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최저임금과 워라밸

[기자수첩] 최저임금과 워라밸

기사승인 2018-01-13 05:00:00


"근무 단축보다는 임금 인상을 원합니다."

기자가 만난 한 아파트 경비원 A씨는 이같이 말하며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A씨가 일하는 B 아파트는 최저임금 인상이 된 올해부터 주간과 야간 각각 3시간이었던 휴게시간을 4시간으로 늘렸다. 이른바 근로시간 단축이다. 하지만 생계를 꾸려가는 A씨는 일을 더 하기를 원하고 있다.

경비 업무의 경우 어차피 자리를 지켜야 하기 때문에 휴게기간이 길수록 자리만 앉아 지키는 시간이 많아진다. 휴게시간에는 점심과 저녁 시간이 포함된다. 별도 휴게시설이 있기는 하지만 휴게시설에서 긴 시간을 보내야 하고 중간에 업무도 울며 겨자먹기로 처리해야 하는 데다가 다시 업무로 복귀하게 되어 비효율적이다. 그럼에도 휴게시간을 늘리는 것이다.

저임금에 시달리는 중장년층 노동자들에게는 워크 앤 라이프 밸런스, 워라밸은 '언감생심'이다. 조금 더 일하더라도 돈을 조금 더 주는 것을 원한다. 최저임금을 올린 정부는 실질임금이 올라가기를 기대했지만 사실은 휴게 시간을 늘린다는 명목으로 행해지는 단축근무가 행해질 뿐이다.

노동자의 요구는 매우 다양하다. 저임금을 받는 노동자들은 이렇게 임금 인상을 바라지만 다른 한 쪽에서는 돈을 덜 받는 대신 일을 덜 하고 싶다고 말한다. 최근에는 일과 가정의 양립이라는 뜻인 이른바 '워라밸'이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지만 말이다.

일정한 임금 수준이 넘어가면 임금이 상승하는 것보다는 일과 가정을 양립하고자 하는 욕구가 더 커진다. 최근 부는 '워라밸' 바람이 바로 그런 것이다. 특히 젊은 사무직 근로자들은 회사와 내가 구분되어 있기 때문에 회사에서는 회사 일을 하고, 집에 가서는 취미생활을 하거나 가족들과 취미 생활을 보내기를 원한다. 

그러나 워라밸 열풍에 끼워 들어가듯 들어가면 저임금 근로자의 현실이 가려지는 부분이 있다. 임금 상승 없는 저녁 있는 삶은 이들에게 복지가 아니라 괴로운 일이다. 저임금에 시달리는 이들은 조금이라도 일을 더 할 수 있는 기회가 필요한 것이다. 

최소한의 임금이라는 뜻의 최저임금. 그 의미가 무색하게 최저임금보다 낮은 시급을 지불하려는 꼼수들이 난무하고 있다. 노동자라고 빨리 일하고 쉬고 싶지 않은 이들이 어디 있겠는가. 생활의 조건에 따라 달라지는 이런 사정들을 정부가 잘 알고 고쳤으면 하는 바람이다. 

구현화 기자 ku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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