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코스닥 시장 활성화 기대와 우려

[기자수첩] 코스닥 시장 활성화 기대와 우려

기사승인 2018-01-03 05:00:00

올해 주목할 만한 정부의 정책은 ‘중소혁신 기업 육성’이다. 는 대기업 위주의 정책에서 벗어나 기술투자 벤처·중소기업 활성화를 추진하려는 취지다.

10년 간 보수정권에서 시행된 ‘기업 프렌들리’ 정책이 더 이상 낙수효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문제의식에서 비롯됐다.

정부의 이 같은 의지는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의 신년사 발언에서도 잘 나타난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2일 “코스닥 지배구조의 독립성을 강화하고, 시장에 참여하는 기업과 투자자에 대한 세제·금융지원을 확충해 상장시스템을 성장 잠재력 중심으로 전면 개편하겠다”고 말했다.

홍종학 장관도 “중소벤처기업부는 중소 벤처기업, 소상공인이 현장의 어려움을 털어내고 다음 단계로 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350만 중소 벤처기업, 소상공인의 수호천사가 되고 세일즈맨이 되겠다”라며 중소기업 육성을 강조했다.

정부의 이 같은 방안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대기업 위주의 정책에서 벗어나 중소 혁신 기업을 키울 필요가 있다. 대기업 위주의 정책 패러다임은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다주긴 했으나 부정적 유산도 많았기 때문이다.

문제는 방향성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자서전 ‘운명’에서도 언급했다시피 “중요한 것은 ‘무엇을’ 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는 것”이다. 

정부가 발표한 코스닥시장 활성화 방안에는 ▲연기금 등의 코스닥시장 투자를 확대 ▲코스피200과 같은 벤치마크 지수 개발 ▲코스닥본부 독립성 강화 ▲10조원 규모 혁신모험펀드 조성 ▲모험자본 공급할 새로운 플레이어 발굴 등을 주요 골자로 삼고 있다. 

또한 코스닥 시장 진입 규제를 낮추겠다는 계획이다. 정부가 지난해 말 발표한 ‘2018년 경제정책방향’에 따르면 정부는 기존 테슬라 상장요건 외에도 시가총액과 자기자본만으로 코스닥 시장 상장이 가능하도록 상장요건을 확대한다. 진입규제를 낮춰 기업들이 코스닥 시장 상장에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정부의 방침은 기술력을 갖춘 미래성장기업에 대해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의지다.

금융위 관계자도 “나스닥 등 글로벌 증시와 비교해 상장 여건 등이 지나치게 까다롭다는 지적이 나왔기 때문에 이를 재정비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테슬라 사례를 보더라도 적자 기업이긴 하지만 (글로벌 자동차업체 가운데) 시가총액 1위를 차지한다. 이는 투자자들이 미래가치를 높게 판단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리스크 요인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현재 코스닥 시장에서 주도하는 시가총액 상위권 기업 다수는 미래가치는 높지만 재무적으로는 적자를 기록하고 있어서다. 

미래가치가 높다고 해도 벨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이 고평가 받을 경우 ‘버블’을 형성할 가능성도 있다. 

증권사 관계자는 “과거 99년 2000년 코스닥 IT벤처 버블이 들끓었을 당시와 비슷한 양상”이라고 지적했다. 당시 너도나도 벤처기업 창업 및 투자를 추진했지만 주가 왜곡 현상만 낳았다. 결국 버블로 인한 피해자는 개인투자자였다.

연기금 투자 활성화 유도 정책도 리스크를 동반한다고 업계에서는 지적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재무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코스닥 상장 기업에 국민 노후를 책임지는 국민연금이 투자하는 것은 그만큼 위험을 감수해야 할 몫이다”라고 우려했다.

실제 최근 테슬라는 보급형 세단 모델3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으면서 주가가 하락세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테슬라의 생사가 걸린 보급형 전기차 '모델3'는 제때 공급되지 않고 있다”며 “화려한 주가는 문제투성이인 현실을 호도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기자는 정부의 정책이 성공하기를 바란다. 개인적인 바람이라기 보다는 중소기업이 성장은 국내 경제에도 호재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책 방향성에 대한 당국의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유수환 기자 shwan9@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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