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명숙 게임물관리위원장이 사실에서 어긋난 발언을 한 데에 사과의 뜻을 밝혔다. 그러나 이른바 ‘게임업계 농단’으로 불리는 의혹에 대해서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10일 열린 교문위 전체회의에 출석한 여 위원장은 “전병헌 정무수석이 게임농단과 관련이 있다고 말한 적이 한 번도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친척을 빙자했다는 표현도 사실과 다른 내용이었다. 전 수석과 윤 전 비서관에 대한 소문만 듣고 사실확인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성급하게 말씀을 드렸다. 이로 인해 두 분께 누를 끼친 점은 진심으로 사죄한다”고 전했다.
다만 여 위원장은 앞서 문제 제기한 오픈마켓 게임법에 대해서는 특별히 언급하지 않았다. 윤씨 등이 몇 차례 공개석상에서 팩트가 아니라며 반박을 했음에도 여 위원장이 묵묵부답으로 일관한 데에는 여전히 개인적인 ‘복안’이 있다는 해석가 나온다. 여 위원장은 확률형 아이템 등 사행성을 방치하는 제도적 문제에 대해 지속적으로 비판해온 인사다.
이날 여 위원장은 ‘게임농단’이란 발언을 한 데에 “합리적인 의혹이 있었기 때문”이라면서 “그 정황에 대해서 상당량의 (자료) 수집을 했다. 그것이 반복되다 보니 같은 등장 인물들이 같은 맥락에 드러난다면 어딘가를 향해 가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막혀 있는데 그걸 당장 뚫지 않으면 또 다시 심각한 생태계 파괴가 일어날 것 같고, 4차 산업 혁명에서 뒤쳐지지 않을까 염려가 있었다”고 말했다.
또한 “의혹과 정황을 모아 보고 드리는 상황에서 무리한 표현을 한 것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를 드린다”면서도 “게임의 탈을 쓴 도박물들, 그리고 법이 적절히 작동하지 않게 만드는 그것이 바로 농단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윤모씨는 공정해야 할 등급기관 심의에 개입하면서 갑질과 길들이기를 했다. 직원들의 고용승계에도 개입했고, 게임물관리위원회 인사에도 개입했다”고 밝혔다.
여 위원장은 지난달 30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종합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해 “전병헌 수석의 친척과 지인들, 그 친척이 속한 게임 언론사, 전 수석의 고향 후배를 자처하는 게임판의 김모 교수, 문체부 게임과 등이 게임판을 농단하는 기둥”이라고 주장하며 이목을 끌었다.
당시 교문위원들의 실명공개 요구에 여 위원장은 청와대 전병헌 정무수석과 과거 전 수석의 비서관을 지낸 윤문용씨의 이름을 거론했다.
여 위원장의 ‘게임 농단’ 발언이 주목받은 건 지난해 최순실 국정농단 관련 청문회에서 차은택씨의 부정행위를 거침없이 폭로한 전력 때문이다.
여 위원장은 “특정한 법이 통과되고 계속해서 업데이트 되거나 컨트롤 불가능한 방향으로 사행화가 폭주 기관차처럼 달릴 수 있는데 해결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놓지 않고 계속해서 진행되고 있다”면서 구체적으로 ‘MB정권 때 전병헌 전 의원을 통해서 나왔던 법’을 문제 삼았다.
여 위원장이 언급한 법안은 2010년 국회에서 발의해 2011년 통과된 ‘게임산업진흥에관한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말한다. 일명 ‘오픈마켓 게임법’이라 불리는 이 개정안은 구글 플레이 스토어, 애플 앱 스토어 등에서 한국이 심의문제로 게임을 유통할 수 없게 되자 민간 자율심의 도입으로 돌파구를 마련한 결과물로 세간에 알려져 있다.
직후 전 수석과 윤씨가 팩트에 어긋난다며 강하게 반박해 해당 논란은 해프닝으로 일단락되는 듯 보였다. 그러나 지난 8일 검찰이 윤모씨 등 전 수석 보좌관 3인에 대해 업무상 횡령 등의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며 다시금 ‘게임계 농단’ 이슈가 재점화됐다.
이날 야당 위원들은 전 수석 보좌관들이 횡령, 자금세탁, 뇌물수수 등으로 검찰 조사를 받는 만큼 여 의원이 지적한 ‘게임 농단’에 대해서도 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자유한국당 이은재 의원은 “전 수석이 회장으로 있었던 e스포츠협회 후원금 내역을 모두 제출해야 한다”면서 “문체부에서 이에 대해 자체 감사를 진행해야 되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한선교 의원 역시 “문체부가 적폐청산을 가려내고 있다. 조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도종환 문체부 장관은 “알겠다. 살펴보겠다”고 답했다.
이다니엘 기자 dn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