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 주사제, 정말 안전하지 않았나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 주사제, 정말 안전하지 않았나

대안 없는 미숙아들의 생명줄… 제도·자본의 한계가 불러온 폐해

기사승인 2018-01-13 14:57:33
이화여자대학교 목동병원 신생아 집단사망사건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지난 12일 4명의 신생아가 시트로박터 프룬디균에 오염된 하나의 지질영상주사제를 투약 받은 후 패혈증으로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결국 처음부터 오염된 주사제를 사용했거나 신생아들에게 주사제를 투여하는 과정에서 세균에 노출됐다는 결론이다. 이에 경찰은 이대목동병원 주치의와 전공의, 간호사 등 5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입건했다. 그리고 투여된 주사제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해당 주사제의 약물이상반응 문제가 일부 언론에서 제기되면서, 주사제 자체의 안전성 논란도 일고 있다. 지난 12일 한 언론은 기사를 통해 “신생아 사망 주사제는 미국 식품의약품국(FDA)에서 사망위험경고가 붙은 약물이지만 국내에서는 경고문구를 표기하지 않고 있다”며 논란을 예상했다.

실제 FDA는 ‘대두(콩) 기반(soybean-based) 정맥지질유제(脂質乳劑)(intravenous lipid emulsions)를 투여한 후 폐혈관 내 지질이 축적돼 미숙아들이 사망한 사례가 보고되고 있으며, 주사제 주입 후 약물의 제거가 불량해 유리지방산 혈장수치(free fatty acid plasma levels)가 증가했다’는 경고 문구를 주사제 사용설명서에 적시하고 있다.

이후 이러한 사실들은 다수의 언론을 통해 관련 기사로 확대 재생산됐다. 이에 주사제의 위험성을 경고하지 않았던 보건당국(식품의약품안전처)과 위험한 주사제를 신생아들에게 투약한 의사들을 성토하는 글들이 인터넷에서 쏟아졌다. 대다수는 안전 불감증 또는 업무소홀이 불러온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집단사망이) 불행이라는 것이다.


◇사망 위험 유발한다는 주사제, 미숙아에게 쓰는 이유는 뭔가?

그렇다면 미국 보건당국인 FDA가 미숙아에 투여시 사망위험 경고를 한 해당 제품을 왜 미숙아에게 사용하는 것일까?

FDA가 미숙아 사망사례 경고문구를 적시한 주사제는 프레지니우스카비코리아㈜가 제조판매하는 ‘스모프리피드(SMOFlipid, 상품명)’로 지질영양주사제로, 미숙아들의 대체 불가능한 생명줄이라는 것이 전문가(의사)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전문가들은 정상적으로 수유를 받지 못하는 미숙아들에게 필수지방산과 영양분을 공급해주는 유일한 수단이라고 강조한다.

서울지역 모 의과대학 A교수는 “엄마 뱃속에서 더 자라야할 아이들이 일찍 세상으로 나온 상황에서 충분하지는 않지만 최소한의 영양을 제공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수단”이라며 “지질영양주사가 있기에 수개월씩 중환자실에서 생명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효용성을 설명했다.

특히 대한신생아학회 소속 B교수는 “신생아중환자실에서 지질영양주사제가 퇴출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미숙아들이) 반드시 외부로부터 섭취해야하는 필수지방산이나 칼로리 확보를 위해서는 수유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아이들에게는 거의 필수”라고 강조했다. 주사제 자체의 안전성 논란은 대안도 없는 상태에서 지나치다는 것이 B교수의 견해다.

이어 B교수는 “일반적이고 정상의 혈관에서는 문제가 없지만 미숙아들의 경우 간혹 혈관이 좁아지는 경우가 있어 굉장히 협소한 혈관에서 지질이 쌓여 막히는 것”이라며 “스모프리피드나 다른 제제의 지질영양주사도 FDA가 경고한 동일한 문제가 있지만 대안이 없기에 미국에서도 사용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당담 부처인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과 주사제 스모프리피드의 이상반응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12일 입장을 밝혔다. 이어 식약처는 “국내 뿐 아니라 유럽에서도 경고 문구를 적시하고 있지 않으며 FDA 또한 최근 허가사항을 개정하며 경고 문구를 적시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


◇ 이대목동 신생아 사망, 문제 키운 건? ‘자본주의’

종합하면, 스모프리피드는 태내에서 충분히 성숙하지 못한 미숙아들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치료제라는 점이다. 미국 FDA의 경고문구는 이대목동병원 사건과는 관련이 없다는 것이 보건당국의 의료 전문가(의사)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오히려 이번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집단사망이 세균 감염에 의한 패혈증이라는 점에서 의료시스템에 대한 점검과 반성, 성찰, 재발 방지 대책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일부에서는 한정된 건강보험 재원과 주사제 생산기업의 수익에 대한 의견이 맞아 떨어져 하나의 요인으로 작용한 '비극'이라는 의견도 제기했다. 

미숙아들을 위해 현재보다 좀 더 적은 용량의 1회용 주사제가 공급되야 한다. 하지만, 회사는 수익성에 문제가 있어 제품을 만들지 않을뿐더러 건강보험재정이 이를 감당할 수 없어 정부에서도 권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신생아학회 소속 B교수는 “소아용으로 100cc가 수년 전에 나왔지만 미숙아나 신생아에게 사용되는 양은 더 적은 경우가 많다”면서 “신생아 특히 미숙아들에 대해 필수지방산을 포함한 영양치료를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약인만큼 좀 더 적은 용량의 약(주사제)들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A교수 또한 “이대목동병원의 경우에도 4명의 아이에게 하나의 주사제를 나눠 투여하며 동일한 균이 퍼져 집단사망에 이른 것이다 한 아이에게 하나의 주사제를 쓸 수 있는 상황이라면 집단적인 감염사태는 방지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다만 현실적으로 1인 1주사제가 실현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스모프리피드를 신생아 또는 영아에게 주사할 경우 하루에 체중 1kg당 2.5~5cc를 초기용량으로 하고 최대 15cc까지 하루에 2.5~5cc씩 점진적으로 증가해 주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해당 주사제의 최소 생판·판매 용량은 100cc다. 그마저도 최근에야 생산이 이뤄졌고 이전까지 성인용인 250cc 혹은 500cc 주사제가 나눠 사용돼왔다. 100cc의 경우 2016년 11월부터 건강보험급여가 최초 적용이 됐고 현재 건강보험급여 상한가는 7393원이다.

이에 대해 A교수는 “만약 1일 최대용량으로 제작한다고 해도 용량 대비 비용은 더 올라가는 것이 문제”라며 “수요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소분해 제작·판매할 제약사가 나오지도 않겠지만 건강보험에서 재정부담을 늘리려고도 하지 않는다. 이 같은 구조가 이어지는 한 실현되긴 힘들다”는 의견을 내놨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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