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식품ㆍ생활 안전, 이대로는 반복될 뿐”

“불안한 식품ㆍ생활 안전, 이대로는 반복될 뿐”

의료전문가들, 생활식품 위해 통합관리 기구신설 ‘한 목소리’

기사승인 2017-11-07 18:54:26
지난 2017년 8월은 국민의 생활건강이 위협받은 달로 기억되고 있다. 계란에서 발암물질이 포함된 살충제 성분 등이 검출됐다. 일회용 생리대에서도 위해 화합물질이 확인돼 시민사회를 시끄럽게 하고 있다.

햄과 소시지 등 가공 육류를 먹고 유럽에서 E형 간염이 발생하면서 국내로 수입된 가공육에 대한 비상이 걸리기도 했다. 심지어 화장품, 치약, 물티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생활용품에 대한 불신이 팽배해졌다.

문제는 일련의 위협이 계속해서 반복되고, 피해에 대한 대응이나 관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실제 2011년 가습기 살균제 파문이 일며 판매 중지 등 조치가 이뤄졌지만 6년이 지난 지금까지 위해성에 대한 논란이나 피해자에 대한 보상 등은 해결되지 않고 있다.

이 가운데 의료전문가들이 현 체계가 유지될 경우 위험은 끊임없이 이어질 것이라고 경종을 울렸다. 그리고 대응관리체계를 강화하기 위해 새로운 통합기구가 설립해야한다고도 주장했다. 


◇ 위해성 파악은커녕, 즉각 대응도 못하는 정부

대한의사협회(회장 추무진)와 양승조 보건복지위원장이 7일 주최한 ‘생활환경의 위해요인으로부터 국민건강보호를 위한 토론회’에서 홍윤철 의협 환경건강분과위원장은 가습기 살균제와 같은 생활에서 쓰이는 화학물질로 인한 위해가 현재 진행되고 있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생활의 편의와 사회의 고도화에 힘입어 20만종 이상의 신규화학물이 만들어지고 10만종 이상이 생활환경에서 사용되고 있지만 일련의 화학물에 대한 관리는커녕 실생활에서 얼마나 활용되고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위해 정도는 어느 정도인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일례로 에어컨 청소에 사용되는 항균제에 대한 성분은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로 밝혀지지 않고 있다. 냄비나 후라이펜, 통조림캔 등의 코팅에 사용되는 물질처럼 성분이 밝혀진 것에 대해서도 실생활환경에 얼마나 사용되고 위해도가 어느 정도인지 확인되지 않고 있다.

더구나 살충제 계란, 위해 생리대 등 문제가 발생한 후에도 사람들의 인식에서 잊히고, 다른 사건이나 삶에 묻힐 뿐 책임지거나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제도적 혹은 사회적 변화를 위한 노력이나 대안이 제시되지 않고 있다는 점을 거론하며 “이래서는 안 된다”고 질타했다.

백현욱 의협 식품건강분과위원장도 살충제 계란과 E형간염 가공육에 대한 건강위해성과 일련의 사태에 대한 정부의 대응문제를 언급하며 “식약처에서는 적어도 법규에 정해진 만큼은 철저히 관리해야할 것이며 근본적인 환경개선을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홍정익 질병관리본부 위기대응총괄과장은 “법이나 조직을 만들어 관리하고 있다”면서도 부처 간 업무분장을 통해 효율성을 높이고 책임과 권한을 부여했지만 소관이 모호한 분야나 접근이 힘들고 주저되는 부분도 있어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어왔다고 토로했다.

김대철 식품의약품안전처 바이오생약심사부장도 “위해물질 및 독성물질에 대한 DB를 구축하고 꾸준히 정보갱신이 이뤄지고 있으며 환경부와도 공유해 위해화학성분에 대한 문제를 꾸준히 검사하고 관찰ㆍ관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제품 개발이나 성분의 등장 속도를 관리체계가 따라가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는 점을 시사하며 현실적인 어려움에 대해 양해를 구했다. 

