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반려동물 간 차이점을 알아야 하죠. 동물에 대한 정보 즉, 생물학적 특징 등을 알고 사람과 다른 행동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이해한다면 반려동물을 상대로 사회화교육을 할 준비가 된 겁니다. 반려동물 교육은 아이를 가르치는 것처럼 차근차근 해야 해요. 우리 아이들이 사회성을 기르듯 반려동물도 교육을 통해 사람 사회에 적응할 시간을 줘야 하는 것이죠.”
박희명 건국대 수의과대학장은 주인의 이해도나 이를 바탕으로 한 생활자세가 뒷받침되지 못할 경우 언제든 반려동물에 의한 사회적 문제가 야기될 수 있다고 말한다. 최근 반려견에 물려 발생한 사망 사건도 개인이 아닌 함께 사는 사회 속에서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다는 인식이 부족한 데 따른 결과로 봤다.
“반려동물에 대한 사회화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일어날 수 있는 일입니다. 교육의 타이밍을 놓친 것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서열상 주인은 복종의 대상이 되지만, 다른 사람은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는 것이죠. 주인과 반려동물 사이에는 꾸준히 신호 전달 체계 같은 것을 만들어놓을 필요가 있어요.”
대학 강의 외에도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 바로잡기’ 활동을 이어가던 박 학장은 K-MOOC(한국형 온라인 공개강좌·Korea Massive Open Online Course)에도 뛰어들었다. 공개강좌를 통해 관련 정보는 물론 반려동물의 가치와 역할 등을 순차적으로 전할 계획이다.
“올해는 보편적 수준에서 개, 고양이 등이 사람과 무엇이 어떻게 다른지 비교해보고, 동물의 행동양식을 들여다보려 해요. 동물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지면 반려동물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늘고, 학대나 혐오 사례는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내년 K-MOOC에서는 수의학적 지식 등을 첨가해 깊이를 더할 예정입니다.”
반려동물에 대한 관심은 부쩍 커졌지만, 전문 분야로 다루는 교수의 강의 내용을 직접 접하긴 어려운 게 사실이다. 이를 반영하듯 박 학장의 강좌 ‘반려동물과 행복나눔’에서는 연일 수많은 질문과 답변이 오간다. 먹이지 말아야 할 것은 무엇인지, 이상한 행동이 질병 때문은 아닌지, 목욕은 어떻게 시키는 게 바람직한지, 수제 사료를 만드는 방식 중 추천할 만한 게 있는지 등에서부터 반려동물과 함께 건강하고 오래 사는 생활, 사회적 인식의 전환을 꾀하는 캠페인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이야기가 공유된다.
“K-MOOC를 듣는 학습자 중에는 반려동물을 기르고 있는 분들도 많지만, 관련 산업 종사자나 수의사 분들도 적지 않아요. 직업 탐방 차원에서 중고생들의 수강도 이어지고 있고요. 우리가 정보의 홍수 속에 살고 있지만, 여전히 알고 배우고 싶어하는 부분들이 참 많다는 것을 강좌를 진행하며 느끼곤 합니다. 10여분씩 단편 형태로 정보나 지식을 전달하다보니 학습자들이 부담을 덜고 참여하는 것 같아요.”
박 학장은 “단절될 수 있는 대화의 창을 반려동물이 열어줄 수 있으며, 사람이 대신할 수 없는 부분을 반려동물이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누구든 동물과 함께하는 기회만 있다면 오해나 두려움도 사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험적 교육이 중요한 거죠. 유치원이나 초등학교에서 동물과 어우러지는 시간을 정기적으로 운영한다면 아이들은 만지고 관찰하면서 동물과 친숙해질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고, 성인이 돼서도 동물을 가까운 존재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그 경험은 또 동물이나 환경 등 연구 분야, 관련 산업 분야를 희망하는 인재들의 꿈을 보다 구체화할 수 있는 밑거름이기도 합니다.”
김성일 기자 ivemic@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