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성 희귀대사질환은 조기 발견 및 조기 치료가 중요하다. 다른 질환들도 마찬가지이지만 희귀대사질환의 조기발견이 더욱더 중요한 이유는 바로 치료에 들어가면 정상적인 성장이 가능하지만 진단을 놓쳐 치료가 지체되면 바로 장애로 이어지거나 사망에 이르기 때문이다. 이에 조기진단을 할 수 있는 신생아 스크리닝이 중요해지고 있다.
신생아 스크리닝은 1961년 로버트 거스리(R.Guthrie)에 의해 처음 등장했는데 초기에는 미생물을 이용한 방법이 활용됐으나 이후 효소면역검사 장비를 기반하 효소비색법이 도입됐고, 최근에는 43개 질환을 더욱 간단하게 검사할 수 있는 텐덤 매스 검사, 한 번에 6개 질환 검사가 가능한 리소좀 축적 질환 선별 검사법도 등장했다.
이 외에도 100가지의 유전자 변이를 며칠 내에 검사할 수 있는 유전자 패널 검사(NGS) 기술이 등장하는 등 스크리닝 기술은 드라마틱하게 발전하고 있다.
대한신생아스크리닝학회 이동환 회장과 국립대만대학병원 인슈 첸(Yin-Hsiu Chien) 박사는 희귀대사질환의 스크리닝은 질환을 조기 발견하고, 환자가 정상적으로 생활할수 있는데 큰 도움을 준다고 강조했다.
이동환 회장은 “희귀대사질환은 우리 몸의 생화학적인 대사 경로를 담당하는 효소의 결핌으로 발생하는 질환이다. 효소가 없어 불필요한 전구물질이 체내에 쌓여 장애를 일으키거나, 필요한 최종 물질이 생성되지 못해 결핍증상이 나타나는 것 등을 말한다. 우성 유전의 경우에는 부모 중 한사람에게, 열성 유전인 경우는 부모 모두에게 물려받아 결정된다”고 설명했다.
첸 박사는 “유전성 대사질환의 발병률이 대단히 높은 편은 아니다. G6PD 결핍증의 경우 발병률이 인구의 2~3% 정도이며, 질환별로 차이가 있지만 기타 유전성 대사질환은 1만 명당 1명, 10만 명당 1명꼴로 발생한다”며 “대만에서는 유전성 대사질환을 파악하기 위해 모든 신생아를 대상으로 유전질환을 조기 검진하는 ‘신생아 스크리닝’을 30년간 진행해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페닐케톤뇨증은 페닐알라닌을 분해하는 효소의 결핍으로 생기는 질환인데, 이때 고초균(Bacillus subtilis)은 일정량 이상의 페닐알라닌 저해제가 있으면 성장을 못하지만 다량의 페닐알라닌이 존재하면 그 양에 따라 성장하게 된다. 이에 혈액을 채취한 후 고초균의 성장 유무를 파악해 질환을 진단했다. 다만 이와 같이 미생물을 이용한 스크리닝 방법은 비용이 저렴하나 과정이 매우 복잡하다는 단점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후 microplate를 사용하는 효소면역검사 장비 기반의 효소비색법이 도입됐고, 이를 통해 병을 더욱 빠르고 간단히 진단할 수 있게 됐다. 효소법은 시약이나 배지를 직접 제조할 필요가 없고, 객관적인 정량검사 결과를 얻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다만 유기산 및 아미노산 대사이상 질환에 대한 진단이 어려운 경우가 있었다”며 “이후 보다 효과적인 스크리닝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전성 희귀대사질환에서 신생아 스크리닝이 중요한 이유는 뭘까. 이 회장은 “희귀질환의 경우 치료가 지체되면 뇌 장애가 발생하거나 심할 경우 사망에 이르는 등 예후가 좋지 않아 조기 진단과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며 “갑상선 기능 저하증은 신생아 때 발견해 한 달 내 치료하면 아이의 정상적인 성장이 가능하다. 