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호 MBC 사장의 지난 한 달, 그리고 앞으로의 1년

최승호 MBC 사장의 지난 한 달, 그리고 앞으로의 1년

최승호 MBC 사장의 지난 한 달, 그리고 앞으로의 1년

기사승인 2018-01-17 16:37:17


MBC 최승호 사장이 취임 1달 동안의 변화, 그리고 앞으로의 MBC에 대한 이야기를 솔직하게 털어놨다. 보도 사고부터 시즌제 예능과 일일드라마 폐지, 비정규직과 경력직 구성원 문제 등 종류도 다양했다.

17일 오후 2시 서울 성암로 상암 MBC 사옥에서 최승호 MBC 사장의 신년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신임 사장이 직접 기자간담회를 요청한 것부터 이례적인 일이다. 최 사장은 “기자간담회를 꼭 해야 하는 건 아니라고 알고 있다”며 “그동안 인터뷰 요청 거절을 많이 했다. 이전엔 걸려오는 전화를 받아서 생각하는 걸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됐는데, 한 회사의 대표가 되니까 혼선이 생길수고 있고 의식이 돼서 답변도 못했다. 솔직하게 생각했던 내용을 말하는 기회를 갖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었다”고 간담회를 열게 된 계기를 먼저 설명했다.

최 사장은 기자들의 질문을 받기 전, 사장에 취임한 한 달간 MBC에 일어난 일들을 소개했다. 조직 개편과 간부 인사부터 보도국, 라디오국, 예능국 등 부서 별로 어떤 변화들이 있었는지 설명했다.

최근 논란이 된 MBC 뉴스에 대한 이야기도 먼저 꺼냈다. 최 사장은 “열심히 MBC 복원 노력을 하는 가운데 국민들에게 실망을 준 사건도 있었다”며 “지인이나 MBC 내부자를 인터뷰해서 방송을 낸다거나, 동영상에 있는 내용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상태에서 단정적인 보도를 해서 ‘뉴스데스크’를 통해 사과하는 일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방송학회에 조사를 의뢰했고 오늘 중간 결과를 받았다”며 “인터뷰 문제는 의도적으로 보도 내용을 한쪽 방향으로 몰아가기 위한 의도성은 없었고, 취재 편의를 위해 한 일이었다는 내용이었다. 이 문제를 계기로 MBC 내부에 용인되기 힘든 어떤 취재 관행이 있는지를 제대로 체크하고 고쳐나가는 계기로 삼겠다. 회사 내에 저널리즘 아카데미를 만들어서 취재 윤리 기법에 대한 내부 교육을 하는 준비도 해나갈 예정이다”라고 설명했다.

최 사장은 올해 MBC에 일어날 변화에 대해 소개했다. 먼저 “국민의 신뢰를 되찾기 위해선 좋은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 최고의 해결책이라고 판단했다”며 “프로그램에 과감하게 투자하는 결정을 내렸다. 대규모 적자가 예상되는 상황이지만, 제작비 전체의 7%인 135억원을 증액했다”고 말했다.

일일드라마 제작·방송은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 오는 5월까지 방송 예정인 MBC ‘전생에 웬수들’이 마지막 일일드라마가 될 전망이다. 최 사장은 “MBC에 드라마가 너무 많다”며 “제작비 문제도 있고, 인력도 모자라는 편이다. 일일드라마 한 편에 드라마 PD 5~6명이 투입돼서 해야 하는 상황이다. 일일드라마보다는 16부작 미니시리즈를 한 편이라도 더 만들어서 드라마 PD들이 더 많은 기회를 갖고 실력을 기르는 게 더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까지는 외주제작 드라마를 많이 하려고 했다”며 “앞으로는 기획부터 캐스팅 등 자체 제작으로 구성원들의 역량을 키워나가는 데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덧붙였다.

예능 프로그램도 변화를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최 사장은 “예능은 파일럿을 많이 만들 예정”이라며 “많이 시도해야 괜찮은 것들이 나온다. PD들에게 ‘실패할 자유를 주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봄 개편부터는 예능 프로그램에 시즌제를 도입할 예정”이라며 “‘무한도전’은 김태호 PD가 내부적으로 새로운 준비를 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새로운 탐사보도 프로그램도 탄생할 예정이다. 최 사장은 “‘스트레이트’라는 제목의 신개념 탐사보도 프로그램을 진행한다”며 “주진우 기자와 김의성 배우가 진행자 역할을 하고, MBC 중견기자 7명이 취재자로서 탐사보도를 해나가는 프로그램이다. 한번 보도하고 마는 게 아니라 연속극처럼 끌고 가면서 보도해서 뿌리를 뽑아버리는 프로그램이다”라고 소개했다.

내부적인 갈등이 진행 중인 것 같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단 시간 내에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최 사장은 “짧은 시간 내에 봉합되거나 없어질 수 없는 종류의 갈등”이라며 “그들은 동료 기자와 PD들이 쫓겨난 자리를 차지하고 구체제 권력에 복종했다. 권력의 입맛대로 뉴스를 만들라는 지시를 그대로 따랐을 뿐 아니라, 때로는 적극적으로 부역하면서 과거 뜻을 함께 했던 구성원들, 그리고 국민들을 배신하는 뉴스를 만들었던 사람들”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만약 그들이 자신들의 잘못을 충분히 의식하면서 새로운 공영방송의 구성원으로 돌아서는 모습을 보여주는 과정들이 있다면 앞으로 기회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여전히 과거의 뉴스가 옳은 뉴스였고, 오히려 자신들이 잘했다고 인식하는 분들도 꽤 많다. 이들을 과연 어떻게 융합해서 하나의 조직으로서 끌고 나갈 것인지는 우리에게 주어진 굉장히 큰 숙제”라고 털어놨다.

마지막으로 최 사장은 “국민의 신뢰를 되찾겠다는 초심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며 “앞으로 MBC가 실수하지 않을 거라고 말씀드릴 수는 없다. 하지만 언젠가 신뢰를 되찾겠다는 약속은 꼭 지키겠다”고 다짐하며 간담회를 마무리했다.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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