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만족 못 한 알뜰폰 도매대가…SKT “최대한 협조했다”

누구도 만족 못 한 알뜰폰 도매대가…SKT “최대한 협조했다”

기사승인 2017-11-14 05:00:00


정부와 SK텔레콤의 알뜰폰 도매대가 협의 결과가 관련 업계에 씁쓸함을 남겼다. 알뜰폰은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에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으며 실적 악화에 빠진 이통사들도 웃지 못하는 상황이다.

지난 8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SK텔레콤과 알뜰폰 사업자가 망을 빌려쓰는 대가로 이통사에 지급하는 도매대가 협의를 마쳤다. 매년 이뤄지는 알뜰폰 도매대가 협의는 과기정통부와 망 의무제공사업자인 SK텔레콤이 기준을 마련하고 KT, LG유플러스 등이 이에 맞춰 가격을 설정하는 과정을 거친다.

정부는 이번 협의로 알뜰폰 사업자의 망 도매대가 부담을 한층 덜 수 있다는 입장이다. KT, LG유플러스가 유사한 비율로 도매대가를 인하할 경우 알뜰폰 원가부담은 최대 620억원 감소할 것으로 분석했다.

내용을 보면 단위당 종량 도매대가는 전년 대비 음성 12.6%, 데이터 16.3% 인하하고 수익배분 도매대가는 LTE 데이터중심 요금제 도매대가 비율을 전년 대비 평균 7.2%포인트 내렸다. 특히 과기정통부와 SK텔레콤은 데이터 300MB~6.5GB 제공 구간에서 평균 11.7%포인트 인하가 이뤄졌다는 점을 강조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이번 도매대가 인하를 통해 알뜰폰이 요금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며 앞으로도 알뜰폰이 이동통신시장의 경쟁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발굴 등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작 알뜰폰 업계는 울상이다. 지난 6월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발표한 통신비 정책 알뜰폰 경쟁력 제고 안에서 LTE 수익배분 도매대가를 전년 대비 10%포인트 인하해주겠다고 약속한 것이 지켜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번 협의에 따르면 요금제 구간별 평균 도매대가는 기존 56.4%에서 49.2%까지 내려가 평균 인하폭이 7.2%포인트다. 1.2GB 데이터 구간은 기존 56.1%에서 올해 40%까지 내려갔지만 6.5GB 이상 구간은 50% 이상을 유지했다.

이 구간별 인하 내용에서도 불만이 제기된다. 도매대가 부담을 크게 낮춘 1.2GB 수준 요금제의 경우 알뜰폰 요금과 기존 이통사 요금의 가격차이가 크지 않은 상황으로 경쟁 우위가 없고 가격 차이가 있는 6.5GB 이상 고가 요금제는 알뜰폰 고객들이 찾는 비중이 극히 미미해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또한 알뜰폰 업계는 국정기획자문위의 도매대가 인하안 발표 당시에 제시된 지난해 가격 수준과 달리 이번 인하폭 산정에는 ‘기본료’라는 부분이 포함돼 실제 인하 효과는 더 낮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 같은 알뜰폰의 불만은 이번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통신비 정책과 알뜰폰 시장의 거리감과도 무관하지 않다.

기존 추진된 선택약정 할인 상향이나 보편요금제 도입 등 방안은 기존 이통사 요금을 실질적으로 낮추는 효과를 가져와 알뜰폰의 가격 경쟁력을 약화한다는 지적이 불거져 왔고 도매대가 인하가 사실상 유일한 알뜰폰 활성화 안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도매대가 하나만 바라보고 왔는데 이런 수준으로는 요금 경쟁을 할 수 없는 구조”라며 “알뜰폰 업계 누적 적자가 3000억원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환경이 개선되지 않는 한 사업을 계속 할 수 있는지 고민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반대로 이통사들의 상황도 녹록치는 않다. 통신 시장 정체로 인한 수익성 인하에 일련의 통신비 정책에 따른 부담까지 실적에 고스란히 반영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올해 3분기 이통 3사 실적을 보면 SK텔레콤의 경우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4.7%, 7.5%씩 줄었으며 KT도 영업이익이 6.1% 감소세로 돌아섰다. 그마나 성장세를 유지한 LG유플러스도 전분기 15.5%에 달한 영업이익 증가율이 1.3%까지 떨어졌다.

여기에 지난 9월부터 시행된 선택약정할인 영향이 4분기부터 본격적으로 반영되고 내년부터는 취약계층 통신비 지원 상향 등 후속 조치에 따른 비용까지 더해져 당분간 실적 회복 가능성은 요원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번 도매대가 인하 역시 수익 감소 요인으로 꼽힌다.

이통사 관계자도 “진퇴양난의 분위기로 점차 어려워지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낙관할 수 없는 현실을 인정했다.

다만 협의 당사자인 SK텔레콤은 역할을 다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알뜰폰에서 비중이 큰 6.5GB 미만 구간에 11.7%포인트 인하는 기대를 져 버린 수준이라 볼 수 없다”며 “정부 정책에 최대한 협조한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업계 구조상 알뜰폰 사업자들이 협상 우위를 갖기 어려운 상황을 고려해 과기정통부와 SK텔레콤의 협의를 통해 도매대가 기준을 마련하도록 했으며 사실상 이 결과를 업계가 수용하는 형태로 진행돼 왔다.

한편, 알뜰폰 도매대가 협의는 기존 매년 상반기 중 마무리를 지어왔으나 올해 새 정부 구성 등의 변수로 기약 없이 연기되다 이달에서야 완료하게 됐다.

김정우 기자 tajo@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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