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시간 근로, 저출산 원인…남편 돌봄노동 하루 16분에 불과

장시간 근로, 저출산 원인…남편 돌봄노동 하루 16분에 불과

신윤정 연구위원, 단기간 저출산 해결정책 없어

기사승인 2018-01-04 00:04:00
우리나라 출산율이 낮은 원인 중 하나로 장시간 근로 문화가 지적됐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신윤정 저출산고령화대책기획단 연구위원은 ‘OECD 지표를 통해서 본 우리나라 저출산 대응 정책의 진단과 과제’에서 이 같이 밝혔다.

우리나라 출산율은 정부가 추진해온 저출산 대응정책이 효과를 거두지 못하며 2001년 이후 1.30명의 초저출산 수준 이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신윤정 연구위원은 우리나라 출산율 회복을 막는 중요한 요인 중 하나로 장시간 근로문화를 꼽았다. 장시간 근로로 인해 남성의 가사와 육아 참여가 부족해지고, 일·가정 양립의 어려움이 저출산 문제를 가중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OECD 통계에 따르면 2014년 현재 주당 60시간 일하는 남성 근로자의 비중은 한국이 26.3%로 일본의 13.6%보다 높고 OECD 평균인 7.9%보다 상당히 높다.

그는 통계청간 조사에 따르면 유배우자 남성이 하루 평균 가사 노동에 참여하는 시간은 1999년 24분에서 2014년 34분으로 10분 증가했으며, 돌봄 노동에 참여하는 시간은 1999년 11분에서 2014년 16분으로 5분 증가한 수준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반면 프랑스에서는 남성이 가사와 돌봄 노동에 참여하는 시간이 길수록 둘째 자녀를 낳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고, 핀란드에서는 특히 자녀 돌봄에 남성이 더 많은 시간을 투입할수록 출산율 제고 효과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또 최근에는 여성 고용률이 높은 OECD 국가에서 출산율이 높게 나타난다고 밟혔는데 이는 일과 가정을 양립하게 하는 정책과 사회문화가 여성 고용률과 출산율을 모두 높이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신 연구위원은 우리나라에서 여성 고용률과 출산율이 모두 낮게 나타나는 것은 여성들의 일과 가정생활 양립을 가능하게 하는 사회적 기반이 미비하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고용률에서 성별 격차가 감소되는 경우 확보될 것으로 추계되는 노동 인력 수는 한국이 상대적으로 많아 한국의 여성 인력은 미래 저출산·고령화 사회에서 유용한 노동력으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자녀에 대한 과도한 교육비 지출은 부모로 하여금 자녀 양육에 부담감을 갖게 하여 자녀 낳는 것을 주저하게 만들 뿐 아니라 정부의 자녀 양육비 지원에 대한 국민들의 체감도도 낮아지도록 영향을 미친다고도 지적했다. 

그는 2016년 사교육비 조사에 따르면 사교육에 참여하는 비중은 초등학교 학생 80%, 중학교 학생 63.8%, 고등학교 학생 52.4%이며, 사교육 참여 학생 1인당 사교육비 월평균 지출액은 각각 30만2000원, 43만1000원, 49 9000원으로 나타났다며, 출산율과 여성 고용률이 모두 높은 스웨덴에서는 아동에 대한 공공 지출 수준이 높고 아동의 전 연령 기간 동안 고르게 공공 투자가 이루어진다는 특징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한국도 공교육 강화 등 교육에 대한 공적인 투자를 확충하여 아동의 발달을 도모할 뿐 만 아니라 사교육비를 절감해 부모의 양육비 부담을 경감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신 연구위원은 우리나라의 가족 지원 정책은 출산율을 제고한다는 목표하에 지난 10년 이상의 기간 동안 상당 수준 확대됐으나 출산율 반등이 가시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아 저출산 대응 정책 실패론이 대두되는 등 비판을 받고 있다며, 출산에 대한 결정은 정부 정책 외에도 다양한 사회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나타난 결과로, 한두 가지 정책의 확대만으로 단시간 내에 출산율을 제고하는 것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즉 가족에 대한 지원이 강화된 것 이외에 노동시장, 주거, 교육 환경, 그리고 양성 평등수준에서는 별다른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아 출산율 제고에 한계로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또 정부의 출산 지원 정책이 국민들이 직면하고 있는 실생활에 더 가까이 다가가 낳기를 희망하는 자녀를 원하는 시기에 낳도록 지원하여 희망과 현실 간의 괴리를 좁히는 데 초점을 두고, 아동·교육·주거·노동을 포함한 각 사회 분야의 정책들이 저출산과 인구 고령화 문제를 인식하고 우리 사회를 지속 가능하게 하는 방향으로 추진되어야 실효성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등 저출산 대응 정책을 총괄하는 기능을 갖춘 기구의 컨트롤 타워 기능을 강화해 관련 부서의 정책들이 일관성 있는 방향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조민규 기자 kioo@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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