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표절 ‘수두룩’ 교사추천서... “합격자 모두 부정입학”

허위·표절 ‘수두룩’ 교사추천서... “합격자 모두 부정입학”

허위·표절 ‘수두룩’ 교사추천서... “합격자 모두 부정입학”

기사승인 2017-10-18 05:00:00

‘허위 작성’ 교사추천서 617개 적발

‘표절 의심’도 지난해 5,734건에 달해

서울 서초구에 거주 중인 김경미(가명·50)씨는 일반고를 졸업한 아들의 대학 진학을 위해 입시 컨설팅업체에서 교사추천서에 대한 상담을 받은 적이 있다. 김씨는 “추천서는 학교에서 작성하는 게 맞지만, 선생님은 아이의 학교생활에 국한된 내용을 중심으로 작성할 수밖에 없다”며 “민간 컨설팅에서는 학생부종합평가를 대비한 추가적 사항까지 짚어주니 가능하다면 아이에게 보다 유리한 추천서를 준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학교의 반대로 실제 아들의 대입 과정에서 컨설팅 받은 추천서를 쓰진 못했다. 그러나 대학의 학생부종합전형(학종)에서 주요 평가 자료로 참작된 교사추천서 중에는 담당 교사가 아닌 학원이나 과외교사, 심지어 학부모가 작성한 것들이 포함됐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이종배 자유한국당 의원은 17일 “지난해 학생부종합전형 지원자 중 617명의 교사추천서가 ‘허위’로 밝혀졌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이들 중 합격자가 있었다면 모두 ‘부정입학’이며, 지금도 버젓이 학교를 다니고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허위 추천서 사례는 교육부가 학종의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15억 3,500만원의 예산을 들여 구축한 ‘학생부종합전형 공정성확보시스템’을 통해 드러났다.

지난 2011년부터 4년제 대학 협의체인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가 위탁운영을 맡고 있는 공정성확보시스템은 학종의 주요 자료인 교사추천서 등의 표절 여부를 검증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 더불어 교사추천서가 해당 수험생과 관련 있는 교육기관 소속 교사에 의해 작성된 것이 맞는지 여부도 판별한다. 대교협의 공정성확보시스템은 매년 40~50개 정도의 대학이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지난해 11월부터 12월까지 실시된 감사원 감사 결과, 2015년도에 대교협의 이 시스템을 사용한 43개 대학에 접수된 교사추천서 가운데 작성자의 소속이 확인되지 않거나 교사추천서를 작성할 자격이 없는 사람이 작성한 것이 617개나 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원 지적에 따라 대교협이 ‘허위’ 교사추천서의 작성자를 확인해봤더니 △기업, 기관 및 교회 관계자에 의한 작성 건수가 329개 △작성자 확인이 안 되는 사례 96개 △중학교 교사 작성 75개 △초등학교 교사 및 대학교 교직원 작성 56개 △작성자 소속 학교 확인 불가 34개 △민간학원 및 과외 교사 작성 19개 △부모 등 지인 작성 8개 등으로 밝혀졌다.

이 의원에 따르면 이 같은 사실이 지적된 후에도 교육부나 대교협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허위’ 추천서를 제출한 617명의 학종 지원자들 중 합격자는 현재 대학에 재학 중일 가능성이 크다. 또 617명이란 인원은 조사가 이뤄진 2015년 한 해에 해당하는 규모일 뿐이다. 그것도 대교협의 시스템을 이용한 40여개 대학에 지원한 학생들에 한해 적발된 사례다. 실제 ‘허위’ 추천서를 작성해 대학에 제출한 학생들의 수는 가늠하기 힘들다.

교사추천서의 표절 현황도 심각한 수준이다. 17일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국민의당 송기석 의원이 공개한 ‘자기소개서와 교사추천서 유사도 검증 결과’를 살펴보면, 2017학년도 입시에서 표절로 의심되는 교사추천서는 5,734건으로, 전체 지원자(17만4,405명)의 3.18%를 차지했다. 이 중 1,171명의 추천서는 무려 50% 이상 유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송 의원은 “신뢰도와 공정성을 상실해가고 있는 교사추천서와 자소서에 대한 개선 대책이 반드시 강구돼야 한다”고 전했다. 서울의 한 고교 교사는 “갈수록 심각해진 추천서 문제는 결국 공정성이 상실된 학종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며 “학종 대비는 곧 ‘스펙 쌓기’라는 공식이 사라질 수 있도록 평가항목 표준화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성일 기자 ivemic@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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