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격의 지방대병원, 승산 있는(?) 반격의 시작

진격의 지방대병원, 승산 있는(?) 반격의 시작

AI 중심 힘 모으는 2인자들, 컨소시엄 구성… 환자 신뢰확보 주력

기사승인 2017-10-31 02:00:00
흔히 빅5로 불리는 서울 대형병원 환자쏠림이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에 지역거점 대학병원들이 특단의 조치에 나섰다. 전략도구는 인공지능이었다.

인천, 부산, 대구, 대전, 광주에 적을 두고 있는 6개 대학병원은 30일 여의도 IFC빌딩 IBM코리아 본사에서 ‘인공지능 헬스케어 컨소시엄’ 출범을 알렸다. 연합에 참여한 병원은 가천대길병원과 부산대병원, 대구가톨릭대병원, 계명대동산의료원, 건양대병원, 조선대병원이다. 

이들은 모두 IBM의 인공지능(A.I.) 프로그램 왓슨 포 온콜로지(Watson for Oncology)를 도입한 병원들로 원정 진료 혹은 환자 이탈 현상을 막기 위한 도구로 AI를 선택했다.

실제 컨소시엄 초대 회장을 맡은 이언 길병원 인공지능병원추진단장은 “암 환자의 수도권 집중현상이 심각하다. 3달의 예약대기, 3시간의 진료대기, 최대 3분 진료는 막아야할 문제”라며 “인공지능을 활용한 의료혁신과 공공성 강화를 위해 컨소시엄을 구성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임상 빅데이터 및 암 유전체 데이터 공유 플랫폼 구축 ▶왓슨의 지역화 공동추진 ▶인공지능의 수가반영 공동추진을 추진과제로 삼고 빅데이터위원회와 진료활성화위원회 운영위원회 등 세부 위원회를 구성, 과제 달성에 매진할 뜻을 전했다.

AI를 통해 지역 환자들의 신뢰를 확보하고, 연합을 구성해 AI를 활용한 새로운 진료방식을 인정받는 한편, 그에 대한 정당한 수가를 요구하기 위해서다.


◇ “A.I., 환자와의 신뢰관계 구축할 도구”

이런 지역 대학병원들의 도전은 일부 승산이 있어 보인다. ‘의사보다 AI’라는 조금은 슬픈 인식도 있지만 많은 환자와 보호자들이 컴퓨터가 가지는 정확성과 폭넓은 문헌검색기능 같은 장점을 그대로 받아들여 AI에 대한 막연한 기대를 가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길병원 관계자는 “다학제 진료에 인공지능을 도입한 결과 신뢰도와 만족도 모두 다학제 진료만을 했을 때보다 좋아졌다”며 “빅5 병원에서의 치료와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았지만 환자들이 서울로 갔었다. 하지만 이제는 서울에서 역으로 (길)병원을 찾는 경우가 생겼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이언 회장은 “환자 쏠림은 결국 신뢰 때문이다. 암과 같이 생명과 직결되는 경우 (의사와 병원에 대한) 신뢰가 없다면 죽을 수도 있다는 공포에 휩싸여 몇몇 유명 의사와 병원을 찾게 된다”며 “인공지능으로 신뢰가 생긴다면 탈중앙화가 이뤄질 것”고 분석했다.

그리고 “갑작스레 의원급 의료기관으로까지 확산되기는 어렵지만 컨소시엄을 통해 산ㆍ학ㆍ병이 하나가 돼 운영의 난점을 극복하고 경험을 쌓아간다면 낙수효과처럼 궁극적으로 탈중앙화가 될 것”이라며 연합에 참여한 병원들을 중심으로 변화의 물결이 일어날 것이라고 자부했다.

대중의 AI에 대한 믿음이 의사의 전문성을 앞설 수도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길병원의) 인공지능 암센터에 와서 환자와 의사 간 긴밀한 관계 구축이 가능해졌다”며 “환자에게 적절한 치료법을 찾고 신뢰를 구축할 수 있는 하나의 도구로 볼 뿐”이라고 단언했다.

지나치게 높은 왓슨에 대한 의존도에 대해서도 “컨소시엄과 병원들의 목적은 왓슨이 아닌 인공지능과 헬스케어의 결합”이라며 “진료에 가장 다가온 것이 WFO(왓슨)이기에 인상이 그렇게 형성된 것이다. 컨소시엄이 용광로가 돼 4차 산업혁명의 선두가 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 가장 큰 숙제는 ‘정부규제’… “제3의 길 찾아야”

하지만 이들이 가야할 길은 아직 멀다. 당장 현실진료에 가장 근접했다는 왓슨 또한 8개 암종에 대해서만 적용이 가능한 실정이다. 심지어 100%에 가까운 암 진료정보를 확보할 수 있는 시기를 IBM은 2020년으로 내다봤지만, 전문가들은 그보다 늦어질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더구나 왓슨과 같은 진료용 AI에 대한 명확한 구분이나 규정이 마련되지 않아 적정 수가를 책정하거나 적용 범위를 정하기가 불가능하다. 진료정보와 같은 민감 개인 정보의 활용과 이를 바탕으로 한 의료정보 공유에 대한 제한도 쉽지 않다. 사각지대인 셈이다. 

이와 관련 이 단장은 “미국의 경우 인공지능으로 경험에 많이 의존하던 진료를 보조해 실패할 가능성을 줄이는 의사결정 보조역할로 인정해 수가를 추가로 주고 있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입장도 애매하다”며 “아직 정책방향이나 기준이 없다. 현재 무상으로 제공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현행법 상 의료기기로도 볼 수 없다. 만약 의료기기로 간주할 경우 버전이 바뀔 때마다 식약처의 인허가를 다시 받아야한다”면서 “아무도 가지 않았던 제3의 길을 찾아야한다. 그러나 개인이 할 수는 없어 힘을 모아 함께 만들어가게 됐다”고 부연했다.

한편, 이 단장은 문재인 케어의 성패 또한 인공지능과 관련이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그는 “문재인 케어의 문제 중 하나는 비용문제”라며 “낭비요소를 막아야 한다. 인공지능을 통한 진료 최적화로 국가 재정이 옳게 쓰이도록 도울 수 있다”고 말했다.

폭발적 의료비로 인해 행위에서 가치기반 서비스로의 변화가 세계적 흐름인 만큼 치료를 잘해야 돈을 벌 수 있는 구조로 바꿔야하고 이를 위해서는 병원 기술 및 치료법 발전에 영향을 주는 인공지능이 기여할 수 있다는 해석이다. 이에 이들의 행보가 어디로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오준엽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