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내년도 정기 임원진 승진 인사를 단행했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정기인사는 변화보다는 경영환경의 불확실성 확대에 대비해 내실경영을 더욱 강화한 ‘안정’을 선택했다.
인사는 전년 대비 10.9% 감소한 규모인 348명으로 이뤄졌다. 하지만 외부 인재 영입을 통해 미래 기술 우위 확보를 위한 ‘연구 개발’부문을 강화해 일류 자동차 회사로 도약하겠다는 의지는 분명히 드러냈다.
현대차그룹은 28일 현대‧기아차 159명, 계열사 151명 등 총 310명 규모의 정기 임원 승진 인사를 실시했다. 이는 전년 대비 10.9% 감소한 규모로 직급별로는 부사장 15명, 전무 31명, 상무 56명, 이사 92명, 이사대우 115명, 수석연구위원 1명이다.
특히 이번 인사에서는 R&D 부문에서의 임원 승진을 강화해 눈길을 끌었다. 올해 현대차그룹 부사장 승진자 15명 중 8명이 연구개발 및 기술 부문에서 나왔다.
부사장 승진자 중 루크 동커볼케 현대디자인센터장(전무)은 현대차가 지난해 영입한 해외인재 중 한 명이다. 동커볼케 전 현대·기아자동차 현대디자인센터장 (전무)는 벤틀리, 람보르기니에서 슈퍼카 등을 직접 디자인한 세계적인 자동차 디자이너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인사에서는 전문성을 갖춘 신임 경영진 선임함과 동시에 미래 기술 연구개발 부문을 강화했다”면서 “R&D 최고 전문가 육성을 위한 연구위원을 임명해 그룹의 미래 경쟁력 확보하고 혁신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연구개발‧기술 역량 강화도 지속적으로 추진된다. 전기차와 수소차·커넥티드카 등 미래차 경쟁이 본격화되는 상황에서 지금처럼 3~4년 후를 내다보는 방식으로는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힘들다는 위기의식이 반영된 셈이다. 자동차 핵심인 엔진과 변속기를 비롯해 커넥티드카 기술 등을 10년 이상 장기적으로 계획하고 본사의 적극적 지원 아래 꾸준히 R&D에 나선다는 구상이다.
이를 반영해 이번 정기 임원인사에서 연구개발‧기술 분야 승진자는 모두 137명으로 지난해 133명보다 많다. 전체 승진자 중 연구개발‧기술 분야가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38.2%에서 44.2%로 6.0% 높아졌는데 이는 최근 5년 내 최대 비중이다.
기획‧관리 부문 승진임원은 총 91명으로 연구개발 및 기술부문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비중(29.4%)을 차지했다. 이 역시 자동차 산업 패러다임을 비롯한 미래 환경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확충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통적으로 내부 인재를 육성해 경쟁력을 높여온 현대‧기아차는 최근 디자인과 고성능차 개발 분야에서 해외 인재를 영입해 성공적인 결과로 이어지면서 최근 몇 년 새 외부 인재 영입에 적극적인 흐름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세계 3대 자동차 디자이너 출신인 피터 슈라이어 디자인 담당 사장을 비롯해 루크 동커볼케 전무(벤틀리), 맨프레드 피츠제럴드 전무(람보르기니), 이상엽 상무(벤틀리), 알렉산더 셀리파노브 이사(부가티) 등이 연이어 영입돼 디자인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높인 바 있다. BMW의 고성능 브랜드 ‘M’을 개발하던 앨버트 비어만 사장도 현대차 고성능 브랜드 ‘N’ 개발 분야에서 활약 중이다. 이에 따라 차량 본연의 기술과 품질을 강화할 수 있는 분야에서 적극적으로 인재 영입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와 함께 올해 인사의 특징은 ‘상용부문’에서도 과감한 외부 인재 영입이 있었다. 현대차그룹은 다임러 트럭 콘셉트카 개발 총괄 출신 마이클 지글러(Maik Ziegler)이사와 메르세데스-벤츠 미니버스 마케팅‧영업 담당 출신 마크 프레이뮬러(Mark Freymueller) 이사를 새로 영입했다. 마이클 지글러 이사는 앞으로 상용차 개발 프로젝트, 제품 전략 수립, 신기술 사업화 역할 등을 수행하게 되고 마크 프레이뮬러 이사는 향후 현대차 상용부문 신시장 개척과 판매 확대 역할이 주어질 전망이다.
이종혜 기자 hey333@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