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이상한 나라가 있다. 제조사가 소비자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휴대폰의 기능을 저하시킨다. 뒤늦게 진실을 알게 된 이들에게 제조사는 ‘소비자를 위해 한 선택이었을 뿐’이라고 변명한다. 그마저도 ‘영어’로 공지한다. ‘애플코리아’ 이야기다.
애플이 고의로 배터리 성능을 저하시킨 이른바 ‘배터리 게이트’로 전 세계가 떠들썩하다. 상황을 수습하기 위해 애플은 ‘배터리 교체 지원’ 카드를 내놓았지만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전액 무상 지원이 아니라 소비자가 지갑을 열어야 한다. 예상에 없던 지출을 부담해야 하는 소비자로서는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국내의 경우 문제점이 더 발견된다. 애플코리아가 배터리 교체 일정 및 방법을 자세히 알리지 않은 것이다. 그마저도 영문으로 설명문을 띄워 소비자의 비난이 이어졌다. 애플코리아는 뒤늦게 한글로 된 안내문을 띄웠다.
다른 나라보다 서비스 개시를 늦게 시작하는 등 애플 측의 무성의한 대처가 이어졌다. 흡사 ‘싫으면 관둬라’는 식이다.
애플의 한국 홀대는 과거부터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국내에 신작 아이폰이 출시될 때마다 한국은 번번이 3차 출시국으로 밀렸다. 지난 2016년 아이폰7이 출시됐을 때는 무려 5차 출시국이었다.
애플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제출한 2016회계연도 사업보고서에는 한국이 언급조차 되어 있지 않다.
뿐만 아니라 이웃 나라 중국과 일본이 지난 2008년과 2003년 각각 애플스토어를 열었지만 국내는 아직 도입조차 되지 않았다.
애플의 ‘한국 홀대론’에도 소비자들은 아이폰에 열광했다. 아이폰의 품질에 만족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황이 달라졌다. 믿어 의심치 않던 제품력에 금이 갔다. 충성 고객들마저 흔들리고 있는 이유다.
현재 배터리 게이트와 관련해 애플을 상대로 소송을 낸 사람은 국내에서 24만명을 훌쩍 넘겼다. 수년간 쌓여왔던 소비자들의 서운함이 쌓여 폭발한 것으로 여겨진다.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안다’는 말이 있다. 애플을 향한 국내 소비자들의 호의는 애플의 아이폰을 향한 것이다. 그것을 당연하다 여기고 국내 소비자들을 홀대하는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말아야 한다.
이승희 기자 aga4458@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