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 사용은 일상이다. 편의점에서 음료수 하나를 사거나 택시로 근거리를 이동해도 카드 계산이 이뤄진다. 이처럼 수요자의 편의를 고려하는 세상에서 유독 뒷걸음치는 곳이 있다. 수백만원에 달하는 등록금을 현금으로만 받고 있는 대학들의 얘기다.
카드 납부를 거부하는 대학들에 대한 지적은 최근 국정감사에서도 이어졌다. 국회 김병욱 의원이 밝힌 등록금 납부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전국 416개 대학 중 절반 이상인 220곳(52.9%)이 등록금을 현금으로 받는다. 카드 결제가 불가능한 이들 대학 가운데 목돈을 분할 없이 일시에 내도록 강요하는 대학도 20곳이나 된다. 많게는 월 40만원에 달하는 기숙사비 역시 결제 수단은 현금이다. 기숙사가 설치된 대학 가운데 90% 이상이 카드를 받지 않는다. 카드 결제는 물론 분할 납부도 할 수 없는 곳은 70%나 된다.
국회는 지난해 말 고등교육법을 개정해가며 신용카드나 직불카드로 등록금을 낼 수 있도록 했지만, 강제성이 떨어지다 보니 이를 외면하는 사례가 부지기수다. 또 교육부가 2015년 발표한 ‘대학 기숙사비 납부 방식 개선안’도 현장에서는 유명무실한 실정이다. 이에 교육부가 대학이 하소연하는 카드 수수료율 문제를 완화시킬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등 실효성 있는 대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잇따른다.
대학은 학생 유치를 위해 총력을 다 한다. 그런 대학이 학생을 위한 기본적 환경을 외면한다면 이는 신뢰를 저버리는 일이라 할 수 있다. 학생과 학부모는 안 그래도 학비 때문에 부담이 큰데 결제 수단까지 제한받는 상황을 이해하기 어렵다. 더불어 대외 홍보에 열을 올리기보다 내실을 기하는, 기본부터 실천해 구성원의 만족도를 높이는 대학의 자세를 고대하고 있다.
김성일 기자 ivemic@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