그는 위해품에 대한 대처방법이나 정보를 정확히 즉각적으로 전하지 못하고 있는 점이나 사회적 복잡성과 제품의 다양성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관리의 사각지대에 대해 “관계 부처가 공통적으로 문제를 인식하고 고민하며 틈새를 메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도 부연했다.


◇ 알려줘도 대응 못하는 정부, 해법은 ‘통합위해관리기구’ 신설

이 같은 정부 관계자들의 대답에 대해 전문가들은 답답함을 드러냈다. 이미 사건이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고 정부부처에 대한 시민들의 신뢰가 하락하는 상황에 앞서 다양한 문제제기나 신호가 있었음에도 제대로 반응하지 못하는 체계가 문제라는 비판이다.

홍 위원장은 “가습기 살균제도 7~8년 전부터 문제제기가 있었다. 모든 사건이 일어나기 전에 상당한 신호가 있다. 그 신호를 빨리 알아차려야한다”며 정부와 전문가가 조사감시체계를 좀 더 촘촘히 찬찬하게 구축하고 여러 부처가 모여 이를 논의하고 대응하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토론자로 참여한 윤명 소비자시민모임 사무총장은 “위기 상황에 대한 징조도 있고, 의견도 있다. 이를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집중해야할 것”이라며 “살충제 계란사태도 시민단체에서 사전에 문제제기가 됐다. 조금 더 소비자의 목소리를 들었다면 이런 사태가 오지는 않았다”고 비난했다. 

이어 “가습기 살균제 사태를 계기로 콘트롤타워가 없다는 점을 지적하며 전문가들도 동의하고 있다. 모두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빨리 만들어질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면서 “국민들은 공포에 살고 있다. 어쩔 수 없이 살아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정부의 결단을 촉구했다.

역시 토론자로 참여한 엄중식 가천대의과대학 감염내과 교수도 “적이 어디서 들어오는지 모르면 당할 수밖에 없다”면서 문제를 제대로 파악하고 대응할 수 있는 체계가 시급히 구축돼야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메르스(MERS, 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를 겪으며 감염병을 비롯한 국가 재난사태에 대한 체계적 관리대응체계 구축 논의가 1년여 전부터 진전되지 않고 있는 점을 지적하며 “언젠가는 다시금 심각한 위협을 받을 수 있다. 빨리 논의가 재계돼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종구 의협 국민건강보호위원장은 위해요인 발생과 위기대응 사이의 간극에 대해 시사하며 ▶위기예방기본법 제정 ▶지역 및 중앙 위기관리 거버넌스 구축 ▶보건위해 대응 및 예방을 위한 지속적인 연구 및 지원체계의 필요성을 제안했다.

구체적으로 지속가능한 발전에 초점을 두고 신속한 검사와 지원, 병원별 진단결과 통합관리를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고, 언론과 현장, 지방자치단체 간의 유기적인 연계와 소통을 위한 현장대응소를 갖추는 등 법령과 조직, 업무를 명확히 하고 예방과 조기발견, 대응을 위한 체계를 구축해야한다.

이에 홍 과장은 “(질본에) 국민건강과 관련된 의학적, 보건학적 연구와 조사 등의 포괄적이고 총괄적인 기능이 부여된다면 전문성을 갖춘 기관으로 발전해 예방과 관리, 노출방지, 피해보상, 방지 등의 법적, 정책적 근거를 제시할 수 있는 기구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김 과장은 불확실성으로 인해 전문가의 견해를 듣고 싶어도 들을 수 없는 경우가 많아 정부 입장에서 방향을 정하거나 국민을 설득하는데 어려움이 있다며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필요할 때 목소리를 내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운 사무총장은 여기에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일련의 위해물질 사용제품에 대한 관리와 안전에 대한 관심을 가져야한다는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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