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가 인사처청문회에서 지분쪼개기, 학벌지상주의 발언 등 자신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해명하고 장관이 됐을 때의 청사진을 제시했다.
◇ ‘자료미제출’ 두고 여·야 격돌
10일 국회에서 열린 청문회에서는 홍 후보자의 ‘자료 미제출’ 문제로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여·야간 공방이 오갔다. 여당은 “제출이 안 되면 열람방법을 찾아 확인토록 하고 청문회를 진행하자”고 주장한 반면 야당은 “자료 미제출은 청문회를 방해한 것”이라며 비난했다.
이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후보자와 관련해 국민들의 논란이 있으니 청문위원들이 확인할 수 있는 조치가 필요할 것 같다”면서 “자료제출이 안 됐다면서 청문회가 지연되는 것보다 이를 마지막에 요청하는 게 어떠냐”고 말했다.
반대로 손금주 국민의당 의원은 “이낙연 국무총리도 병역비 관련, 유남석 헌법재판관 후보자도 통장거래내역을 제출했다”면서 “은행에 가서 10분 이내에 배우자와 딸 사이의 거래내역을 찾을 수 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김기선 자유한국당 의원은 2015년 6월 황교안 국무총리 인사청문회에 출석한 홍 후보자의 발언이 담긴 동영상을 틀었다. 영상 속 홍 후보자는 “이게 무슨 청문회냐, 후보자가 세금 다 냈다고 하면 낸 거냐, 전관예우 안 했다고 하면 안 한 건가, 가장 중요한 기준은 국민들의 알 권리다, 여태까지 자료 제출 안 한다는 건 청문회 안 하겠다는 것과 똑같은 거 아니냐”며 비난했다.
이후 김규한 자유한국당이 “동영상을 보고 느낀 점이 없느냐”고 묻자 홍 후보자는 “자료제출을 하려고 열심히 노력했지만 부족한 점이 있다”면서 “다시 한번 살펴보겠다”고 해명했다.
◇ 각종 논란 해명에 진땀… 거듭 “죄송하다”
이날 청문회는 홍 후보자의 부인과 딸과 관련된 증여 논란 등 의혹이 집중 거론됐다.
장모가 자신의 딸에게 ‘쪼개기 증여’로 절세했다는 논란에 대해서 홍 후보자는 “증여는 전적으로 어머님(장모)의 결정”이라면서 “어머님 의사에 반대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지난 9일 윤한홍 자유한국당 의원은 홍 후보자의 장모가 자신의 딸에게 모든 재산을 증여하면 증여세로 13억 9000만원을 납부해야 함에도 가족끼리 지분을 나눠가지는 방식으로 4억원의 세금을 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윤 의원은 “여당에서는 홍 후보자가 12억원 이상의 증여세를 납부했다고 감쌌지만 실제 납부액은 9억 9000만원이었다”면서 “쪼개기 증여는 합법적인 절세가 아니라 국민의 마음까지 쪼개는 치졸한 조세 회피”라고 지적한 바 있다.
또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여러 의원이 후보자의 부인과 딸의 채권·채무관계를 지적했다”면서 “2억5000만원 현금 증여로 해결 할 수 있느냐”고 지적하자 홍후보자는 “그렇게 하겠다”고 말했다.
야당은 홍 후보자의 배우자와 딸이 금전소비자대차계약 방식으로 2억여원 규모의 채무관계를 맺은 것을 두고 편법증여를 한 것이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후보자와 후보자 가족은 37억5000만원 규모의 증여를 받고 증여세로 9억9000만원을 냈다”면서 “실효세율은 약 26.5%인데 국세청 확인 결과 9년동안 재산증여 상위 10%의 실효세율은 16.6%”라고 말했다.
이어 “다른 사람보다 세금을 더 냈는데 배우자와 딸이 왜 증여 대차계약을 맺었느냐”며 물었다.
홍 후보자는 이에 대해 “어머니(장모)의 결정이었다”면서 “딸이 미성년자였기 때문에 현금을 보유하는 게 맞지 않다고 본 것 같다”고 해명했다.
‘삼수·사수를 해서라도 서울대에 가라’는 책에서 드러난 학벌지상주의 발언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홍 후보자는 “경위야 어떻게 됐던 잘못된 표현으로 상처받은 분들이 있다면 이 자리를 빌어 사과 말씀을 올린다”고 말했다.
1998년 경원대 경제학과 교수 재직 시절에 집필한 ‘삼수·사수를 해서라도 서울대에 가라’는 공부법 소개 책에서 “행복은 성적순”이라며 명문대에 진학하라고 조언했다.
홍 후보자는 책에서 “명문대학을 나오지 않고도 성공한 사람들이 자주 보도되는데 면밀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면서 “작은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데 성공했는지 몰라도 그들에게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고도 서술했다.
부인과 딸이 증여받은 서울 중구 상가건물 계약서 공개로 불거진 ‘갑질 임대차 계약서’ 논란에 대해서도 “책임을 통감하고 가슴이 아프다”고 밝혔다.
해당 계약서에는 ‘계약 조항해석에 대해 갑과을 사이에 이의가 있을 경우 갑의 해석에 따르기로 한다’는 문구와 ‘임대료 2개월 이상 연체시 일방적으로 임대차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조항이 포함돼 논란이 됐다.
홍 후보자는 “그동안 제가 부족하게 살아왔다고 생각한다. 겸허하게 반성하고 있다”면서 “우리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제가 열정적으로 일하는 가운데 많은 분에게 피해를 준 것 같다”고 말했다.
◇ “中企 기술탈취 막고 청년 창업 쉽게 하겠다”
장관에 임명되면 대기업의 기술탈취를 막고 젊은 창업자를 위해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비전을 밝혔다.
홍 후보자는 “대기업이 벤처기업 인수합병(M&A)을 안 하는 이유 중 하나는 손쉽게 기술탈취를 할 수 있어서”라면서 “기술탈취를 반드시 막아야 벤처생태계가 제대로 된다”고 강조했다.
또한 대기업과 벤처기업이 기술탈취로 인해 소송이 이뤄질 경우 “중기부가 중소기업의 대변인이 돼서 모든 자료를 이용해 대항권을 행사하겠다”면서 “반드시 기술탈취만은 막겠다”고 말했따.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으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부담이 커졌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그러나) 지난 4∼5년간 최저임금이 상대적으로 낮아서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올리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모호하게 대답했다.
청년창업 지원에 대한 뜻도 밝혔다. 홍 후보자는 “잘못된 금융관행 때문에 한 번 실패하면 일어날 수 없는 것들이 젊은이들의 창업을 어렵게 한다”면서 “연대보증을 해소하고 대금을 빌려주는 것보다 정부가 적극 투자해 젊은이들의 7전8기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려 한다”고 강조했다.
자신의 강점을 ‘현장을 많이 아는 것’으로 꼽기도 했다.
홍 후보자는 정유섭 자유한국당 의원이 “어떤 점이 장관으로서 강점으로 생각하느냐”고 묻자 “을지로의원회를 통해 현장을 많이 다녔다”면서 “누구보다 현재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자영업자의 어려움과 절실함을 느끼고 있다”고 답했다.
또 “부족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장관 후보 지명을 수락한 이유는 너무나도 (중소기업, 소상공인 등이) 절실해하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자신을 둘러싼 의혹과 관련해 사퇴 의견을 묻는 질문에는 “중소기업인, 소상공인, 자영업자를 위해 제 평생을 살아왔으며 그들을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면서 “열심히 청문회에서 해명해서 신임을 얻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조현우 기자 akg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