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폭탄주 직접 말아주는 은행장

[기자수첩] 폭탄주 직접 말아주는 은행장

기사승인 2017-12-07 05:00:00

언론사에서 있으면서 여러 은행장들을 만나봤지만 이동빈 수협은행장처럼 소탈한 인물도 드물다. 임직원은 물론 기자들과도 가까이 지내려는 은행장은 처음 본다. 은행장이 말아주는 폭탄주는 그야말로 신선한 충격이었다.

이 행장은 지난 1일 수협은행 1주년 기념행사 후 참석한 기자들과 오찬 간담회를 가졌다. 기자는 운 좋게도 이 행장과 같은 테이블에서 식사를 했다. 이 행장 왼편에는 김임권 수협중앙회장이 앉았다.
 
식사 전 반주(飯酒) 분위기가 형성됐다. 그러자 이 행장은 자리에 놓인 잔을 모으더니 직접 폭탄주를 만들기 시작했다. 소주와 맥주를 조절해 따르고 숟가락으로 마무리 짓는 솜씨가 능숙했다. 건배주를 돌리는 그에게 “폭탄주를 잘 만드신다”고 말을 건네자 “이 정도는 해야죠”라며 웃었다.

이 행장은 평소에도 약주를 한다고 했다. 영업을 해야 하는지라 술을 마시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고객이 원하면 ‘낮술’도 마다하지 않는단다. 은행 임원의 경우 본부장은 매일같이 고객을 상대해야 한다고 귀띔했다. 참고로 이 행장은 우리은행에서 일할 당시 영업본부장을 두 번이나 지냈다. 이날 건배사는 김 회장이 했다. 김 회장이 ‘바다야’를 선창하고 나머지가 ‘고맙다’로 화답했다.

이 행장은 식사 도중 기자들과 계속해서 대화를 했다. 취임한 지 두 달째에 접어든 새내기 행장에게 질문 공세가 쏟아졌다. 그는 질문에 답하랴, 빈잔 채우랴, 밥을 먹는 둥 마는 둥 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조곤조곤 성실하게 답했다.

이 행장은 ‘대극장 조연’에서 ‘소극장 주연’으로 발탁됐다. 물론 단점도 있다. 그는 전 직장인 우리은행에 비해 조직원이 줄어들면서 생기는 애로사항도 솔직하게 털어놨다. 보고서를 하나 요구해도 절차가 까다롭다는 게 그의 증언이다. 하지만 크게 개의치 않는 듯하다. 영업을 최우선으로 하기 때문이다. 영업을 하는 데 걸림돌이 있으면 직접 걷어내는 열정이 가득하다. 영업 중심으로 조직 개편도 할 예정이다. ‘오리지널 뱅커’다운 소신이다.

그 와중에 직원들도 꼼꼼히 챙긴다. 이 행장은 격을 그렇게 중요시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수시로 지점을 들러 직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애로사항을 청취한다. 지난달에는 예고 없이 신입행원 고사장을 찾아가 취준생들을 격려했다. 요즘은 지방을 돌며 현장경영도 계획 중이다.

이 행장은 이날 퇴근 무렵 기자들에게 단체문자도 보냈다. 감사인사와 함께 수협은행에 대한 관심과 격려를 바란다는 내용이었다. 사람을 만드는 기준이 ‘매너’라고 하던가. 이 행장은 이제 시작하는 단계이지만 먼저 다가가는 CEO다. 그의 소탈하고 탈권위적인 행보는 내부 목표를 달성하는 데 분명한 플러스(+)요인이다.

송금종 기자 song@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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