리던 일본 술 ‘사케’가 수출로 활로를 찾은 반면, 우리나라 전통주는 규제에 묶여 골칫덩이로 전락하고 있다. 우리 술의 부활과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을 위한 제도적인 지원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최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일본 술 ‘사케’ 수출액은 전년 대비 10% 증가한 약 1566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2010년 이후 7년 연속 최대치를 경신한 수치다.
이는 내수 소비가 줄어들자 민·관이 합동으로 수출길을 모색한 결과다. 실제로 1975년 167만5000㎘ 였던 일본 내수 사케 소비량은 2010년 56만㎘ 수준으로 주저앉았다.
전통주 내수가 급격하게 쪼그라들자 일본 정부는 ‘일본주류 수출촉진연결회의’를 설치했다. 회의는 사케 수출과 관련해 세금 혜택을 마련하고 국가별 수출·홍보 전략을 세우는 등 적극적인 지원에 나섰다.
이는 해외 일식당이 늘어나자 사케의 고급화를 통해 ‘일식과 함께 마시는 술’이라는 전략이 통했기 때문이다. 일본 내각부는 주류 등 기호식품은 중산층이 시장 트렌드를 선도한다는 점에 주목하고 ‘일본주류의 수출기본전략’을 통해 고급화를 진행했다.
이러한 전략을 통해 사케 수출량은 2011년 1401만ℓ에서 2015년 1800만ℓ로 늘어났으며 ℓ당 가격도 같은 기간 625엔에서 770엔으로 23% 이상 늘어났다. 치밀한 시장전략과 정부의 세금지원 등을 통해 찾은 활로다.
반대로 한국 전통주 수출은 지지부진하다. 일본 막걸리 열풍에 순항하던 막걸리 수출액도 2011년 5263만달러에서 2015년 1290만달러로 절반 이상 꺾였다. 이는 단순히 트렌드 변화로 인한 증·감이 아닌 기본적인 주세체제가 족쇄를 채웠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 주류는 술 가격에 따라 세금을 매기는 ‘종가세’를 적용하고 있다. 종가세는 원료와 포장, 재료비 등의 제조원가에 광고·영업비용 등 판매관리비가 모두 포함된 원가에 주세가 부과된다. 비싼 원료를 사용하거나 고급 패키지를 적용할 경우 매겨지는 세금이 크게 오른다.
반대로 일본은 알코올 도수에 따라 세금을 책정하는 종량세를 적용하고 있다. 알코올 도수 13도 정도인 사케의 경우 고급 원료를 사용하더라도 적용되는 세금은 많지 않다.
따라서 전통주 제조업체에서는 동일한 원료를 사용하더라도 세금체계 때문에 글로벌 시장에서의 가격경쟁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문제로 주세를 종량세로 전환해야한다는 의견이 지속적으로 피력됐다. 그러나 세 전환이 전체 주종에 적용될 경우 내수 주력 주종인 소주의 가격상승이 불가피해 현실화되지 못했다.
업계 관계자는 “세계적으로 알려진 맥주나 와인과는 달리 전통주는 한식과 접목하고 고급화를 꾀하는 등의 전략적인 판매가 이뤄져야 한다”면서 “수출용 전통주에 한해서라도 세율체제를 바꿔주는 현실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수출의 경우 민간제조업체가 할 수 있는 일은 한정돼있다”면서 “정부차원의 지원을 기다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조현우 기자 akg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