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3년간 연구결과물 미제출 397건
연구비 환수 근거 없고 제재 조치도 허술
서울 A사립대 B교수는 지난 2011년 9월, 3억9000만원의 정부 지원금을 받아 연구를 시작했다. 연구는 2014년 8월 종료됐지만, B교수는 논문 등의 연구결과물을 아직까지 내놓지 않고 있다. 이에 한국연구재단은 B교수에 대해 향후 3년간 연구참여 제한 조치를 취했다. 하지만 제재 기간 중에라도 결과물만 내면 언제든 B교수는 다시 재단이 지원하는 연구활동을 재개할 수 있다. B교수가 이미 집행한 연구비는 관련 근거가 없어 환수하지 못했다.
B교수의 사례처럼 연구재단으로부터 지원비를 받고도 결과물을 제출하지 않은 건수는 매년 증가해 최근 3년간 397건에 달한다. 이로 인해 낭비된 예산만 95억4000만원 규모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곽상도 자유한국당 의원이 18일 전한 ‘한국연구재단 연구결과 미제출 현황’에 따르면, 2015년 66건(연구비 12억9000만원)이던 미제출 사례는 지난해 142건(22억7000만원)으로 급증했고, 올해의 경우 189건(59억8000만원)을 기록, 2년 사이 2.9배나 늘었다.
이처럼 연구비 손실이 크게 불어난 데는 대학의 도덕적 해이와 함께 당국의 소홀한 제재방침이 깔려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최근 3년간 연구결과물을 제출하지 않은 397명의 연구자에게 내려진 징계는 일정 기간 재단 지원 연구활동을 제한한 게 전부다.
이들에 대한 연구비 환수는 단 1원도 없었다. 이미 집행된 연구비에 대해서는 횡령 같은 사안이 아닌 이상 제도적으로 회수 근거가 갖춰줘 있지 않다.
한국연구재단 관계자는 “연구 종료일로부터 2년 안에 연구결과물을 내지 못한 경우 참여 제한 조치를 취했었는데, 제한 기간 중에라도 결과물만 제출하면 제재조치는 풀릴 수 있다”며 “결과물 미제출이 곧 연구를 하지 않은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기 때문에 연구비를 회수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지원된 연구비가 부당하게 집행된 사례도 적지 않다. 2015년 이후 3년간 이뤄진 교육부 연구지원사업 가운데 연구비 유용사례로 적발된 건수는 50건으로, 총 29억6000만원에 대한 환수결정이 내려졌다. 현재까지 환수 대상 금액의 88.4%(26억2000만원)를 돌려받은 상태다.
대부분의 유용사례는 연구에 참여한 조교 및 학생들의 연구비를 유용한 경우에 해당하는 ‘인건비 부당집행’, ‘학생인건비 공동관리’, ‘학생연구장학금 공동관리’ 등의 경우로 드러났다. 연구자들의 비윤리적 행태가 개선되지 않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유용된 연구비에 대한 징계는 연구비 신청 제한(2~5년)에 그치고 있다.
곽 의원은 “부당 집행이나 연구결과 미제출에 대해 연구비 신청 제한뿐 아니라 연구비 전액을 환수할 수 있도록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이 강력한 페널티 장치를 조속히 마련할 필요가 있다”면서 “국가연구개발사업에 대한 참여 제한, 위반사항에 대한 조항 등을 면밀히 검토해 제재 조치의 미진함을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일 기자 ivemic@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