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존재감’을 보였던 브라질 출신 골잡이 조나탄이 수원 삼성에 입단한지 1년 반 만에 중국으로 떠났다. 수원 삼성은 지난달 25일 조나탄이 중국 프로축구 텐진 테다로 적을 옮겼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K리그에서 뛰었던 외국인 선수 가운데 가장 큰 금액”이란 첨언이 있었다.
조나탄의 이적 전후 연봉은 매체를 통해 상세하게 보도됐다. 톈진 테다는 조나탄 영입을 위해 기존에 받던 연봉 7억50만원보다 3배 많은 금액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프로 선수로는 거절하기 힘든 파격 조건이다.
조나탄은 그야말로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2016년 시즌 도중 수원에 입단한 조나탄은 14경기 10골 2도움으로 돌풍의 시작을 알렸다. 지난해엔 29경기에서 22골 3도움을 올리며 양동현(19골), 데얀(19골)을 제치고 득점왕에 올랐다. 수원은 2017년 조나탄의 환상적인 활약에 힘입어 한때 리그 2위까지 치고 올라갔다. 시즌 중 치른 슈퍼매치에서 조나탄이 부상당하자 팀 순위는 동반 하락했다. 이후 조나탄의 재합류로 수원은 어렵사리 3위를 지키며 차기 시즌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티켓을 거머쥐었다.
조나탄은 이견의 여지없이 지난 시즌 최고의 공격수였다. 그러나 연봉이 공공연하게 공개된 상태에서 보물과 같은 선수를 너무 쉽게 내줬다. 좋은 폼을 유지 중인 선수의 타 리그 이적이 순탄하게 이뤄지는 건 분명 문제다. 중국 슈퍼리그는 K리그가 ACL에서 격돌해야 할 경쟁상대다. 지난해만 봐도 한국은 중국을 버거워했다. K리그 소속 팀들은 유독 중국 거대자본 팀들에 힘을 못 써 조별리그 동반 탈락의 쓴 잔을 들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리그 쇄신의 일환으로 연봉 공개 제도를 도입했다. 당초 점진적으로 모든 선수 연봉을 공개하는 것에 목표를 뒀으나 ‘선수 메뉴판’ 등 문제제기로 아직까지는 내·외국인 TOP5와 구단별 연봉 총액 및 평균 연봉만이 공개되고 있다.
연맹측은 선수 연봉 공개가 구단의 재정 건전성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고 했다. 한 관계자는 “리그 쇄신 차원에서 스플릿 시스템(승강제)와 연봉 공개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주변국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스폰서십이 떨어지는 K리그 상황에 연봉 공개가 과연 적절하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한 에이전트 관계자는 “연봉 공개로 K리그가 ‘셀링 리그’ ‘선수 메뉴판’이란 오명을 썼을 뿐 아니라 리그 내 팀 간 위화감도 생각보다 크다. 아시아 대항전인 ACL에서의 경쟁력은 자연히 하락할 수밖에 없다”고 귀띔했다.
아직까지 한국이 아시아 맹주로 기대감을 갖게 하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K리그는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최다 우승국(개편 전 11회, 2003년 개편 후 5회)이다. 2010년 이후로 보더라도 한국은 3회 우승컵을 들며 중국(2회), 일본(1회), 호주(1회)보다 앞섰다.
그러나 지금은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한국은 지난해 ACL 대회 개편 이래 처음으로 8강에 한 팀도 들어가지 못하는 굴욕을 맛봤다. 수년 전부터 축구 굴기를 앞세운 중국은 상한선 없는 투자를 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지난해 2016년 영국 퍼폼 그룹(Perfrom Group)과 10년간 총액 2100억 엔(약 1조9828억원)에 중계권 계약을 맺으며 선수 영입의 실탄이 장전됐다. 실제로 지난해 여름 황의조(감바 오사카), 김보경(가시와 레이솔), 정승현(사간 도스), 장현수(FC 도쿄), 마르셀로 토스카노(오미야 아르디자) 등 거물급 선수들이 대거 일본으로 넘어갔다.
K리그에서 빼어난 활약을 한 선수가 더 높은 리그로 넘어가는 건 자연스러우면서 성공적인 수순이다. 그러나 동급 내지는 더 아래에 있는 중동, 중국 등으로 옮기는 것은 아시아 최강을 자부해온 팬들 시선에서 그리 환영할만한 일이 아니다. 실제로 지난해 월드컵 최종예선 등에서 ‘중국화 논란’이 연거푸 나온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2-3배 많은 연봉을 받고 타국 리그로 넘어갔지만 정작 기량은 K리그 시절에 미치지 못하는 듯 보였다. 연봉 대비 기량이 외려 하락하는 기형적인 모습이다.
적어도 선수를 쉽사리 떠나보내는 독소 조항은 과감히 손을 봐야 하지 않을까. 주변국들의 자본 펌프질은 앞으로도 더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연봉 공개는 더 깊이 고민해봐야 할 이야깃거리다.
이다니엘 기자 dn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