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인터뷰] 이준영 “유키스 준으로 4년, 한 번도 열심히 안한 적 없었어요”

[쿠키인터뷰] 이준영 “유키스 준으로 4년, 한 번도 열심히 안한 적 없었어요”

기사승인 2017-12-19 00:05:00


1분 동안 침묵이 흘렀다. tvN 수목드라마 ‘부암동 복수자들’ 오디션장에서 벌어진 일이다. 원작 웹툰을 재밌게 본 신인 배우 이준영은 팬으로서 용기를 내 오디션에 응했다. 이수겸 역할을 원작과 다른 자신만의 색깔로 표현할 자신도 있었다. 열심히 준비한 오디션을 마친 후 권석장 PD는 말없이 이준영의 얼굴만 1분 동안 응시했다.

‘내가 못해서 떨어졌구나’ 생각했지만 2차 오디션 연락이 왔다. 이번엔 더 열심히 준비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열심히 준비해온 티가 나네요”라는 말뿐 별다른 코멘트가 없었다. 또 1분 동안 그의 얼굴을 바라볼 뿐이었다. 정말 떨어졌다고 생각한 이준영은 헬스장에서 운동을 하다가 합격 연락을 받았다. 수많은 오디션 탈락 끝에 처음 받아본 합격 소식이었다. 그렇게 이준영은 ‘부암동 복수자들’을 통해 연기자 데뷔의 꿈을 이룰 수 있었다.

최근 서울 선릉로 한 카페에서 만난 이준영은 아이돌 그룹 유키스의 막내 멤버 준에서 신인 배우 이준영으로 데뷔하게 된 사연을 털어놨다. 은근히 비중이 큰 데뷔작이었지만 이준영은 첫 회부터 연기력 논란 없이 배우로 안착했다. 오히려 그가 유키스 멤버였냐고 놀라는 반응이 많았다. 캐스팅이 확정된 이후에도 성실하게 권 PD와 이수겸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거쳤기 때문이다.

“수겸이를 어떤 캐릭터로 만들지 권 PD님과 얘기를 많이 했어요. 원작에서 수겸이는 경상도 남자,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표정 같은 것들이 묵직한 느낌이었어요. 저와 권 PD님이 생각했던 수겸이는 고등학생의 풋풋함과 어른스러운 면모를 동시에 잘 살리려고 했어요. 원작과 차이가 있어야 돋보일 것 같다고 생각했죠. 저도 수겸이의 삶을 살려고 노력했지만, 처음엔 익숙지 않고 어떻게 해야 할지 방법을 모르니까 PD님들이 옆에서 많이 도와주셨죠. 그 덕분에 지금의 수겸이가 탄생하지 않았나 싶어요. 수겸이는 어떤 색을 좋아하고, 어떤 과자를 좋아할지 같은 것들에 대해 생각을 정말 많이 했어요.”

아이돌 그룹 4년 동안 활동해왔지만, 뮤직비디오 촬영과는 달랐다. 이준영은 처음엔 촬영장이 낯설었다고 고백했다. TV를 통해 자신의 연기를 보는 것도 힘들었단다.

“유키스 준이 아닌 이준영으로서의 첫 촬영이었죠. 정말 신인의 마음으로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촬영장이 정말 낯설었어요. 그래도 전 뮤직비디오 촬영도 해봤기 때문에 촬영장에는 익숙해져 있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사용하는 단어들도 생소했고 언제 연기를 해야 하는지, 바스트 샷을 찍는데 많이 움직이면 안 되는 것도 처음에는 몰랐어요. 모르는 게 많다보니까 신경을 더 쓸 수밖에 없더라고요. TV에서 저를 보는 것도 너무 어색했어요. 아침에 일어나서 거울을 보고, 메이크업을 하면서 보고, 사진 찍을 때도 보지만, 드라마에서 제 얼굴을 본다는 게 너무 이상하더라고요. 제가 눈을 몇 번 깜박였는지까지 제 모습이 세세하게 나오니까 부끄럽기도 하고, 이 장면에서 더 잘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자책도 했어요.”


이준영은 이야기를 나누던 중 “전 100% 노력형”이라는 말을 꺼냈다. 처음엔 춤, 노래, 랩 모두 못했단다. 음치에 몸치였지만, ‘될 때까지 해보자’는 오기와 승부욕, 그리고 집중력이 지금의 그를 만들었다는 얘기였다. 연기도 마찬가지였다. 다른 멤버들에 비해 연기가 부족하다는 걸 뮤직비디오를 찍으면서 알았다. 자신 때문에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게 싫어 홀로 많은 연습을 거쳤다. 그러면서 연기의 재미에 눈을 떴다.

“뮤직비디오를 찍을 때 감정 연기, 표정 연기를 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제가 많이 부족했어요. 형들이 30~40분 정도 걸린다고 하면, 저 혼자 1~2시간 찍을 정도였어요. 제가 승부욕이 강해서 지는 게 싫었어요. 혼자 거울을 보고 연습한 걸 현장에서도 해봤는데 시간이 단축되는 게 느껴졌어요. 그런데 그 와중에 저 스스로가 너무 신나 있더라고요. 내가 이 감정을 대사에 실어서 연기를 하게 되면 너무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 때부터 무작정 대본을 뽑아서 읽어보고,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서 대사들을 따라 하기 시작했어요. 오디션에서 계속 떨어졌지만 하나도 힘들지 않았어요. 예전에 가수 오디션도 정말 많이 떨어졌거든요. 그때는 상처도 많이 받았고‘ 내가 이걸 해야 되나’ 하는 생각도 했어요. 항상 참고 기다리고 열심히 하는 것 밖에 할 수 있는 게 없었죠. 그 때에 비하면 배우 오디션에서 떨어지는 건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이준영은 두 마리 토끼를 쫓고 있다. 가수와 배우 어느 것 하나 포기할 수 없단다. ‘부암동 복수자들’로 첫 연기를 펼치면서도 유키스 멤버로 KBS2 ‘더 유닛’에 출연했다. 정신없는 스케줄을 소화하면서도 한 가지를 놓을 수 없었다. 둘 다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있었다. 지금까지 유키스로 활동한 4년이라는 시간이 그가 갖고 있는 자신감의 근거였다. 그동안 정말 열심히 해왔기 때문에 지금 주어진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는 얘기였다.

“‘더 유닛’에 출연하게 된 이유는 정말 유키스를 위해서였어요. 제가 유키스에 들어온 이상 우리 팀이 더 유명해지고 인기가 많아져서 최고가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거든요. 개인적으로 멤버들에게도 많이 미안했고 자책도 많이 했어요. 내가 좀 더 열심히 했으면 결과가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봤고요. 전 우리가 하는 음악이 남들 못지않게 멋있다고 생각하지만, 개인적인 생각이잖아요. 이 생각을 널리 알리려면 ‘더 유닛’이 적합하겠다고 생각해서 개인적인 자존심을 굽히고 나가게 됐어요. 주변에서도 ‘너무 힘들 것 같다’, ‘둘 다 망하면 어떡하냐’는 걱정이 많았어요. 물론 힘들 수 있겠지만 전 자신이 있었어요. 왜냐하면 전 4년 동안 한 번도 열심히 안한 적이 없었거든요. 지금까지의 시간들이 2017년 하반기를 대비한 작업이었다고 생각해요. ‘부암동 복수자들’은 제가 노력한 것에 비해 결과가 너무 좋게 나와서 만족해요. ‘더 유닛’도 이제 잡을 것 같은 느낌이 드니까 더 욕심이 생겨요. 정말 잡고 싶다는 마음으로 하고 있어요.”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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