하지만 진단을 놓쳐 치료가 지체되면 뇌가 손상돼 평생 정신 지체를 겪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페닐케톤뇨증 또한 한 달 내 치료하면 정상적인 성장이 가증하지만 진단과 치료가 늦어지면 뇌 손상으로 인한 정신지체를 겪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의 경우 현재 생후 3일에서 5일 사이의 신생아를 대상으로 6가지 질환(페닐케톤뇨증, 갑상선기능 저하증, 호모시스틴뇨증, 단풍당뇨증, 갈락토스혈증, 선천성부신과형성증)에 대한 검사는 국가 지원을 통해 무료로 진행하고 있다”며 “다만 43개의 선천성 대사이상 질환을 한 번에 검사하는 탠덤 매스(Tandem Mass) 검사는 개인 부담으로 진행되고 있어 전체 신생아 중 70%만이 해당 검사를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리소좀 축적 질환에 대한 스크리닝도 정부 지원이 되지 않는 상황인데 현재 미국, 일본, 유럽에서는 탠덤 매스 검사를 비롯해 치료가 가능한 리소좀 축적 질환 6종에 대해 정부 지원으로 신생아 스크리닝을 진행하고 있다”며 “탠덤 매스 및 효소대체제 요법 도입으로 치료가 가능해진 폼페병, 파브리병, 뮤코다당증과 같은 리소좀 축적 질환에도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첸 박사는 “대만에서는 약 30년간 모든 신생아를 대상으로 스크리닝을 진행하며, 현재 약 30개 질환 스크리닝에 대해 정부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다. 또 리소좀 축적 질환인 폼페병에 대한 스크리닝도 약 10년간 진행 중이며, 이 외 10개 질환에 대해서는 개인 부담으로 추가적인 검사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부모들 중 90% 이상이 추가 검사를 선택할 만큼, 신생아 스크리닝은 높은 관심 속에서 매우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대만에서는 이와 같은 검사를 통해 유전성 희귀 질환을 조기에 포착 및 치료하며, 신생아의 정상적인 성장을 돕고 있다. 실제로 대만의 신생아 스크리닝 기반 유전성 희귀 질환의 치료 효과는 매우 좋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특히 “폼페병의 경우 진단된 아이들이 모두 생존해 있다. 다른 국가의 생존율이 50% 수준임을 감안한다면 신생아 스크리닝 및 치료의 효과가 큰 것을 알 수 있다”며 “치료가 가능한 질환에 대해서는 조기 진단을 통해 손상을 미리 예방해야 한다. 신생아 스크리닝이 도입되면서 이와 같은 환자들이 약물 치료 및 관리로 건강하게 살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폼페병, 파브리병, 뮤코다당증 등 리소좀 축적 질환의 경우 효소대체제 요법을 통해 조기 치료 시 정상적인 성장 발달과 일상생활 유지가 가능하다. 이처럼 효소대체제 요법이 장기간의 치료 효과와 안전성을 입증 받게 되면서 국내 의료진들도 신생아 리소좀 축적 질환을 스크리닝 확대에 있어 우선적으로 포함돼야 할 항목으로 꼽고 있다.
한편 국내에 희귀질환관리법이 제정·시행된 지 1년이 지났다. 이에 대해 이동환 회장은 “실질적인 사업은 올해부터 진행되는 상황이다. 희귀질환 등록 후 질병관리본부 희귀질환과의 심의를 거쳐, 어떤 질환에 어떠한 혜택을 줄 것인지 고심하고 있다. 앞으로 국내 희귀질환 종류와 환자 현황, 상태 등에 대해 정확히 파악한 후 이를 기반으로 지원 폭을 점차 넓혀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희귀질환 치료제가 개발이 되면 보통 희귀약품센터나 제약사를 통해 국내 반입이 된다. 정부 지원을 통해 빠른 보급 등으로 도움을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첸 교수는 “대만은 약 20년 전 희귀질환 관련 법령을 제정하고, 한국과 비슷하게 특수 분유나 치료제를 공급하는 등의 방법으로 환자를 지원했다. 아무래도 경제적인 지원이 가장 큰 효과를 발휘한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어 “대만은 희귀질환 치료제에 대한 보호 활동이 많고, 희귀 질환이 있을 때 등록하는 방안을 진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희귀질환 종류, 환자 수, 질환 현황, 환자 상태 및 환자의 추가적인 니즈 등을 파악할 수 있게 됐다. 또 희귀질환 치료제에 대해서는 특허를 적극적으로 보호해 개발사들이 희귀질환 치료제에 대한 개발 의지를 지닐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민규 기자 kioo@kukinews.com