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여중생 사건’이 발생한 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아 경기 용인에서도 유사한 학교폭력이 일어났던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달 16일 새벽 12시30분 경기 용인시 처인구 한 놀이터에서 학교폭력이 발생했다. 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박모(17)군은 당시 놀이터에 있던 동급생 6명 중 한 명에게 폭행당했다. 나머지는 사건을 방관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박군은 ‘자신을 험담했다’는 이유로 가해 학생 무리 중 일부와 사이가 좋지 않았다. “왜 내 욕을 하고 다녔느냐”는 박군의 물음에 김모(18)군은 비아냥거리며 욕설로 답했다.
김군은 배드민턴 라켓 상단부 모서리로 박군의 오른쪽 눈을 가격했다. 박군의 부친은 “아들이 쓰러진 뒤 김군이 등에 올라타 목을 졸랐다”고 주장했다. 방관하고 있던 이들 중 한 명이 “박군의 눈에서 피가 난다”고 말린 후에야 김군은 박군에게서 떨어졌다.
당시 그 자리에 있었던 학생 증언에 따르면 김군은 “망치를 가지고 오려 했으나 이것(배드민턴 라켓)을 대신 가지고 나온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사건 발생 후 심한 통증을 느낀 박군은 같은 날 새벽 4시쯤 병원으로 이송됐다. 출혈이 심해 제대로 된 검사는 사건 발생 후 11일이 지난 후에야 받을 수 있었다. 검진 결과 박군은 ‘외상성 백내장’ 진단을 받아 수술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병원 측은 “박군의 동공이 완전히 열리지 않아 당장 수술을 할 수 없다”며 “예후 역시 장담할 수 없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군의 수술은 내년으로 예정됐다.
그러나 가해 학생 측은 오히려 쌍방폭행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박군이 먼저 김군의 멱살을 잡았다는 이유에서다. 박군의 부친 박모씨는 “(가해 학생 부모는) 100만원에 합의를 보자더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뿐만 아니다. 김군의 부모는 보험사기까지 종용했다. 그는 박씨에게 “운동하다가 (아들이) 박군을 다치게 한 것으로 해줄 테니 보험처리 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가해 학생들 역시 전혀 반성하지 않는 듯한 모습이다. 쿠키뉴스가 입수한 가해 학생들 대화 녹취록에 따르면 이들은 “김군 어머니가 아는 경찰과 통화했는데 배드민턴 라켓은 흉기로 인정이 안 된다더라” “(박군 아버지가) 심야에 (박군을) 때렸다고 가중처벌 받을 거라고 했는데, 해당 법은 폐지된 지 오래다” “놀이터가 어두워서 CCTV에 상황이 좀 (자세히 담기지 않았을 것)” 등의 대화를 나눴다. 한 학생이 “내가 가해자라도 (배드민턴 라켓이) 흉기라고 인정할 것 같다. 지나가는 막대기도 흉기가 될 수 있지 않나”라고 의아해하자, 또 다른 학생은 “그럼 휴지로 패면 (휴지도) 흉기로 성립되겠느냐”며 여유로운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박군과 김군 등이 재학 중인 용인 모 고등학교는 “아직 학생들을 ‘피해자’와 ‘가해자’로 나눌 단계가 아니다. 학교폭력자치위원회(학폭위)에서 판단할 사항”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이어 “어떠한 언급도 하고 싶지 않다”고 말을 아꼈다.
박씨는 가해 학생들을 지난달 23일 고소했다. 경찰은 피해자 조사까지 마친 상태다. 용인 동부경찰서 관계자는 “사건 경위를 조사한 뒤 놀이터 CCTV 영상을 확보, 분석하는 중”이라며 “당시 현장에 같이 있었던 학생들의 진술을 모두 들어봐야 정확히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CCTV 영상이 흐려 육안으로 가해 학생을 판별하기 힘든 게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이승희 기자 aga4458@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