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C그룹이 고용노동부 지시 미이행으로 부과된 과징금 처분을 미뤄달라고 법원에 요청한 집행정지 심리가 22일 서울행정법원에서 열린다. 앞서 고용부는 파리바게뜨가 가맹점에서 일하는 협력업체 소속 제빵사 5378명에 대해 한 전반적인 업무지시를 파견법 위반으로 보고 본사 직접고용을 명령했다.
SPC그룹은 고용부와 협의 하에 가맹본부와 가맹점주, 인력을 공급하는 협력업체가 참여하는 3자합작회사 설립을 해결책으로 삼고 설립을 위한 의견 청취 등 시간이 필요하다며 지난달 27일과 31일 각각 직접고용 시정명령기한 연장과 직접고용취소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 쟁점은 ‘교육이냐 지시냐’
이날 심리는 고용부의 시정지시가 행정처분에 해당하는지가 우선 다뤄진다. 그러나 주요 쟁점인 파견법 위반 여부 역시 포괄적으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세부적으로는 파리바게뜨의 업무지시가 ‘전반적인 근로감독’인지 ‘품질유지관리차원의 지시’인지 여부다. 만약 근로감독으로 인정될 경우 이는 파견법을 위반한 불법파견에 해당되며 반대로 프랜차이즈 특성상 제품 품질 유지를 위한 수준의 지시라면 가맹사업법이 허용한 ‘교육’에 해당된다. 이는 이번 논란을 관통하는 핵심 쟁점이기도 하다.
법원이 파리바게뜨의 집행정지 요청을 인정할 경우 시정지시 처분 취소 소송과 본안 소송·판결 등을 포함해 길게는 1년 이상의 시간을 벌 수 있게 된다.
3자합작회사설립에 무엇보다 시간이 필요한 SPC그룹 입장에서는 반드시 필요한 결과다. 이 기간 동안 제빵기사 동의를 구해 합작회사설립을 마무리한다면 고용부 입장에서도 이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반대로 집행정지 가처분이 받아들여지지 않고 고용부마저 기간연장을 기각한다면 내달 5일까지 5400여명의 제빵사를 직접 고용하고 530억원에 달하는 과태료까지 납부해야한다. 이날 심리가 사실상 사업의 존폐 여부를 결정짓는 첫걸음인 셈이다.
법원은 SPC그룹과 고용노동부의 의견을 듣고 오는 29일 이전에 시정명령 집행정지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SPC그룹은 소송 결과와 상관 없이 3자협력사 출범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SPC 관계자는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면서 “제빵사 의견을 수렴해 최대한 빠른 시일 안에 합자회사를 설립할 수 있도록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 목소리 제각각… 의견취합 난항
논란이 길어지면서 제빵기사와 협의회들 간의 이견도 발생하고 있다. 이는 빠른 의견 취합으로 합작법인설립을 마무리해야하는 SPC그룹 입장에서는 또 다른 악재다.
지난 6일 파리바게뜨 제빵기사 파견업체 11곳은 서울행정법원에 임금지급 시정지시를 취소해달라는 내용의 본안소송과 시정지시 처분 효력 중지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을 제출했다. 협력업체들은 ‘근무 전·후 5~10분사이 시간은 연장근로수당 지급대상이 아니다’라면서 고용부가 조사하고 판단한 연장근로수당 액수가 과도하게 많다고 주장했다.
대구 지역 제빵사 30여명도 기자회견을 통해 “본사 직접고용만이 최선 해결책은 아니다”라면서 “직접 고용되면 본사의 지시가 늘어 업무 강도와 업무량이 지금보다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몇개월 전 갑자기 생긴 노조가 마치 우리의 대표인 듯 나서서 직접고용을 공통 의견인 것처럼 얘기하지만 모든 기사가 같은 생각을 가진 것은 아니다”라면서 “본사 지시가 없다면 3자회사도 좋은 대안”이라고 덧붙였다.
반대로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화섬노조)와 시민단체 등은 “파리바게뜨 본사는 고용노동부의 불법파견 시정지시에 소송으로 맞서며 합작회사 설명회를 개최하고 있다”며 “형식적으론 불법파견의 소지를 없앤다고하나 실질적으로는 또 다른 형태의 도급업체와 간접고용 비정규직을 만드는 것일뿐”이라고 주장했다.
프랜차이즈 업계에서는 이번 심리와 소송 결과가 업계 전반에 다양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초점은 파리바게뜨의 업무지시여부에 맞춰져 있지만 포괄적으로 보자면 이 문제에서 다른 (프랜차이즈) 업체 역시 자유로울 수는 없다”면서 “소송 결과에 따라 인력고용과 교육 등 업계 시스템 전반에 대한 재점검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조현우 기자 akg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