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사고 경계에 선 패혈증

의료사고 경계에 선 패혈증

관리 사각지대서 생명 위협받는 환자들

기사승인 2017-11-06 00:02:00
패혈증은 감염병이다. 문제는 패혈증으로 사망하는 이들이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음에도 정부도, 병원도, 학회도 이들에 대한 관심을 갖지 않는다는 점이다. 당연하지만 별다른 조치도 취해지지 않고 있다.

문제는 관심에서 벗어난 패혈증 사망사건이 중소병원이나 의원급 의료기관에서만 발생하는 사건이 아니라는 점이다. 대한민국 의료의 큰 축을 담당하는 상급종합병원 심지어 빅5 병원에서도 종종 발생하고 있다.

서울 A병원에 입원했던 B씨는 백혈병으로 최종 진단을 받고 이곳에서 항암치료를 받았다. 하지만 항암치료를 마친 당일 새벽 패혈증이 발병했고, 기도삽관 후 중환자실로 옮겨졌지만 곧 세상을 떠났다.

환자 가족들은 의료사고를 의심했다. 병원에 일주일간 입원해 있으며 항암치료를 막 마친 상황에서 심야시간이라고는 하지만 8시간동안 제대로 된 조치가 이뤄지지 않아 사망했다고 믿고 있었다. 

이들에 따르면 새벽 1시부터 환자는 수차례 설사와 환각에 시달렸다. 생체리듬을 확인하기 위해 간호사들이 병실을 2차례 이상 들렸고, 그 외에도 환자 보호자는 4~5차례 문제는 없는지 2~3차례 간호사를 호출해 문의를 했지만 문제없다는 반응이 전부였다.

환자 보호자는 “A병원은 최고의 병원으로 인정받는 곳이다. 그런데 환자가 설사와 발열, 환각을 일으키는데도 무관심으로 일관했다. 과연 최고라는 명성을 어떻게 얻었는지 궁금하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이어 “병실에서 바퀴벌레가 나오는 등 환자 관리는 물론 환경 관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환자와 보호자는 의사를 전적으로 믿고 따를 수밖에 없다. 항암치료의 위험성에 대해 듣고 동의를 했지만 도저히 납득이 안 돼 문제제기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 그의 주장처럼 병원 의료진의 잘못일까? 

실제 패혈증은 미생물에 감염되어 전신에 심각한 염증 반응이 나타나며 빠른 조치가 생존율과 직결되는 질환이다. 치사율은 40%에 이를 정도로 위험도가 높다. 최근 대한중환자의학회 임채만 회장이 발표한 내용대로라면 1시간 내 치료하면 생존율이 80%가 넘지만 6시간이 지나면 30%로 떨어져 초기 치료가 매우 중요한 질환이다.

영국국립보건임상연구원(NICE)가 지난 3월10일 발표한 가이드라인(안)에 따르면 패혈증 의심환자의 경우 신속검사 후 고위험군이라고 판단되면 1시간 이내에 항균제를 투여해야한다고 발표했다. 올해 개정된 패혈증 국제가이드라인에서는 2012년 가이드라인에 명기된 12시간 이내 조치해야한다는 문구를 ‘가능한 빨리(as soon as feasible)’로 변경했다.

길리언 렝(Gillian Leng) NICE 부사무총장은 가이드라인(안)을 공개하며 패혈증은 급속하게 중증화 될 수 있는 만큼 고위험이라는 사실을 간과해 치료가 늦어지면 심각한 문제가 남고, 최악의 경우 사망할 수 있다고 지적하며 빠른 조치의 필요성을 설파하기도 했다.

문제는 기준과 경고가 국제사회에서 이뤄지고 있음에도 국내에서는 별도의 가이드라인을 수립하거나 준용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치료를 받는 중 패혈증으로 사망하게 되는 이들의 통계나 정보도 별도로 관리되고 연구되지 않고 있다. 감염경로나 사망원인을 파악해 개선하려는 노력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셈이다.

한 감염내과 교수는 “패혈증의 원인과 증상이 너무 다양해 진단이 쉽지는 않다”며 “(B씨의 경우) 의료사고로 볼 수도 있지만 아닐 수도 있다. 조치가 늦었다곤 하지만 정해진 기준이 없어 문제를 삼기도 힘들다. 몸속에 잠복 중인 균이 면역력 약화로 발현돼 패혈증에 이른 것일 수도 있다”고 가능성만을 열어둔 채 말을 아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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