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정상 수능 재연기는 불가능”
시험 중단 시 성적처리 대안 못밝혀
정부는 20일 수능 시행 범부처 지원대책과 포항 시험장 운영방안을 발표하면서 지진으로 인해 수능 일정을 다시 미루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이진석 교육부 대학정책실장은 “수능 문제를 다시 내서 시험을 치르게 되면 적어도 두 달 이상이 소요된다”며 추가 연기는 불가능하다고 전했다.
더불어 “700명이 넘는 수능 출제위원들과 보조요원들이 장시간 폐쇄된 공간에서 지내고 있는 고충을 감안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이미 지진으로 인해 수능이 연기되면서 정신적 충격과 혼란을 입은 학생들의 상황보다 수능 위원들의 입장 등을 더 중시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고교 3학년 자녀를 둔 서울 서초구의 서수영(가명)씨는 “수능 위원들의 노고를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수많은 수험생들이 인생을 건 시험을 치르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수능을 목전에 둔 부모의 심정은 정말 타들어 가는데 지금과 같은 재난 비상 상황에서 수능 일정과 관련한 사항을 수능위원들의 거취와 연관시킨 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했다.
정부는 지난 15일 포항 강진 발생 직후 “수능을 예정대로 16일에 시행하겠다”고 밝혔었지만, 이 결정은 5시간 만에 번복됐다. 피해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채 강행 방침을 표했던 것이다.
또 정부는 수능 당일 지진발생 시 단계별 대응요령을 발표하기는 했지만, 피해가 커 시험이 중단됐을 경우에 대해서는 설명이 부족했다.
‘시험을 못 치르게 될 경우 수험생의 성적처리는 어떻게 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창훈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수능본부장은 “정무적 판단이 필요한 사안이라 공개하기 어렵다”며 말을 얼버무렸다. 이는 곧 “현재로서는 대책이 없다”는 말로 들릴 수밖에 없었다.
수원의 한 고교에 재학 중인 수험생 이진수(가명)군은 “뉴스를 보고 ‘정무적’이란 뜻을 사전에서 찾아보기도 했다”며 “수험생 입장에서 수능일에 지진 등으로 인해 시험을 치르지 못하는 것은 최악의 일인데, 이에 대한 대비가 갖춰져 있지 않은 것으로 보였다”고 말했다.
교육 현장에서는 당국의 치밀하지 못한 대처가 혼란과 불안을 더 키운 부분이 있다는 문제제기가 이어졌다.
서울의 한 고교 교사는 “만약 실제 큰 지진이 일어난다면 행동요령에 따른 빠른 현장 대응이 문제 없이 이뤄질 수 있을지 우려된다”고 전했다.
교육부는 지진 발생 시 행동요령에 대한 예행연습을 예비소집일을 통해 숙지시키겠다고 부연해 빈축을 산 바 있다.
김성일 기자 ivemic@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