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아직 우리는 ‘워크맨’·‘아이폰’이 없다

[기자수첩] 아직 우리는 ‘워크맨’·‘아이폰’이 없다

기사승인 2017-10-03 05:00:00

삼성, LG의 최신 스마트폰이나 TV 등 제품을 접할 때마다 ‘참 많이 발전 했구나’라는 감탄을 한다. 매번 제품의 단점과 아쉬운 부분을 찾으려 애쓰지만 내심 국산 제품에 대한 자부심이 커지는 것도 사실이다.

상반기 삼성전자의 ‘갤럭시 S8’을 처음 손에 쥐었을 때 놀랐던 기억이 있다. 업계 선도 기업으로 꼽히는 애플의 ‘아이폰’을 줄기차게 추격하던 삼성이 드디어 비슷한 수준까지 올랐다는 느낌이었다. 경쟁이라지만 ‘모방’을 하나의 무기로 삼았던 국내 기업에서 기대한 디자인이 아니었다.

실적 부진과 시행착오로 쓴 소리를 듣고는 있지만 LG전자의 스마트폰도 최근 좋은 모습이다. 프리미엄 제품에 요구되는 기능을 성실하게 보완해가고 있는 데다 자신들만의 경쟁력을 찾기 위한 고민의 흔적도 꾸준히 보여주기 때문이다. 과거 ‘G5’에서 탈착식 모듈이라는 도전의 결과가 실패한 것이 이 같은 성실한 고민의 결여 때문이라고 깨달은 것인가 싶다. 

‘OLED’와 ‘QLED’로 차세대 TV 디스플레이 경쟁을 펼치는 양사의 모습도 나쁘게만 보이지는 않는다. 서로의 제품보다 우수하다고 노골적으로 마케팅 ‘싸움’을 해왔지만 결국 LG의 OLED TV 패널은 세계 시장을 리드하고 있으며 삼성의 QLED 브랜드도 상품성 중심의 기획으로 경쟁 모멘텀을 지키고 있다. 사물인터넷(IoT)부터 로봇까지 보이는 가전제품의 발전까지는 언급할 필요도 없다.

헌데 이처럼 발전한 국내 제품들 중 애플의 아이폰이나 소니의 ‘워크맨’ 같은 ‘게임체인저’가 있었나 하는 아쉬움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스티브잡스가 세상에 선보인 아이폰은 최초의 스마트폰은 아니었지만 손 안에서 편리하게 모든 것을 찾아보는 지금 우리의 삶을 처음으로 그려낸 제품이었다. 세상은 이를 ‘혁신’이라고 불렀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90년대 소니의 워크맨을 모르는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카세트테이프라는 매체를 주머니에 넣거나 허리춤에 차고 음악을 들을 수 있도록 한 제품으로 당대 업계 전체가 비슷한 휴대용 제품을 만들도록 이끌었다.

워크맨은 매체의 진화와 함께 애플 ‘아이팟’을 포함한 mp3플레이어까지 계보가 이어진다. 애플의 역습 전까지는 일본 기업들이 작은 제품을 가장 잘 만든다는 이미지를 각인시키기도 했다. 제품을 통한 생활 혁신뿐 아니라 국가 이미지와 기술의 발전에도 영향을 준 사례다.

이처럼 우리 생활 자체를 바꾼 제품의 예는 내연기관 자동차를 처음 상용화 한 포드부터 애플 매킨토시 PC처럼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최근에는 한 매체 테스트에서 테슬라의 4인승 전기차가 직선 레이스에서 페라리, 포르쉐 등 유수의 스포츠카들을 압도하며 새로운 시대의 도래를 알리기도 했다.

이들의 공통점은 첫 ‘발명품’은 아니라도 시장을 바꾸는 ‘상품’을 내놨다는 것이다.

전자, 자동차 분야 우리 기업들은 미우나 고우나 세계에서 인정받는 위치에 올라 있다. 하지만 과거 많은 굴지의 글로벌 기업들이 한 순간의 변화 때문에 주저앉은 것을 보면 이것이 얼마나 지속될지는 장담할 수 없다.

현 시점에서 역량이 극에 달한 우리 기업들이 자원을 낭비하지 않고 역사에 남을 수 있는 제품 또는 서비스를 내놓을 수 있다면 지금의 영광을 더 오래 누릴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해본다.

김정우 기자 tajo@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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