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다 검출됐다는데” 행정 편의로 방치되는 ‘중금속’ 교실

“과다 검출됐다는데” 행정 편의로 방치되는 ‘중금속’ 교실

기사승인 2017-11-01 04:00:00

교육당국과 일선 학교들의 편의주의적 사고, 늑장 대응이 중금속에 노출된 어린이들의 일상을 더욱 연장시키고 있다. 납, 카드뮴 등 인체에 치명적인 중금속이 과다 검출돼 개선이 시급한 학교 시설은 여전히 많지만, 뒤늦은 행정 처리 등으로 인해 안전환경 확보는 지연되고 있다.

◇ “6개월치 점검결과 몰아서 받아”… 늦어진 개선명령

서울시교육청은 환경보건법이 시행된 지난 2009년 3월 22일 이전에 문을 연 서울 관내 유치원과 초등학교, 특수학교 317곳에 대한 환경안전 점검을 벌인 결과, 65%에 달하는 207곳에서 기준치를 넘는 중금속이 검출됐다고 지난달 5일 밝혔다.

해당 점검은 교실 등의 바닥, 문, 벽, 창틀 등에 사용된 페인트와 마감재를 간이측정기로 조사한 뒤 중금속량이 많을 경우 시료를 채취해 정밀 분석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환경안전관리 기준에 따르면 어린이 활동 공간은 납이 600ppm 넘게 검출되거나 납과 카드뮴, 수은, 6가크롬 등 4개 중금속을 더한 값이 1천ppm을 초과하면 부적합 판정을 받는다. 부적합 결과를 전달받은 학교 등은 환경보건법 시행규칙에 의거해 90일 안에 중금속을 없애는 개선 작업을 이행해야 한다.

그러나 207곳의 ‘과다 검출’ 학교시설에 대한 점검이 올해 초인 1월 16일부터 시작됐음에도 현재까지 개선을 완료한 곳은 18곳에 불과하다. 점검을 시작해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대개 20일가량이 소요되지만, 문제의 학교 등은 8월이 돼서야 점검 결과와 함께 개선 명령을 받았다.

점검 결과에 대한 통보가 바로 이뤄지지 않은 것과 관련해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대행업체에 모든 점검 결과를 한 번에 전달하도록 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서울시교육청이 용역업체에 점검을 의뢰했는데, 업체의 6개월 치 점검 결과를 한꺼번에 받기로 하면서 개선 작업까지 늦어진 것이다. 점검 결과만 일찍 전했다면 시설 이용 제한 및 개선 이행 등의 조치를 점검 후 한달 이내에 취할 수도 있었다.

◇ 개선 이행 안 지키는 학교들… “어린이 중금속 피해에 무감각”

어린이들이 중금속에 지속적으로 노출되고 있는 현실은 일선 학교들의 늑장 대응 탓도 크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김석기 의원(자유한국당)이 공개한 각 시‧도교육청의 ‘2016년도 어린이활동공간 점검결과 및 개선이행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치를 초과한 중금속이 검출된 전국 유치원과 초등학교는 총 1638개에 달했다.

이들 학교 등이 개선작업을 이행하는 데 걸린 기간을 지역 평균으로 따져보면 부산(133일), 경남·광주(120일), 강원(117일), 울산(110), 인천(104일), 경기(102일), 전북(97일) 등 8개 시·도에서 법정 기한인 90일을 훌쩍 넘겼다.

일부 교육청은 부족한 예산을 이유로 들기도 했지만, 시설 개선에 10만원도 안 들인 학교들조차 법정 개선기한을 준수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10만원 미만의 적은 비용으로 개선이 가능했음에도 장시간 해당 시설을 방치한 유치원과 학교는 모두 56개교였다. 전남이 12개교로 가장 많았고 부산과 경기가 각각 8개교, 서울·충남·경북이 5개교로 나타났다. 경남·대전은 4개교였으며, 광주 2개교, 강원·울산·인천이 각 1개교씩이었다.

인천 계양구의 한 초등학교는 불과 5만1천원의 개선비용이 소요됐는데 292일이나 해당 시설을 개선하지 않은 채 방치했다. 김 의원은 “이 같은 사례들은 교육청과 일선 학교들이 어린이들의 중금속 피해에 대해 얼마나 무감각한지 보여주고 있다”며 책임 있는 자세를 촉구했다.

김성일 기자 ivemic@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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