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남구 용현갯골수로 매립을 둘러싸고 20여 년간 지루하게 끌어온 지역주민들과 인천시의 줄다리기가 추석 연휴 이후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연휴 뒤 주민들의 대처가 한결 조직화되고 수사기관의 개입 또한 본격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인천시 용현5동 주민들은 이번 추석 연휴기간에도 삼삼오오 모여 갯골수로 매립을 성사시키기 위한 대책을 논의하기에 바빴다. 이들은 용현동 환경개선위원회를 중심으로 이번에야말로 반드시 자신들의 오랜 숙원을 풀겠다는 결의를 다졌다.
주민들은 경찰의 수사를 더욱 독려해야 한다는 데에도 뜻을 모았다. 지난 8월 30일 인천 남동경찰서에 관련 공무원 5명을 직무유기와 직권남용 등 혐의로 고발해 놓은 이들은 경찰의 수사 진행상황에 대해 의견을 나누면서 검찰에 고소하는 방안까지 논의했다.
주민들은 인천시 항만과, 하수과, 시설계획과, 재난예방과 관련 공무원들에게 공유수면법 위반, 국민권익위원회 조성서 불이행, 인천시 협약서 불이행 및 중앙행정심판위원회의 재결서 묵살 등의 혐의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결국 경찰로서도 지금부터는 수사에 적극 나서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현 분위기에서 자칫 미온적으로 대처하다가는 여론의 거센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최관재 용현동 환경개선위 부위원장은 “무려 20년간이나 악취에 시달려온 주민들이 이제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면서 “주민들을 계속 기만하면서 일관성 없는 행정을 해온 인천시는 이제부터라도 갯골수로 매립에 대해 전향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용현동 갯골수로 매립과 관련한 줄다리기는 199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수십 년간 유입된 오폐수의 침전물 때문에 발생하는 악취로 고통 받던 주민들과 승주종합개발이 남구청과 함께 갯골수로 매립을 공유수면 기본계획에 반영시켜 줄 것을 해양수산부에 요청했다. 해수부는 이듬해 갯골수로 중 36만㎡를 매립 신규지구로 지정했다.
그러나 인천시는 매립보다는 수로 전체를 유수지화하는 방안이 최적의 방재대책이라는 용역결과를 내세워 2000년 2월 갯골수로 47만8000㎡를 유수지로 고시했다.
그 후 주민들은 계속 갯골수로를 매립해 달라는 민원을 제기했고 결국 인천시는 국민권익위원회 조정에 따라 2015년 1월 갯골수로에서 환경개선 사업을 추진하기로 협약서를 체결했다. 이 때 인천시는 갯골수로 매립 목적에 맞게 ‘공공 및 물류유통시설’로 변경할 수 있도록 행정지원을 하겠다는 약속까지 했다.
승주개발은 이를 근거로 2015년 7월 매립면허를 신청했지만, 인천시는 홍수 등 재난 예방을 위해 유수지 기능을 유지해야 한다며 신청을 반려하고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그러자 승주개발과 용현동 환경개선위는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반려처분 취소를 청구, 지난 2월 중앙행심위로부터 인천시가 재량권을 일탈하고 남용한 위법한 처분을 내렸다는 판단을 받아냈다.
승주개발은 이를 토대로 지난 4월 매립 계획면적을 갯골 상부 5만3400㎡로 대폭 축소해 다시 매립면허 신청을 인천시에 냈다. 그러자 인천시는 이번에는 법정처리기한인을 넘겨서까지 이 건을 처리하지 않아 사실상 매립 신청을 또다시 반려했다.
승주개발과 용현동 환경개선위는 지난 8월 말 해양수산부로부터 “도시계획상 용도가 다르다는 이유로 인천시가 기준에 부합한 매립면허 신청을 반려하는 것은 적정치 않다”는 답변을 얻어내기도 했다.
그럼에도 인천시는 갯골수로 주변 지역이 집중호우 때 침수피해가 우려되는 곳이라는 이유로 “재해 예방 측면에서 별 문제가 없는지 전문적으로 조사한 적이 없어 매립허가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고 밝혀 왔다.
시는 현재 유수지 이전 설치 타당성 검토 및 기본설계 작성용역(1년)을 인천발전연구원에 발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부 매립을 또다시 미룬 것이다.
지금까지 종잡을 수 없이 이뤄졌던 인천시 행정이 추석 연휴 뒤 들끓는 지역 민심과 수사기관의 개입 앞에서 어떻게 달라질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인천=정수익 기자 sagu@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