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 하면 흔히 영화나 애니메이션 등 영상문화를 떠올리게 된다. 그런데 뜻밖에도 부천시가 지난달 31일(유럽 중부 표준시) ‘유네스코 문학창의도시’로 지정됐다. 그것도 동아시아 최초로.
변영로, 양귀자 등 몇몇을 제외하면 부천과 인연이 있는 이렇다 할 문인도 없는데 유네스코 지정 문학창의도시가 될 수 있었던 배경이 무얼까.
거기엔 시민들의 생활 속으로 들어온 부천시의 도서관들이 자리하고 있다. 풍부한 문화콘텐츠도 한몫 했지만 무엇보다도 다양한 도서관 인프라가 문학창의도시로 인정받는 데 크게 기여했다.
이색도서관 천국
부천에는 여느 도시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이색도서관이 많다. 카페 같은 도서관, 지하철을 이용하는 시민들이 손쉽게 책을 빌려볼 수 있도록 마련된 ‘칙칙폭폭 도서관’, 영화관에 설치한 ‘영화도서관 팝콘’, 치매 극복을 위해 중앙치매센터와 함께 운영하는 ‘가치함께 도서관’, 만화도서관 등이 그것이다.
이처럼 다양한 도서관들은 시민의 생활 속으로 들어와 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시민들은 시 어느 지역에서도 어렵지 않게 책을 접할 수 있다.
지난 2일 CGV부천 5층에 문을 연 부천시립 '영화도서관 팝콘'은 영화와 책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작은 도서관이다. 영화 및 인문학 도서 3500여 권과 영화음악CD 50여 종, 영화·만화·교양잡지 11종을 비치하고 있다. CGV부천 영업시간에 따라 운영하며, 관외대출 서비스는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이용할 수 있다. 내년부터는 영화, 청소년 진로지원, 청년 진로지원, 인문학 등 독서문화 프로그램도 함께 운영한다.
다양한 프로그램 운영도
오정도서관, 상동도서관, 송내도서관에서 운영하는 ‘가치함께 도서관’은 치매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습득하고 치매 예방을 위한 지식을 쌓을 수 있도록 치매관련 도서 200여 권과 국가치매관리사업 간행물, 홍보물을 비치했다. 또한 도서관 강좌와 연계한 건강강좌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지역사회 건강정보 허브 역할을 하고 있다.
부천시 신중동역·상동역에 설치된 ‘칙칙폭폭 도서관’은 출퇴근길 시민들이 편리하게 책을 빌려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설치한 것이다. 이곳에서는 상호대차 서비스를 통해 시립도서관 도서를 대출·반납할 수 있다.
상호대차 서비스란 시립도서관 책을 직장이나 집에서 가까운 곳에서 대출·반납할 수 있도록 하고 다중이용시설 등에 무인도서반납함을 운영하는 서비스다. 시민들은 지난해 이 서비스를 통해 76만여 권의 책을 대출·반납했으며, 올해 이용량은 80만권 이상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재 시립도서관과 공립 작은도서관, 부천역 민원센터, 상동 홈플러스, 부천시청 내 시정담벼락 등 총 44곳에서 상호대차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역곡역과 송내역에는 365일 원하는 도서를 간편하게 대출할 수 있는 생활밀착형 무인 작은도서관인 ‘스마트도서관’이 있다. 500여 권이 넘는 신간 및 인기 도서를 비치하고 있으며 도서반납함도 함께 설치돼 언제든지 시립도서관 도서를 반납할 수 있다.
삶을 바꾸는 책의 힘
지난 4월 29일 문을 연 오정도서관은 카페처럼 아늑하고 운치가 있다. 지상 1층은 종합자료실로 다락방 콘셉트의 큐빅공간, 월간잡지 하우스, 창가 노트북석 등 다양한 열람공간을 카페와 같은 분위기로 마련해 놓았다. 또 4~6명이 이용할 수 있는 스터디룸 4개실을 만들어 공간 활용도를 높였다.
지상 2층에는 아동(유아)자료실과 만화자료실이 들어선다. 유아자료실은 온돌바닥과 수유실을 갖춰 아기와 부모가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다.
만화자료실은 만화작가의 방, 웹툰 전용 태블릿PC 코너, 우수만화 수상작 코너, 학습만화 코너 등 다양한 주제를 골목길 콘셉트로 구성해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도록 조성했다.
지하에는 96석의 열람실이 들어서 있다. 오랜 시간 학습하는 이용자를 위해 물품 보관 사물함과 휴게코너를 갖춰 쾌적한 환경을 제공한다.
부천시 청사 안에 마련된 판타스틱큐브도서관도 부천의 자랑이다. 민원으로 시청을 찾은 시민들이 기다리는 동안 시간을 보내기에 최적인 공간.
한편 부천시는 오는 18일 오전 10시 부천시청 어울마당에서 유네스코 창의도시 네트워크 가입을 축하하는 기념식과 북페스티벌을 개최한다.
북페스티벌은 이번이 17회 째다. 시는 그간 도서관 문화한마당이었던 도서관 축제를 출판사, 서점, 도서관이 함께하는 축제로 확장하고 명칭을 북페스티벌로 바꿔 개최한다. 시민과 함께 책으로 소통하고 자연스럽게 책과 친해지는 시간으로 꾸며질 예정이다.
올해는 ‘삶을 바꾸는 책의 힘’이라는 주제로 작가와의 만남, 북콘서트, 체험, 전시 등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된다.
부천=조남현 기자 freecnh@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