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우’는 없다

‘韓우’는 없다

기사승인 2017-10-26 05:00:00

이명박 정부때부터 추진한 한우의 고급화 정책이 사실상 실패하면서 한우의 설 자리가 줄어들고 있다.

25일 농협 등에 따르면 지난해 한우 자급률은 37.7%4년만에 13% 가까이 떨어졌다. 이는 200336.3% 이후 14년만에 최저치다.

한우농가 숫자도 점차 줄어들고 있다. 201116만호였던 한우 농가는 지난해 85000호로 반토막이 났다. 사육두수도 20123143000두에서 지난해 말 2585000두로 줄었다.

문제는 공급이 줄어들고 있음에도 가격이 오히려 곤두박질 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6월 기준 전국 도축장의 평균 경매가격은 19142원이었으나 올해 가격은 13% 줄어든 16655원에 그쳤다.

일각에서는 한·FTA, 청탁금지법보다 이전인 2008년 이명박정부가 추진해온 한우 고급화 정책의 실패가 크게 작용했다고 보기도 한다. 2006년 처음 한·FTA 협상이 시작되면서 수입 쇠고기 공세에 대비하기 위해 고급화 정책을 밀어붙인 것이 독()이 됐다는 것이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한우 생존방법에 대해 역설하면서 국민소득이 현재 2만달러 수준인데 10년 안에 4만달러가 된다고 보면 웬만한 사람들은 비싸도 좋은 고기를 먹을 것이라면서 한우를 전부 고급화해서 고급 육질로 하고 외국 수입산은 싼 걸로 하면 된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제일 비싼 소가 3300만원인데 일본에서는 1억원까지 한다한우의 고급화를 강조한 바 있다.

실제로 이명박 정부에서 추진해온 한우의 고급화는 지속적으로 이어졌다. 정부 결산보고서에 따르면 FTA이행지원기금에서 농가 경쟁력 제고에 투입된 금액은 2010년 이후 누적 1186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추가로 축산업진흥을 위한 별도 자금과 축산발전기금 등은 지난해에만 2조원이 넘게 사용됐다. 2010년 이후 십조원에 가까운 돈이 한우 고급화 정책을 위해 지원된 셈이다.

설상가상으로 한·FTA로 인한 쇠고기 수입량 증가와 청탁금지법이 맞물리면서 상황은 악화일로다.

2012315일 발효돼 현재에 이른 한·FTA에 의해 농축산물 1531개 품목 중 98%1502개 품목이 20년에 걸쳐 관세가 철폐된다. 쇠고기 등이 포함된 축산물 또한 관세를 점차 줄여 2026년부터 ‘0%’ 무관세가 시작된다.

실제로 한·FTA 발효 1년차인 2015106000톤이었던 쇠고기 수입량은 지난해 169000톤을 넘어섰다. 올해 1월부터 5일까지 쇠고기 수입량은도전년 동기 대비 8% 늘어난 17176톤에 달한다.

청탁금지법도 이러한 한우 몰락의 속도를 부채질했다는 주장도 있다.

지난달 26일 한우협회와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등 축산관계자들은 서울 포스트타워 앞에서 김영란법 시행 1주년 개정 긴급촉구대회를 열고 농축수산물은 설이나 추석 명절에 60~70%가 판매되는데 청탁금지법으로 인해 농축수산물은 선물을 하면 안 되는 것으로 인식이 바뀌었다면서 청탁금지법이 부정부패 방지법이 아니라 외국산 농축수산물 촉진법으로 바뀌어 버렸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시장상황은 다르다. 수입소고기에 치어 가격이 내려가자 추석명절을 앞둔 지난달 이마트 한우 선물세트 매출액은 전년 대비 19.8% 늘어난 248000만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치를 달성했다. 매장 판매에서도 한우 선물세트 매출이 같은 기간 60% 늘어났다.

업계 관계자는 극단적인 고급화로 가격을 높여온 결과가 현재라면서 등급의 다양화로 우선 팔리게끔 하는 것이 우선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현우 기자 akg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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