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 걸음마를 뗀 고모령공원마을협동조합(고공마협)은 만촌신동아파밀리에 아파트 주민들로 구성됐다.
대구에서 처음으로 지역주택조합 설립인가를 받은 아파트다.
당시 아파트 준공과 입주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던 강상원 조합장이 대표를 맡고 있다.
최근 1명이 늘어 모두 9명의 조합원으로 구성됐다. 강 대표가 청일점이다.
어렵게 입주한 만큼 주민들이 힘을 모아 명품아파트로 만들어 보자는 것이 협동조합 설립으로 이어졌다.
만촌신동아파밀리에 아파트가 있는 곳은 가수 현인이 부른 ‘비 내리는 고모령’의 배경지로 유명한 수성구 고모령과 가장 가까운 마을이다.
도심에 비해 인적이 드물어 상가 활성화가 어렵다고 판단한 주민들은 사랑방 성격을 띤 ‘주민들이 주민들을 위해 운영하는 음식점’을 만드는데 뜻을 모았다.
지난 7월, 그렇게 생겨난 것이 ‘고모령 칼국수’다. 이름 그대로 국수가 주메뉴고 찹쌀수제비, 만두 등을 판다.
최근에는 손님들의 요청에 따라 떡만둣국과 육개장, 갈비탕도 메뉴에 추가했다.
조합원이 돌아가면서 일요일을 제외한 오전 11시 30분부터 오후 3시까지 운영한다.
식당에 가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이 탁 트인 주방이다. 한눈에 봐도 각을 잡은 듯 잘 정돈된 주방용품들이 이곳의 철저한 위생관리 상태를 보여준다.
뭐니 뭐니 해도 음식점 최고의 경쟁력은 맛이다.
식당 경험이 없는 조합원들은 개업 전 대구의 내로라하는 국숫집을 찾아다니며 재료와 비법을 물었다. 6개월간 먹은 국수 값만 50만 원이 넘는다.
강 대표는 “아직 ‘맛집’이라고 자부할 정도는 아니지만 엄마가 해주는 푸근한 맛이라는 평가를 듣고 있다”며 “맛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정성과 청결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좋은 재료만 고집하는 것도 고모령 칼국수의 자랑이다. 된장과 고추장 등 모든 재료가 국산이고 김치도 국산만 제공한다.
고공마협은 이제 계획했던 수익 사업을 시작하고 본격적으로 공익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그 첫 번째가 농수산물 판매다. 구매처는 이미 확보됐다. 조만간 식당 한쪽에 제품을 진열하고 주문을 받을 생각이다.
인근 공터를 활용한 전통 장 담그기 체험 프로그램도 준비 중이다. 참가자가 담근 장은 숙성기간이 지나면 찾아갈 수도 있다.
또 창문 청소기구와 침대살균·소독기, 안전사다리, 전동드릴 등의 생활공구를 무료로 빌려주는 공익사업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고공마협이 활동을 시작하면서 어느새 이웃 간의 벽도 사라지고 있다. 고모령 칼국수에서는 정감 있는 대화들이 오간다.
고공마협은 이제 걸음마를 시작했지만 살기 좋은 마을을 만들겠다는 강 대표와 조합원들의 마음은 멸치육수처럼 깊은 감칠맛을 선사한다.
대구=김명환 기자 kmh@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