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헬로, 알뜰폰 독자노선 걷나…“구조적 한계 봉착”

CJ헬로, 알뜰폰 독자노선 걷나…“구조적 한계 봉착”

기사승인 2017-11-28 05:00:00


알뜰폰(MNVO) 1위 사업자(가입자 기준) CJ헬로가 알뜰폰협회에 탈퇴 의사를 밝히자 배경에 대한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CJ헬로는 입장이 다른 사업자들로 구성된 협회의 ‘구조적 한계’를 이유로 들었다.

◇ 1위 사업자 탈퇴 배경은 도매대가?

27일 업계에 따르면 CJ헬로는 알뜰폰협회에 탈퇴서를 제출했다. 헬로모바일 알뜰폰 사업을 운영하며 약 85만 가입자를 보유한 CJ헬로는 전체 7000만 알뜰폰 시장에서 10% 이상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으며 협회 부회장사를 맡고 있다.

CJ헬로의 탈퇴서 제출이 알려지자 업계에서는 최근 이뤄진 알뜰폰 도매대가 협의의 영향이라는 분석이 쏟아졌다.

지난 8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망 의무제공사업자인 SK텔레콤이 알뜰폰 사업자의 망 대여 도매대가 기준을 협의한 결과에는 CJ헬로를 비롯한 업계가 요구해온 ‘LTE 데이터 요금제 수익배분 비율 10%포인트 인하’ 등의 내용이 온전히 반영되지 않았다.

이에 그간 이동통신사(MNO)와의 경쟁에서 원가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다는 불만을 제기해온 CJ헬로가 협회 탈퇴까지 결정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 것이다.

특히 부회장사이자 업계 최대 사업자인 CJ헬로가 탈퇴할 경우 업계를 대표하는 협회의 상징성에도 적잖은 타격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CJ헬로는 도매대가 문제에 국한되지 않은 협회의 구조적 한계를 이유로 들었다. 향후 사업 독자적인 사업 방향을 추진하겠다는 것으로 도매대가 협의가 직접적 원인이라는 시각과는 거리를 뒀다.

CJ헬로 관계자는 “알뜰폰 사업을 시작할 때 틈새시장을 가꿔보고 다양한 라이프스타일 서비스를 만들고 싶었던 것”이라며 “그러기 위해 데이터 선구매 등 서비스 가공에 필요한 원자재가 필요했으나 현실은 녹록치 않았고 결국 2G, 3G 서비스를 파는 ‘저가폰’으로 자리하면서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사업 시작 이후 현재까지 600억원이 넘는 누적손실을 기록하면서도 ‘보편요금제’, ‘유심요금제’ 등을 선보이는 마케팅 활동을 지속하는 등 투자를 이어왔지만 알뜰폰의 기본 취지인 ‘이동통신 시장 경쟁 활성화’ 역할을 하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이에 CJ헬로는 “주주들의 요구와 기대를 반영하기엔 부족했다고 판단했고 현 상황에서 사업 방향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어렵게 의사결정을 내릿 것”이라고 밝혔다.

◇ CJ헬로의 ‘독자노선 제스처’…협회 “결정된 것 없어”

CJ헬로는 향후 2G, 3G보다 LTE 중심의 알뜰폰 사업에 전념할 계획으로, 2G, 3G 사업을 주로 하는 회원사들과는 입장이 다르고 알뜰폰협회가 이를 반영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알뜰폰협회 구성을 보면 CJ헬로 외에 에넥스텔레콤, 세종텔레콤 등 순수 알뜰폰 사업자들과 SK텔링크, KTM모바일, 미디어로그 등 이동통신 3사의 자회사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이 중 CJ헬로와 이동통신 자회사들의 가입자를 합치면 전체 알뜰폰 시장의 약 3분의 1 규모에 달한다.

또 나머지 알뜰폰 사업자들의 경우 LTE 요금제보다 선불폰 등의 상품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어 가입자 규모 외에도 질적인 차이가 있다. 다른 부회장사인 이지모바일의 경우 최근 경영난을 겪는 와중에 고객센터가 불통되는 등 불안한 모습까지 보인 상태다.

게다가 궁극적인 경쟁 상대인 이동통신사 자회사들 역시 CJ헬로와는 전혀 다른 입장이다. 망을 빌려주는 대가로 알뜰폰 사업자들에게 도매대가를 받는 이동통신사의 자회사인 만큼 협상 테이블에서 CJ헬로와 이견을 보일 수밖에 없다.

또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SK텔레콤이 기준을 마련하는 도매대가 협의에 CJ헬로를 비롯한 알뜰폰 사업자는 낄 자리가 없이 결과만 통보받는 입장이라는 점도 그간 불만으로 제기돼 왔다.

결국 소규모 사업에 머물고 있는 사업자를 제외하면 알뜰폰협회에서 LTE 중심의 시장 경쟁을 추진하는 CJ헬로는 홀로 서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에 이번 탈퇴서를 제출함으로써 독자 노선을 가겠다는 제스처를 취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알뜰폰협회는 민감한 상태다. 아직 관련된 논의와 설명이 진행되지 않은 상태에서 결과를 예단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알뜰폰협회 관계자는 “탈퇴서는 받았지만 이유에 대한 설명도 없었고 협회 회의와 논의를 거쳐야 하는 부분”이라며 “아직 결정된 것은 없으며 상호 이야기를 나누는 등 노력은 필요하다”고 밝혔다.

협회의 기능과 관련된 언론 보도 등에 대해서는 “(협회가) CJ헬로의 입장을 들어주지 않았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며 모든 사업자 입장에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해명했다.

김정우 기자 tajo@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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