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치과 장비경쟁에 환자피해 '우려'

동네치과 장비경쟁에 환자피해 '우려'

1인 多역 수행하며 CT 판독까지?… 전지전능해야하는 치과의사

기사승인 2017-11-03 00:11:00

홀로 개원한 치과의사들의 업무가 과도하다 못해 도를 넘었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과거 일반 개원 의사들이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최신장비들을 사들이며 과시적 출혈경쟁을 하던 잘못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근거에 기반한 바람직한 영상검사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에서 국내 유수대학의 강단에서 구강악안면방사선과(영상치의학과) 전문의를 기르고 있는 한 교수는 일선 동네치과에서 이뤄지고 있는 장비경쟁에 대해 자기 비판적 쓴 소리를 남겼다.

그는 “치과계는 의계와 달리 90% 이상이 혼자 개원하고 있는 치과의사로 전지전능하게 일을 하고 있다. 홀로 영상을 찍고 판독하고 진단하고 치료한다”면서 “이제는 X-레이에서 파노마라 X-레이를 거쳐 CT까지 촬영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치과의사가 CT촬영을 하는 것이 문제가 되진 않는다. 하지만 무분별하게 목적 없이 장비를 구매하고 가이드라인도 없는 상황에서 촬영이 이뤄지고 있다”며 “치과의원의 1/3이 장비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토로했다.

실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 신고된 장비현황을 살펴보면 2017년 6월 기준, 등록된 총 치과의원의 수는 1만7233곳으로 이 중 치과에서 주로 사용하는 콘빔CT를 보유한 곳은 8045개소로 절반에 가깝다. 심지어 보유장비 대수는 8114대로 2개 이상을 보유한 기관도 있었다.

문제는 이들의 대다수가 일반치과의사인데다 나홀로 치과라는 점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9월까지 활동하고 있는 3만명 가량의 치과의사 중 11.2%인 3359명만이 전문의 자격을 갖고 있으며 나머지 88.2%는 일반치과의사다. 

결국 명확한 촬영 기준과 전문성이 결여된 상황에서 무분별한 장비경쟁이 이뤄지고, 장비 구매에 소요된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필요 없거나 제대로 촬영 혹은 판독하지 못하면서도 촬영을 해 결과적으로 재촬영을 하거나 판독의뢰를 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전문성이 부족한 상황에서 촬영과 재촬영, 판독이 이뤄지지만 비용은 환자가 일부나마 부담해야하는 상황이 암암리에 발생하고 있다는 우려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 이 관계자는 “사서 쓸 때가 없는데도 들인 돈 때문에 본전은 뽑아야한다는 생각에 찍게 된다”며 “간혹 들어오는 판독의뢰들을 보면 판독을 하기 어려운 수준의 이미지들도 있어 촬영 가이드라인과 전문성을 갖추거나 갖춘 이들에게 맡기려는 의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 영상의학과 전문의는 “의과의 경우에도 일반의가 CT를 촬영하고 판독하는 것을 넘어 수술도 가능하다”면서도 “가이드라인도 없는 상황에서 일반의사가 보통 CT를 촬영하거나 수술을 하지는 않는다. 전문가가 아니라는 인식 때문”이라고 빗대어 말했다.

이어 “아직 전문의제도가 제대로 정착되지 않은 과도기적 현상으로 해석할 수도 있지만 지금도 일부 일어나고 있는 의료계 내 장비경쟁의 문제를 볼 때 적절한 조치가 이뤄져야할 것으로 보인다”고 첨언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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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z@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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